학생 잠재력인가, 부모 경제력인가?...교육도 양극화로 계층 사다리 기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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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잠재력인가, 부모 경제력인가?...교육도 양극화로 계층 사다리 기능 상실
  • 부산시 사하구 김아란
  • 승인 2020.12.15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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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문, “지역별 소득 차이가 서울대 합격률로 연결”
젊은이들의 탄식, “돈이 돈을 벌고 땀이 돈을 외면한다”
자본주의의 시선으로 본 사회 모습을 지나치게 확대하지 않아야 한다. (사진 : pixabay 무료 이미지).
자본주의의 시선으로 본 사회 모습을 지나치게 확대하지 않아야 한다. (사진 : pixabay 무료 이미지).

지난 3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유례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코로나 수능’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1년 동안 고생했을 수험생들에게 격려의 말을 건넸다. 나 또한 수능을 치른 사촌동생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다.

1년 전, 내가 수능이 끝난 후에는 많은 어른들이 고생 많았다며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학, 그리고 사회는 수능의 연장전이다. 수능이 결정할 대학의 이름이 곧 사회·경제적 지위로 이어진다. 앞서 실점한 점수들은 되돌릴 수 없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나는 그런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보았다. “고등학교 때 조금만 더 열심히 할걸”, “내가 어렸을 때로 돌아가면 진짜 공부만 할 거야.” 후회는 모든 것이 끝난 다음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돌이킬 수도 없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학력’은 계층을 나누는 이름표라고 나는 생각한다. 학력에 따라 접근 가능한 직업이 달라지고 이는 곧 소득과 경제수준의 차이로 이어진다. 한 번 벌어지기 시작한 격차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청년세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악착같이 성적에 매달리고 좋은 대학의 이름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나 하위층의 사람들은 더욱 간절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간절하게 준비하는 입시는 과연 공정한가? 수능 문제는 모든 수험생에게 공평했겠지만, 시험을 치르기까지의 과정은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사회에서 말하는 명문대를 가는 학생들의 특징을 생각해 보자. 계산이 빠르고 똑똑한 학생, 배운 것을 잘 응용하는 학생,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학생, 암기를 잘 하는 학생. 아마 대부분 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 무시할 수 없는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가정이 부유하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학생’이다.

이와 관련된 서울대 교수의 논문 '학생 잠재력인가? 부모 경제력인가?(2016)‘에 따르면, 서울 내의 고소득 지역과 저소득 지역 학생의 지능·노력·유전 등 잠재력을 분석한 결과, 둘 사이 서울대 추정 합격률은 1.7배 차이가 났지만, 실제 서울대 합격률은 20배 넘게 차이가 났다.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 소득 수준이 더 큰 영향을 준 것이다. 높은 소득수준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비교적 좋은 교육 환경에서 보다 질 좋은 교육을 받는다. 이것을 공평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학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는 것은 옛말이다.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

불공평한 과정이지만 좋은 대학을 나오면 당연하게도 좋은 직장을 얻어야 한다는 모순. 경제적 불평등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세대가 흐를수록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더 고착화될 것이다. 돈이 돈을 벌 수 있을 뿐, 땀이 돈을 벌 수 없는 사회에서 고등교육의 공정성을 찾지 못한다면 다른 제도들은 그저 일시적인 해소에 불과할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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