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타고 한국어 배우려는 외국인-한국인 매칭 팬팔 앱 'HelloTalk'·'Slowly'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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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타고 한국어 배우려는 외국인-한국인 매칭 팬팔 앱 'HelloTalk'·'Slowly' 각광
  • 취재기자 박현아
  • 승인 2020.12.1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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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설정해서 외국인 친구 매칭...한류 덕에 한국어 배우려는 외국인 많아
번역기능, 음성통화, 영상통화 기능도 장착...새로운 외국어 학습 방법으로 부상
사기나 데이팅 요청 등 부작용 '요주의'

오래 전부터 취업, 여행, 자격증 등 각자 다양한 이유로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은 번역기가 잘 돼 있어서 외국어 배울 일이 줄어 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인터넷 강의나 학원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많다. 최근에는 새로운 외국어 학습 방법이 생겼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 친구를 사귀고 싶은 전 세계 사람들이 많이 생기면서, 이들과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한국인을 서로 매칭시켜주고 상호 자기 언어를 가르쳐주고 배우면서 친구를 사귀는 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펜팔 앱’이다.

펜팔(pen pal)은 손글씨를 쓰는 도구인 펜(pen)과 친구를 뜻하는 팔(pal)의 합성어로 손편지가 일상적이었던 1960년대와 1970년대 세대들이 중고등학교 때나 대학생 때 외국 친구를 사귀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런 추억의 펜팔이 앱으로 진화한 펜팔 앱은 모바일 앱 서비스로써 외국인 펜팔 친구를 만나고 서로 자기 언어를 학습시켜주고 채팅을 통해 문화나 생활 방식에 대한 지식을 교류하는 수단이다.

구글스토어와 앱스토어에 펜팔을 검색하면 수많은 펜팔 앱이 뜬다. 앱마다 각자 특색 있는 컨셉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에게 맞는 앱을 찾아 사용해야 한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펜팔 앱은 ‘HelloTalk’이 있다. HelloTalk은 채팅, SNS, 번역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고 있어 언어를 공부하고 외국인 친구를 만드는 데 유용하다. 이 앱은 150개 이상의 언어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HelloTalk을 깔고 앱을 들어가서 로그인하면, 먼저 자신의 모국어와 자신이 배우고 싶은 언어, 각 언어의 수준, 나이 등 자신의 정보를 입력한다.

기본적인 설정이 끝나면, 앱의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HelloTalk의 메뉴는 크게 채팅, 라이브, 파트너 찾기, 학습으로 나뉘어 있다. 파트너 찾기에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설정한 언어에 따라 학습하고자 하는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추천 목록으로 뜬다. 여기에는 나이, 성별, 사는 나라, 도시 이름, 모국어 등 상대방이 입력한 정보를 보고, 자신이 찾고자 하는 친구의 범위를 지정하면, 원하는 조건의 친구 리스트로 축소되어 리스트가 뜬다. 추천 목록에 뜬 이용자들의 프로필을 누르면 학습 중인 언어와 자기소개, 취미 등 그 이용자가 설정해 둔 정보를 볼 수 있다. 이 정보를 보고 대화를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이때 메시지는 최소 5명까지 보낼 수 있고, 답장이 오는 사람이 펜팔이 되면서 채팅을 시작할 수 있다.

‘HelloTalk’의 파트너 찾기 메뉴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파트너의 범위를 사진처럼 설정하면 그 기준에 맞는 이용자들을 추천 목록으로 보여준다. 추천 목록에 뜬 친구들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사진: HelloTalk 캡처).
‘HelloTalk’의 파트너 찾기 메뉴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파트너의 범위를 사진처럼 설정하면 그 기준에 맞는 이용자들을 추천 목록으로 보여준다. 추천 목록에 뜬 친구들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사진: HelloTalk 캡처).

대화를 원하는 친구를 선택하고 메시지를 보내면, 이제 그 친구와 채팅 기능을 사용하여 대화할 수 있다. HelloTalk의 채팅에서는 단순히 채팅뿐만 아니라 번역, 구글 검색, 문법 검사 등이 가능하다. 채팅창 자체에 있는 번역기는 번역된 내용을 바로 상대방에게 보낼 수 있고, 상대방의 메시지를 클릭하면, 자신의 모국어로 번역되는 기능도 있어서 아직 외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별도의 번역기를 쓸 필요가 없다. 또한, 문자 채팅은 물론, 음성 통화, 화상 통화도 가능해서 자신의 발음이 괜찮은지 확인해보며 회화 실력을 키울 수도 있다.

‘HelloTalk’은 채팅방 자체에서 번역기능이 있어서 대화 중에 외국어가 자동 번역되어 보여준다. 상대방의 메시지 중 틀린 문법이 있다면 수정해주는 기능도 있다(사진: HelloTalk 캡처).
‘HelloTalk’은 채팅방 자체에서 번역기능이 있어서 대화 중에 외국어가 자동 번역되어 보여준다. 상대방의 메시지 중 틀린 문법이 있다면 수정해주는 기능도 있다(사진: HelloTalk 캡처).

라이브 메뉴는 인스타그램 같은 SNS 역할을 한다. 이 메뉴에는 자신의 일상이나 사진 등을 게시글로 공유할 수 있다. 라이브 기능에서는 파트너 찾기 메뉴와 같이 자신의 모국어와 학습 언어가 서로 반대인 사람들의 게시글이 뜬다. 이용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게시글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며 소통한다. 댓글로 틀린 문법을 수정해주기도 하며 단순히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에도 도움을 준다. 이용자 중국인 나연(21) 씨는 “번역기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은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HelloTalk는 친구들이 틀린 문법을 수정해줘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HelloTalk’에 자신이 학습 중인 언어로 글을 쓰면 게시글에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이 있는 경우 그 언어가 모국어인 이용자들이 수정을 해준다(사진: HelloTalk 캡처).
‘HelloTalk’에 자신이 학습 중인 언어로 글을 쓰면 게시글에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이 있는 경우 그 언어가 모국어인 이용자들이 수정을 해준다(사진: HelloTalk 캡처).

마지막 학습메뉴는 번역기, 영어사전, 메모장을 제공하고 자신이 학습하고 있는 외국어 강의 영상을 볼 수 있다. 강의 영상은 대부분 7일 무료체험 후에 유료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일상 표현, 발음, 문법, 문화 지식 등 다양한 강의가 있다.

HelloTalk은 무료로 이용하는 비회원 서비스와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VIP가 있다. 무료로도 대부분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유료 서비스보다는 제한된 점이 있다. 비회원은 채팅 메시지가 바로 번역되는 즉시 번역기능을 하루에 5번 이용할 수 있지만, VIP의 경우는 무제한으로 가능하다. VIP가 되려면 한 달 결재에 8900원, 12개월 한꺼번에 결재하면 월 4166원씩 내면 된다. VIP는 배우는 언어를 3개까지 설정할 수 있어 더 다양한 언어를 공부할 수 있고, 하루에 25명의 새로운 유저와 채팅이 가능한 점에서 하루에 5명과 채팅할 수 있는 비회원과 차이점이 있다. 또한, 광고 유무, 노출률 등 무료와 유료 서비스의 차이가 나타난다.

또 다른 팬팔 앱으로는 ‘Slowly’가 있다. Slowly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인 채팅과는 다르게 천천히 전해지는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앱이다. HelloTalk과 마찬가지로 이용 언어, 관심사 등을 설정하면 설정 기준에 맞는 친구를 추천 목록에서 찾아 편지를 보낼 수 있게 된다. Slowly는 편지 발송 시간이 친구와의 실제 거리에 따라 달라져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각 나라의 거리에 따라 한국에서 편지를 보내면 미국, 유럽 등 먼 나라는 편지를 받는데 하루 정도 걸리고, 일본, 대만처럼 비교적 가까운 나라는 3∼4시간 정도 후에 편지를 받게 된다.

‘Slowly’도 HelloTalk과 유사하게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면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을 찾아 추천해준다(사진: Slowly 화면 캡처).
‘Slowly’도 HelloTalk과 유사하게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면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을 찾아 추천해준다(사진: Slowly 화면 캡처).

실시간 빠른 채팅이 기본인 요즘 시대에 Slowly 같은 방식의 앱은 레트로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프로필에 자신의 사진이 아닌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넣는 형식이어서 철저히 익명으로 진행된다. 이 점은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사진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Slowly는 구글스토어 기준 100만 회 이상 설치되어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Slowly’는 프로필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머리 스타일, 눈, 코, 입 등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로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사진: Slowly 화면 캡처).
‘Slowly’는 프로필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머리 스타일, 눈, 코, 입 등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로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사진: Slowly 화면 캡처).

Slowly는 앱을 처음 가입하면 기본적으로 자기 국가 우표를 제공해준다. 편지를 쓸 때 이 우표를 붙여서 보내면, 받는 사람이 그 우표를 자신의 우표첩에 넣어 수집할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국가 사람으로부터 편지를 받으면 다양한 국가 우표를 모을 수 있다. 유료로 우표를 구입할 수도 있는데, 여기에는 동물이나 음식 그림 등의 우표가 있다. Slowly의 추가 유료 기능(월 4417원, 연 5만 3000원)을 사용하면 편지를 무제한으로 작성할 수 있다.

이렇게 외국인 친구를 만들기 좋은 펜팔 앱은 실제로 언어 학습에 도움을 줄까? 한국에 있는 외국어 학원의 강사 박 모 씨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암기해도 실생활에 사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게 외국어라고 생각한다. 박 씨는 “언어는 쌍방향 소통이기 때문에 배운 언어를 펜팔 앱을 통해서 연습하는 기회가 되므로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유학 생활 중인 대학생 진 모(21) 씨는 러시아 유학을 가서 펜팔 앱으로 러시아 친구를 사귀고 서로 앱으로 소통하다가 직접 만나기도 했다. 진 씨가 유학을 떠난 당시 러시아어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상태였고, 주변의 한국인 친구를 찾기도 힘들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언어 실력을 키우고 친구를 사귀기 위해 펜팔 앱으로 러시아 친구를 사귀고 만나기까지 했다. 그 후 그들은 1년 정도 지난 지금까지도 서로 만남을 지속해오고 있다. 진 씨는 “외국에 나가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 쉽지 않은데 앱을 통해서 친구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공통 관심사가 있다면 자신과 맞는 친구를 찾기에 더욱 좋다. 코스타리카에 사는 아리엘(Ariel, 20) 씨는 한국 아이돌인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게 된 후 한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후 혼자 한국어를 공부했고 펜팔 앱을 통해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한국인 친구들을 찾아 대화하며 계속해서 한국어 실력을 키워나갔다. 언어 학습과 BTS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 아리엘 씨는 “같이 좋아하는 관심사가 있으니 대화하기가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언어 공부에 도움을 주고 외국인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천차만별 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만큼 단점도 있다. 나라마다 시차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 보니, 대화가 잘 안될 수도 있다. 콜롬비아 펜팔 앱 이용자 케빈(Kevin, 25) 씨는 펜팔 앱을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다른 나라 친구를 만났지만, 그 나라와 시차가 많이 나서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친구 나라와 시간이 거의 반대라서 평소에 메시지를 보내고 답변을 받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이 점은 펜팔의 묘미이기도 하지만, 그는 “언어 공부를 하다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바로 답변이 오기 힘들다는 게 시차의 문제”라고 말했다.

자신과 취향이나 성격이 맞는 친구를 만나도 대화도 잘 안 풀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대면 상황에서 만나는 친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기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외국어 강사 박 모 씨는 “비대면 대화의 한계 때문에 언어 연습을 잘 못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펜팔 앱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기와 같은 국제범죄에 말려 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박 씨는 “자신은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펜팔 앱으로 국제적 사기를 치는 경우가 있어서 앱을 이용하는 데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펜팔 앱에서 언어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연락을 시작했다가 자신이 다쳐서 병원에 있다며 병원비를 요구해서 돈을 받고 연락을 끊는 등 사기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사기는 개인적인 채팅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펜팔 앱을 언어 교환의 목적이 아닌 소개팅 앱처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어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이용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프로필 사진을 자신의 얼굴 사진으로 하면 연락이 더 잘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외모를 보고 연락하는 사람도 많다. 처음에는 안부를 묻고 평범하게 대화를 이어가다가 어느 순간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하거나 개인 SNS 계정을 알려달라는 등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이용자는 “대화를 잘하다가 사진이나 SNS 계정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거절하면 그 후로는 답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연애나 이상한 만남은 거절한다는 문구를 미리 적어두는 사람도 많아졌다.

펜팔 앱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펜팔 앱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상대방의 조건을 미리 설정할 수 있다. 이 설정에는 나이, 성별, 관심사 등 구체적인 정보를 선택할 수 있어서 이성과의 대화를 불편해하거나 혹시 모를 문제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더 편하게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한, 펜팔 앱에서 채팅 기능을 사용하면 경고 문구가 뜬다. 여기에는 음란, 욕설, 인종차별 등을 금지한다는 문구와,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자제하라는 등의 경고 문구가 있다. 펜팔 앱 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차단이나 신고 기능이 가능하지만, 자신의 정보가 다른 SNS로 유출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그렇기에 모바일 앱 특성상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사전에 조심해야 한다.

펜팔 앱 ‘미프’는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채팅창 상단에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준다(사진: ‘미프’ 캡처).
펜팔 앱 ‘미프’는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채팅창 상단에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준다(사진: ‘미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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