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 면회 금지...어르신과 자손들, 눈물 속 안타까운 이산가족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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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시설 면회 금지...어르신과 자손들, 눈물 속 안타까운 이산가족 신세
  • 취재기자 김민지
  • 승인 2020.12.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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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접촉 면회시설에서 면회하다 최근 전면 면회 금지 조치
노인들 우울증 심하고, 식사 거부·분노 표출 다반사
병원 출입 금지로 임종 못 지킨 통한의 보호자 가족도

현재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모든 사람에게 위험하지만, 특히 면역력이 낮고 체력이 약한 노인들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그렇기에 노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요방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요양시설은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특별 방역이 요구된다. 요양시설이 장기간 외부와 차단되고 면회 제한과 금지가 반복되면서 입원한 어르신 환자와 보호 가족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산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 면회와 외부인 출입이 모두 차단되어 있고, 늘 붐볐던 환자 보호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부산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 면회와 외부인 출입이 모두 차단되어 있고, 늘 붐볐던 환자 보호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요양병원 정문은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굳게 닫혀 있다. 병원 관계자들만 별도의 문으로 출입한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요양병원 정문은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굳게 닫혀 있다. 병원 관계자들만 별도의 문으로 출입한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과거에는 고령의 환자가 요양시설에 머무는 동안, 아들딸, 사위와 며느리, 그리고 손주들이 면회를 통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정을 주고 받고, 맛있는 음식을 전해주기도 하면서 아픔과 외로움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전국의 요양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요양시설 측에서는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최대한 가족들의 면회를 제한, 또는 금지하고 있다.

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복있는 요양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김미연(51) 씨에 따르면, 요양시설에서는 모든 근무자와 환자들은 24시간 마스크를 무조건 착용한 채로 생활해야 하며, 일반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고, 환자들의 침대 간격을 거리두기를 위해 다 띄우는 등의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 그리고 매주 4회씩, 즉 2일에 1회 꼴로 보건소에서 요양시설을 방문해 소독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면회 시에는 무조건 요양시설의 환자와 보호자 간의 비접촉을 원칙으로 하는데, 대부분의 요양시설에서는 실외나 실내에 면회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며, 유리벽, 아크릴판, 비밀 등을 경계로 삼아 환자와 가족 간 공기가 차단된 상태에서 얼굴만 보는 방식으로 면회를 허용하고 있다. 유리벽이나 비닐 등으로 상하좌우가 차단된 환자와 면회자의 경계 중간에 마이크, 확성기. 인터폰 등을 설치해 서로 말소리가 들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요양시설도 있다고 한다. 김 씨가 근무하고 있는 요양시설에서는 별도의 실내 공간에 환자와 보호자가 만나는 면회 공간을 만들고, 환자와 가족이 투명 아크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잠깐 얼굴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화는 비말이 튈 수 있기 때문에 제한된다고 한다.

요양병원의 정문에 코로나19에 따른 출입 통제와 마스크 착용 관련 문구가 붙여져 있다. 그 위에 있는 안내문에는 면회할 시 주의 사항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요양병원의 정문에 코로나19에 따른 출입 통제와 마스크 착용 관련 문구가 붙여져 있다. 그 위에 있는 안내문에는 면회할 시 주의 사항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노인요양시설 및 장기요양기관 대응지침(6판)’ 책자에 수록돼있는 비접촉 면회 운영사례. 비접촉 면회는 야외형과 실내형의 형식으로 구분된다(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노인요양시설 및 장기요양기관 대응지침(6판)’ 책자에 수록돼있는 비접촉 면회 운영사례. 비접촉 면회는 야외형과 실내형의 형식으로 구분된다(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환자와 보호자 간의 면회가 과거처럼 직접 만나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면이 차단된 상태에서 진행되니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 사회복지사 김 씨에 따르면, 면회가 신청된 환자는 사전에 열 체크를 받아야 하고, 면회온 가족 역시 발열 체크와 명부 확인을 거쳐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요양원 발 집단 감염이 전국적으로 발생하자 면회가 아예 금지되거나 얼굴만 잠시 보는 정도로 면회 방법이 재한되자, 자녀들이나 보호자들의 방문 횟수가 급격히 줄었고, 다수의 노인 환자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가족이 어려운 상항에서 면회를 오면 환자와 보호자들 간에는 대화가 되지 않아 눈물만 흘리고 헤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어떤 노인 환자들은 면회 후 우울증이 더 심해져 식사를 거부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사회복지사 김 씨가 전했다. 김 씨는 “면회 여부와는 상관없이 많은 분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 말문을 닫은 채 누워만 있어서 요양사나 간호사들이 자꾸 말을 걸어서 최대한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좀처럼 우울감이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 씨는 보호자들을 편하게 만날 수 없으니 화를 내는 환자도 많이 있다고 요양시설 안의 분위기를 전했다. 노인 환자들 대부분은 처음에는 보호자를 만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 감정을 보이지만, 끝에는 결국 슬픔에 잠겨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면회할 때 환자가 보호자와 큰소리로 대화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간호사가 저지하면 왜 대화를 못 하게 하냐고 화를 내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들이 면회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자, 우울증은 물론, 건강 자체도 쇠약해지는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김 씨에 따르면, 환자들이 식사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만 있어 체력이 나빠지기도 하고, 또는 너무 과하게 화를 내서 침대에 떨어지는 등 다치기도 한다. 김 씨는 “환자들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가족, 보호자와 환자 간 전화 통화를 해주기도 한다. 환자들은 한 번이라도 자식이나 손주와 통화하게 되면 매우 기뻐하고 감격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보호자들의 심정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얼마 전 요양병원에 계신 부모님과 출입문을 경계로 얼굴만 볼 수 있는 비접촉 면회를 갔다온 이 모 씨는 “서로 대화가 되지 않은 채 얼굴만 봐야하는 것이 매우 슬프고, 부모님이 곧 만져질 것 같은데 만져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힘들다”고 답답해했다. 한 직장인은 어머니와 비접촉으로 면회했으나, 내부에 있는 휴대전화를 통해 대화하면서 진행했다. 그는 “목소리를 듣고 서로 안부를 물으니 휴대전화가 없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나이가 많은 어머니와 직접 얘기하는 것보다 휴대전화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되어 불편하고 답답했다”고 전했다.

한 대학생은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을 매우 슬퍼하고 있다. 그의 가족들은 할머니가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면회를 신청했으나 당시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확산세에 의해 면회가 아예 취소됐으며, 결국에는 가족들의 임종 없이 그의 할머니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는 “왜 하필 그 시기에 코로나19가 갑작스럽게 퍼진 건지 너무 원망스럽다”며 “그 날만 생각하면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눈물이 난다”고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매일 확진자가 600명을 상회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면회 자체를 받지 않고 면회 금지 조치를 취한 요양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면회를 신청하려 했지만, 면회가 아예 금지되서 신청조차 하지 못한 한 주부는 “코로나19가 이렇게 갑자기 심해져서 면회를 못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비접촉으로라도 만나고 싶었는데, 얼굴조차 볼 수 없으니 더 힘들고 그립다”고 말했다.

‘면회금지’ 문구가 적힌 한 요양시설의 안내문. 12월 들어 부산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후, 이 요양병원은 면회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새롭게 부착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면회금지’ 문구가 적힌 한 요양시설의 안내문. 12월 들어 부산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후, 이 요양병원은 면회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새롭게 부착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하지만 이러한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져도 요양시설에서는 강력한 방역 체제를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호자들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만남을 잠시 뒤로 미루고 비접촉 면회, 일반인 통제 등의 방역 조치를 하는 것에 대부분 어쩔 수 없이 동의하고 있다. 한 환자 보호자는 “안 슬프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모든 방역이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서니까 코로나19가 끝난 후 만날 날을 기다리며 참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김 씨는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비접촉 면회가 계속 이어질 것이며 요양시설에 계신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참고 규칙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녀는 “많은 보호자가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비접촉 면회를 이해하고 있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빠른 시일 안에 백신이 만들어져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면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자신의 소망을 전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체인구에서 만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 비율이 14%를 넘긴 고령사회에 속한다. 노인이 증가하는 추세인 지금, 전국에는 노인을 위한 복지, 요양시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KOSIS(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에는 약 3500여 개의 노인요양시설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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