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박대당한 예비 안내견... 아직도 ‘개’로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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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박대당한 예비 안내견... 아직도 ‘개’로 보이나요?
  • 취재기자 김슬기
  • 승인 2020.12.0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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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 국회 출입도 16년만에야 겨우 해결
퍼피워커 존재 등 사회적 인식 개선 시급

최근 롯데마트 직원이 훈련 중인 예비 안내견과 ‘퍼피워커’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질타를 받는 일이 있었다. 안내견 출입에 관한 문제는 이번 롯데마트 사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다. 

지난 4월 시각장애인 김예지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가 자신의 안내견인 ‘조이’와 함께 국회 출입을 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벌어졌지만 출입이 허용됐다. 16년 전인 2004년, 17대 총선에 당선된 시각장애인 정화원 국회의원이 당시 자신의 안내견과 본회의장에 출입하려 했으나 결국 거부당하고 보좌진의 도움으로 출입한 사례가 있었다. 장애인 인권에 앞장서 본이 되어야 할 국회에서도 안내견 출입에 무려 1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안내 보조견의 출입 거부 사례는 빈번하다.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장애인복지법 제40조 3항에 따르면,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고 할 때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보조역할을 해야 하기에 위험하거나 잘못된 길로 들어설 때 바짓단을 살짝 물어 제지하기 때문에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아도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해외의 경우,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 개의 출입을 금하는 장소에서도 안내견 출입만큼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미국의 경우, 마트나 대중교통 이용 시 안내견 탑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상한 일로 여기지 않는다. 인내견은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닌 시각장애인을 안내해주고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서비스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안내견이 넘어야 할 벽이 높다. 식당과 차량 탑승 거부는 다반사이며 주변에서 안내견을 바라보는 시선은 털 날리고 배변을 아무데나 보는 단순한 ‘반려동물’, ‘개’로 바라본다.

특히 이번 롯데마트 사건에서 말썽이 됐던 것은 ‘퍼피워커’다. 퍼피워커란 장애인의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생후 7주부터 1년간 돌봐주는 자원봉사자를 뜻한다. 롯데마트 직원이 “비장애인이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어떡하냐”고 소리친 이유도 퍼피워커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됐다.

롯데마트 사건을 통해 처음 ‘퍼피워커’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된 대학생 김 모(22, 경남 창원시) 씨는 “사실 처음에 기사를 읽을 때 비장애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출입했다기에 그러면 안 되니까 제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안내견이 되기 위한 과정을 연습시키는 퍼피워커의 존재를 알았고 그간 내가 너무 몰랐구나 하고 반성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길에서 안내견을 본다면 지켜야 하는 에티켓이 있다. 보행 중인 안내견을 함부로 만지거나 이름을 불러서도 안 되며 견주 외에 먹을 것을 주어서도 안 된다. 자칫하면 안내견의 집중력이 흐려져 시각장애인의 보행이 위험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안내견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시각장애인의 인체의 일부’라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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