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은 필요 없다, 정답만 맞춰라"...우스꽝스런 '수능공화국' 바로 잡을 교육 혁명은 안 일어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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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은 필요 없다, 정답만 맞춰라"...우스꽝스런 '수능공화국' 바로 잡을 교육 혁명은 안 일어나는 것인가?
  • 서울시 송파구 박대한
  • 승인 2020.12.06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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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맞추기·지문외우기 등 우리 교육은 수능이 망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세상 문제를 대화로 논하는 교육은 불가능할까?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 수능이 치러졌다. 방역 조치로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책상 위 칸막이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시험을 치러야 했다. 전염병이나 지진으로 세상이 뒤집어져도 수능을 치러야 하는 나라, 코로나에 걸렸어도 음압병실에서 수능은 꼭 봐야 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년의 배움을 단 하루의 문제 풀이로 자신이 갈 대학의 등급이 결정되는 이 수능제도는 과연 우리 학생들에게 무슨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며 무슨 인격 수양을 측정하는 것일까?

나 또한 현재 대한민국에서 교육이라고 부르는 입시 교육의 최전선까지 갔던 사람이다. 초등학교 때 영어 과외를 시작해서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학원, 과외 등을 쉬지 않고 다녀왔다. 그리고 재수라는 것도 경험했다.

그러나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왔던 내 학창 시절의 학습 활동이 현재 대학생활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기가 찬다. 오히려 내가 학급 반장으로 지내면서 경험했던 기억, 학교에서 만난 친구와의 인간관계, 교과서가 아닌 책을 읽고 느낀 감정과 깨달음이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주고 있는 밑거름이 됐다. 시험지의 문학 지문을 보며 예술 작품을 감상하기보다 외워둔 작가의 소설 속 의중이 표현된 선택지를 찾고, 영어 듣기를 하면서 시험지 속 해당 선택지를 동시에 읽어야 답을 맞출 수 있다는 입시 스킬은 이제 잊어버린 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수능이라는 입시가 교육의 중심이 되고 있다.

수년의 학습 결과를 단 하루의 정답 맞추기 시험으로 평가하는 수능제도는 우스꽝스럽다(사진: pxhere 무료 이미지).
수년의 학습 결과를 단 하루의 정답 맞추기 시험으로 평가하는 수능제도는 우스꽝스럽다(사진: pxhere 무료 이미지).

난 입시를 위한 공부는 교육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는 일제의 탄압을 받고, 같은 민족이 싸우다 둘로 분열됐으며, 외환위기를 겪다 나라가 빚더미에 주저앉을 뻔했다. 우리는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궈냈다. 그래서 교육도 치열한 대한민국의 삶과 너무도 닮아 있다. 과정보다는 목적이 중요하다. 교육에서 정답을 선택하기 위한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정답을 맞추는 능력이 중요했던 것이다.

‘자유와 평등 중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우리는 학생들에게 던져 본 적이 없다. 자유와 평등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외우라고 한 적은 많다. 정답 없는 세상의 문제를 놓고 학생과 선생이 대화하면서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게 교육한 적이 없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새로운 노멀을 요구하고 있다. 인간에게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한 왕도 인류는 시민혁명을 통해서 끌어 내리고 민주주의를 탄생시켰다. 코로나 시대에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교육 혁명을 요구하고 있다.

수능이 끝난 지금, 언론은 이번 수능 지원자가 줄었다는 기사, 수험생들의 수고했다는 기사, 몇몇 문제가 이상하다는 기사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근본적으로 생각하고 바꾸자는 의제는 잘 찾기 어렵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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