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유도하기 위한 선정적인 유튜브 ‘썸네일 포르노’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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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유도하기 위한 선정적인 유튜브 ‘썸네일 포르노’ 이대로 괜찮을까?
  • 부산시 해운대구 조재민
  • 승인 2020.11.30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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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미리보기 이미지 ‘썸네일’··· 자극적 이미지로 조회수 높이는 사례 증가
오로지 조회수에 집중하는 ‘사이버 렉카’ 등장··· 미디어 리터리시 필요성 느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를 찾기 시작했다. 2020년은 ‘유튜브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 유튜버들의 뒷광고 논란, 먹방 조작 영상 등 유난히 다사다난했다. 최근 유튜버들이 자신의 영상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미리보기 이미지인 ‘썸네일(tumb nail)’과 제목을 선정적, 자극적으로 달아 조회수를 높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 검색창에 노출을 검색하자 선정적인 썸네일의 영상이 쏟아져 나온다(사진: 유튜브 앱 캡처).
유튜브 검색창에 노출을 검색하자 선정적인 썸네일의 영상이 쏟아져 나온다(사진: 유튜브 앱 캡처).

유튜브에서 조회수는 수입원이자 인기도를 나타낸다. 조회수에 혈안이 된 유튜버들은 썸네일에 영상과 상관없는 이미지를 따로 편집해 걸어놓는 경우도 허다하다. 유튜브 내 성인 콘텐츠의 경우 연령 인증을 하는 등 절차를 걸쳐야 한다. 선정적인 썸네일이 연령 구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노출이 되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도 볼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오늘날 유튜브 생태계를 보면 마치 시장 상인들의 호객행위가 떠오른다. 이용자로부터 영상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서로 경쟁하며 자극적으로 썸네일을 만드는 상황이다.

‘차에서 내리다가 속옷 노출’, ‘19금 레전드 의상 노출 섹시 댄스’ 등 선정적인 제목과 썸네일로 여성의 신체 부위를 강조한 영상도 눈에 띈다. 이는 영상에 나온 당사자에 대한 명백한 ‘성적 대상화’의 사례다. 나는 유튜브 이용자가 자극적인 썸네일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된다면, 성인지 감수성이 저하돼 결국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검색창에 ‘노출’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더라도 선정적인 썸네일이 가득하다.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아래, 점차 무너져가는 성차별 인식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유튜브 19’를 검색하자 19세 제한을 풀기 위한 방법을 찾는 연관검색어가 노출된다(사진: 유튜브 앱 캡처).
‘유튜브 19’를 검색하자 19세 제한을 풀기 위한 방법을 찾는 연관검색어가 노출된다(사진: 유튜브 앱 캡처).

유튜브의 핵심 기능은 ‘알고리즘’이다. 유튜브는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관심 있어 할 만한 영상을 꾸준히 피드에 업데이트한다. 사용자는 결국 특정 프레임에 갇혀 비슷한 취향과 성향의 영상에 꾸준히 노출된다. 나는 사용자가 썸네일 포르노 같은 선정적인 썸네일에 지속적으로 노출돼면, 결국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미디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 유명 개그우먼이 사망한 후에도 ‘유서 공개’, ‘사망 원인 최초 공개’ 등 자극적인 썸네일의 영상은 쏟아졌다. 나는 누군가의 죽음을 돈벌이로 삼고자 하는 유튜버들이 가증스러웠다. 이들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누군가를 콘텐츠의 재료로 활용한다. 다른 유튜버보다 더 신속하게 업로드하기 위해 팩트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조회수를 얻은 뒤, 문제가 되면 수정하거나 해명 영상을 올리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이들을 ‘사이버 렉카’라고 한다.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바로 달려오는 렉카(견인차)처럼, 어떤 한 사건이 이슈가 되면 사이버 상에서 사실 확인이 되지 않더라도 신속하게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유튜버들을 뜻하는 단어다.

오늘날 이들을 막기에 현행법은 너무나 빈약하다. 나는 사이버 렉카의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고, 팩트를 보는 힘을 기르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조작된 영상과 가짜 뉴스가 만연한 방송매체를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대(大) 유튜브 시대’에서 매체를 단순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리시(media literacy) 능력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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