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여성 경력단절은 여전히 심각한 사회 문제
한 언론에 따르면, 2016년 기혼여성들이 결혼 후 가장 걱정되는 문제 1위는 ‘경단녀’라고 한다. 여기서 경단녀란 경력단절 여성을 줄인 말로 결혼, 임신 및 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 돌봄의 사유로 직장을 그만둬 현재 비취업 상태가 된 여성을 말한다. 그런데 2020년 상반기 지역별 경력단절 여성 통계에 따르면, 올해 경력단절 여성 인원과 비중은 2014년 통계작성 이래 최소치를 찍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큰 문제로 자리 잡은 경력단절 여성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력단절 여성이 최소치를 찍은 이유는 결혼이 감소하고, 기혼여성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인구가 줄어들면, 당연히 출생률도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작년 우리나라 출생률은 OECD 37개국 중 최저치인 0.92명을 달성했다. 혼인율 역시 1970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혼인율, 출생률 저하로 경단녀 비율이 감소하자 이번엔, ‘혼인율’과 ‘출생률’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국내 많은 여성이 결혼과 육아가 아닌, 비혼과 경력 유지를 선택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선택에는 이유가 있다.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가사는 남편과 아내가 함께 하는 것’이라고 답한 비중은 62.5%로 절반을 넘었으나, 현재 가사를 여자가 주도한다는 응답은 76%에 달했다. 결국 결혼은 여성들에게 경력단절로 가는 지름길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의 출생률, 혼인율 그리고 경단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가부장적 관념과 제도를 탈피해야 한다. 이를 실천하려면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전부 도맡아야 한다는 사고를 버리고, 정부는 경력단절 여성을 돕는 취업 프로그램을 활발히 해야 한다.
나를 키우기 위해 많은 경력을 뒤로 한 채 전업주부가 되신 우리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여성은 남편을 위해, 아이를 위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스스로 경단녀가 되길 자처한다. 어느 날 나는 엄마께 더 일하지 못했던 게 아쉽지 않냐고 여쭤봤다. 엄마는 “직장에 나가서 돈을 버는 것보다, 네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게 더 행복했다”고 하셨다. 나는 엄마의 이런 선택을 존중하고 감사하게 여긴다. 엄마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인해 내가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기혼여성들에게 전업주부 외에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는 사회가 바람직하며 올바르다.
여성의 대체어는 ‘어머니’가 아니다. 여성은 그 개인으로서 목표와 가치관을 가지는 존재다. 그러므로 기혼여성의 사회활동 단절과 가사 및 육아 독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혼인율과 출생률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탁상공론과 보여주기식 제도가 아니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우리 사회가 모색한다면 많은 여성이 경력 유지와 결혼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