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에서 건물주, 카페주인까지..."나의 질주 본능은 자신감과 추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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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에서 건물주, 카페주인까지..."나의 질주 본능은 자신감과 추진력"
  • 취재기자 김지윤
  • 승인 2020.11.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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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희 씨, 결혼과 육아로 아쉬움 속 은행 퇴사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반여동에서 장사 시작
건물주 이어 카페 창업까지 질주...“목표를 향해 직진했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다. 육아 등으로 단절되는 경력으로 마음고생하는 여성들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사태를 반영하듯 인터넷에는 경력단절 여성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창업 프로그램, 자격증 준비에 대한 글이 넘쳐난다. 경력단절과 여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일까?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여성들에게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전직 은행원 박서희(49) 씨도 경력단절을 피할 수 없었던 경단녀였다. 그러나 그녀의 경력 단절 이후 그녀의 삶은 달랐다.

박서희 씨가 부산 남천동 자신의 카페에서 시빅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재 주었(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박서희 씨가 부산 남천동 자신의 카페에서 시빅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박서희 씨는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을 경험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카페를 운영하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언젠가 꼭 하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카페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희 씨는 “물장사가 대박 난다고 어디서 들었거든요. (웃음).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사주를 보러 갔다가 카페를 해도 괜찮겠다는 결과가 나와서 카페를 시작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서희 씨의 취업은 고등학교 졸업 전에 이루어졌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부산에서 상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그녀는 졸업 전 1922년 은행에 취업하게 됐고 바로 은행 업무를 시작했다. 그녀는 치밀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일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고 수월하게 느꼈다. “성격이 꼼꼼해서 맡은 일은 무조건 빠르게, 정확하게 끝냈어요”라고 그녀가 말했다. 적극적인 그녀의 성격도 회사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그녀의 빠른 추진력은 회사 동료들도 인정할 만큼 훌륭했다. 서희 씨는 “그 당시에는 내가 남자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일을 하려 하고, 막 열심히 하니까 위에서도 저를 다 알아주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 사이에 서희 씨는 1997년 25세 때 결혼하고 출산의 과정을 겪었다. 자녀가 태어나더라도 회사 생활은 계속 하고 싶었지만, 아이가 점점 크면서 돌봐줄 사람이 없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은행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차라리 빨리 아이들을 키워놓고 다시 일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의 10년을 은행에서 일했는데, 1998년 어쩔 수 없이 퇴사해야 했죠. 그 좋은 직장을. 그 당시에 여성들은 결혼하면 휴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퇴사를 선택했죠”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퇴사를 서희 씨 혼자만 아쉬워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동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은행 본사 직원도 찾아와 퇴사를 말렸을 정도였다. 서희 씨는 “서울 본사 직원이 퇴사를 왜 하냐고 물어보려고 부산까지 왔었어요. 내 입으로 말하긴 좀 부끄럽지만 그때 정말 일을 열심히 하고 잘했거든요. (본사 직원이) ‘서희 씨 왜 퇴사하냐, 꼭 (퇴사를) 해야겠느냐’고 말했어요. 근데 아이들은 제가 키워야 하니까 퇴사를 안 할 수 없었어요. (은행 퇴사를) 저도 그렇고 주변에 아쉬워한 사람들이 정말 많았죠”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퇴사 후 서희 씨는 ‘전직 은행원’이 됐고, 그녀의 경력은 단절됐다. 그녀는 원래 계획대로 퇴사 후 육아에만 전념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서희 씨는 시간적 여유도 생겼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그녀를 지배했다. “이제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실적으로 다시 은행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 다른 일을 찾아봤죠”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지인의 부탁으로 부산 반여동의 농수산물시장에서 판매 일을 2005년에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시장에서 하는 일이 그녀가 평소에 했던 은행 업무와 달라서 적응하기 힘들었다. 왠지 모르게 장사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럽게도 느껴졌다. 서희 씨는 “시장 안의 사무실을 가려면 은행을 지나서 올라가야 했는데, 처음엔 앞치마도 일부러 벗어두고 그 앞을 지나다녔어요. 그냥 왠지 부끄러워서. 옛날에는 내가 은행 일을 했는데, 지금은 앞치마를 메고 있는 것이 어색했던 거죠”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서희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부동산 일과 카페 창업이 계속 생각났던 것이다. 그녀는 “우연히 사주를 보러 갔는데 다행히 부동산 하고 카페를 해도 잘 할 거라고 해주더군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이 마침 나랑 잘 맞는다고 하니까 당장 시작했지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사주를 믿고 따르자는 생각보다는 무어라도 기댈 언덕을 갖는다는 느낌으로 사주를 봤다고 했다.

그후, 시장에서 5년 정도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서희 씨는 제일 먼저 원룸 한 칸을 매입했다. 그녀는 전직 은행원이었기 때문에 돈 관리에 자신이 있었고, 꼼꼼한 성격 덕분에 원룸 관리도 잘해서 지금까지도 공실이 있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임대나 공실인 곳들이 많을 텐데, 저는 정말 원룸 관리를 철저하게 했거든요. 한 번도 공실이었던 적은 없었어요”라고 서희 씨가 말했다.

원룸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 그녀는 조금씩 원룸을 여러 개 매입했고, 나중에는 건물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녀 스스로 원룸과 건물을 잘 관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점점 관리해야 할 집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일도 그만두게 됐다. 그녀는 “늘어난 원룸들과 건물들을 관리하는데 시간이 굉장히 많이 소요가 됐고, 너무 바빠서 시장에서 장사하는 것도 2010년에 그만두었죠”라고 말했다.

서희 씨는 은행에서 퇴사했을 때처럼 시장 일을 그만두게 된 것도 아쉬움이 남으면서 한편으로는 고마운 감정이 들었다. 시장은 육아에만 전념했던 그녀에게 다시 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고, 무엇보다 그녀에게 돈을 벌어다 준 고마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시장 일이 그렇게 싫고 부끄러웠는데, 앞치마도 은행 지나갈 땐 벗어놓고 다녔으니까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시장 일은 나한테 큰돈을 벌어다 준 일이라 너무 고맙죠. 시장에서 정신 없이 장사하다 보니 5년이 지나있었고, 온전히 일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앞치마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저한테는 행운의 물건이었죠”라고 그녀가 말했다.

평소 하고 싶었던 부동산 일을 하다 보니, 서희 씨는 또 다른 자신의 꿈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카페 창업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카페를 운영해도 잘할 것이라는 사주 얘기를 떠올리며 바로 카페 준비에 돌입했다. “계속 말했지만 제가 추진력이 정말 빠르거든요. 카페 창업은 옛날부터 꿈이었는데, 누가 계속 물장사가 대박 난다고 말해서 순진하게 그걸 아직까지 믿고 있었던거죠. 원룸하고 건물 관리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려고 바로 카페 창업을 알아봤어요”라고 그녀가 말했다.

박서희 씨가 운영 중인 카페 데네브. 서희 씨는 야외 테라스가 예뻐서 손님이 많다고 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박서희 씨가 운영 중인 카페 데네브. 서희 씨는 야외 테라스가 예뻐서 손님이 많다고 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서희 씨에게는 카페 창업도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위치 선정부터 시작해서 카페 이름, 메뉴, 인테리어 등 신경 쓸 부분이 매우 다양했다. 시작부터 알아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서희 씨는 차근차근 하나씩 준비해 나갔다. 큰 지출을 자치하는 월세를 없애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건물의 2층에 카페를 차리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월세는 너무 큰 지출 중 하나기 때문에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마침 제가 가진 건물 중에 괜찮은 곳으로 위치를 선정했죠. 원래 너무 옛날 건물이어서 외관부터 다 뜯어고쳤죠. 누가 봐도 깔끔해 보이게”라고 말했다.

건물 공사가 시작됐고, 그 다음은 카페에서 판매할 메뉴를 준비해야 했다. 서희 씨는 대충대충 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타 지역 카페에 가서 직접 메뉴도 알아보고 음료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하고 싶지 않아서 메뉴를 준비할 때도 꼼꼼히 알아봤어요. 다른 카페에 가서 음료 만드는 법도 배우고, 직접 먹어보고 맛있는 것들로만 준비했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나한테 맛있어야 손님들한테도 맛있으니까요. 디저트도 만드는 방법부터 종류까지 직접 다 알아보면서 준비했어요”라고 서희 씨가 말했다.

열심히 준비를 거듭해 2019년 6월, 서희 씨는 드디어 자신의 카페를 열 수 있게 됐다. 부산시 남구 남천동에 위치한 그녀의 카페는 어느덧 오픈한 지 1년 5개월이 됐다. 서희 씨의 카페가 생기자 동네 주민들이 좋아해 주었다. 그녀는 “근처 부동산 소장님도, 인근에 사는 주민분들도 다 칭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제 카페 덕분에 동네 분위기가 더 밝아졌다고 좋아해 주시죠.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더 힘이 나요”라고 말했다.

서희 씨 역시 코로나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그녀는 불평하지 않고 이 시기를 최대한 덤덤하게 넘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힘든 시기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좀 더 힘을 내야죠. 일부러 카페 청소도 열심히 하고 디저트 신메뉴도 출시하려고 하고 있고요. 또 찾아와주시는 손님들한테도 더 친절하게 해드리려고 노력 중이에요”라고 말했다.

박서희 씨가 운영 중인 카페에는 단체석도 있다. 단체 손님도 많이 찾아오는 편이어서 일부러 이런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박서희 씨가 운영 중인 카페에는 단체석도 있다. 단체 손님도 많이 찾아오는 편이어서 일부러 이런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박서희 씨가 카페 카운터에 서서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박서희 씨가 카페 카운터에 서서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지금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서희 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과 열심히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경력단절이 한 번 있었지만 그것에 무너지지 않고 얼른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그녀는 믿고 있다. 그녀는 “만약에 내 목표가 있다면 거기까지 도달할 직진의 길을 선택해야지, 일부러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면 안 돼요. 돌아가는 길을 택하면 시간 낭비, 돈 낭비만 할 수 있으니까요. 추진력을 가지고 내가 가진 목표에 도착하기 위해서 빨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서희 씨의 가족들도 그녀의 앞길을 응원한다. 서희 씨는 “우리 아들한테도 항상 이 말을 하거든요. 목표가 확실히 있다면 바로 그쪽으로 갈 수 있게 직진을 해야지 일부러 돌아가지 말라고. 아들도 성인이니까 이 말을 이해할 거예요. 그리고 우리 딸은 카페 알바생으로 일하고 있거든요. 엄마 가게에서 직접 일하면서 경험도 쌓고 맛있는 것도 허락받고 먹고. (웃음). 어쨌거나 우리 가족 모두 열심히 하면 그것이 나중에 본인에게 꼭 돌아온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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