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미용사는 즐거운 직업이지만 책임감 없으면 쉽지 않아요”
사람들에게는 머리를 단정하게 해주는 미용사가 있다면, 동물들에게는 온 몸의 털을 다듬어주는 애견미용사가 있다. 애견미용사는 애완견 미용을 전담하는 직업으로써, 애완견 털을 깎거나 염색하는 것은 기본이고, 옷이나 액세서리 등으로 반려동물을 멋지게 치장해주는 일을 한다. 부산 수영구 광남로에는 ‘스파샤봉’이란 애견미용샵에서 강아지 미용을 담당하는 애견미용사 추은주(29) 씨가 있다. 추은주 씨는 ‘그루머은짱(groomer_eunzzang)’이란 가명으로 애견미용 인스타그램도 운영 중이며, 현재 1.7만 팔로우를 보유한 애견미용업계의 스타다.
부산 출신 추은주 씨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애완미용사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 재학 중일 때 어머니의 ‘진지한’ 추천 때문이었다. 어릴 적부터 강아지를 좋아하고, 손으로 만들고, 꾸미는 일을 좋아했던 추은주 씨는 어머니가 애견미용사 직업을 추천하자 약간의 관심이 생겼다. 추은주 씨는 “처음엔 어머니 말을 듣고 한 번 해볼까? 하는 정도의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는데, 벌써 6년차 정식 직업이 됐네요”라며 웃었다.
애견미용사가 되기 위해서는 애견미용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추 씨는 처음에는 부산에서 애견학원을 다녔지만, 배우는 폭이 좁고 주변에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의 열정 이 부족해 보여서, 서울에 있는 학원을 다니기로 결심했다. 서울에 혼자 올라가 6개월간 자취하며 애견미용을 공부했고, 마침내 ‘애견미용2급 과정’ 자격증을 땄다. 그 후 다시 부산에 내려와서 매일같이 애견 관련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러다 애견미용사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자마자 바로 지원했고, 마침내 합격했다. 그때가 2014년이었고, 추 씨는 지금까지 6년간 애견미용사 직업을 유지하고 있다.
애견미용 일을 하는 추은주 씨는 즐겁다. 귀여운 강아지를 더 귀엽게 다듬는 일도 즐겁고, 강아지가 미용 후 보호자에게 꼬리를 흔들면서 달려가는 걸 볼 때도 즐겁다. 미용 후 예뻐진 강아지를 보고 좋아하는 손님의 모습을 보는 것은 더더욱 즐겁다. 가슴이 뿌듯하기도 하다. 또 미용하는 중간에 얌전히 앉아서 미용사에게 몸을 맡긴 강아지에게 “예쁘다”, “귀엽다” 하고 말해주면서 교감하는 순간도 행복하다. 추은주 씨는 “보호자님들은 미용 시간이 다 끝날 때쯤 자신의 강아지를 데리러 시간 맞춰 오세요. 근데 저번에 한 번은 보호자님이 미용 후에 달라진 강아지를 보고, 자신의 반려견을 알아보지 못한 적이 있었어요. 너무 예쁘게 변신한 거죠. 그때가 정말 보람차고 뿌듯했던 순간이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인형처럼 변하는 강아지들을 계속 보고 싶고, 기록하고 싶어서 그녀가 만든 것이 ‘그루머은짱(groomer_eunzzang)’이란 인스타그램이다. 처음에는 일기장처럼 날마다 작업한 강아지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꾸준히 올라오는 귀여운 강아지 사진들을 보고 미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추 씨의 인스타그램에 자연스레 팔로우가 모였다. 추은주 씨는 “인스타그램을 더 크게 키울 계획은 없어요. 지금은 그저 소박하게 가게 홍보와 기록용으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는 게 전부입니다”라고 전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던 강아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추은주 씨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애견미용사란 직업을 남들에게 쉽게 추천해줄 수 있는 편안한 직업은 절대 아니라고 한다. 간혹 강아지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아서 작업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란다.
또 강아지들이 말썽을 피우거나 말을 잘 안 들을 때면 체력적으로 힘이 많이 든다는 점도 직업의 고충 중 하나다. 강아지가 힘을 주고 가위를 피할 때마다 강아지 발톱이나 몸에 상처가 나기도 한다. 추 씨는 강아지에게 세게 물려 피가 나서 병원에 간 적도 있다. 강아지들이 언제 어떻게 공격성을 드러낼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몸을 조심해야 하고 긴장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 애견미용사들 중에는 그저 강아지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금방 그만 두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말 열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애견미용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면 어려울 수도 있는 직업이 애견미용사란다. 추은주 씨는 “강아지들이 언제 공격성을 드러낼지 몰라서 몸을 조심해야 해요. 가끔 손님들 중에 애견미용사니까 강아지에게 물리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할 때는 힘이 빠지곤 하죠”라고 말했다.
애견미용 기술은 1-2년 정도 배워야 하며, 육체적으로도 힘들기 때문에 강한 책임감이 필수라고 한다. 추은주 씨는 “힘은 들어도 자기 손을 통해 강아지들이 예뻐지는 모습을 보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확신합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웃음 짓는 모습이 강아지처럼 해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