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장전지구대장 우중기 경감의 주민 지킴이 3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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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장전지구대장 우중기 경감의 주민 지킴이 34년
  • 취재기자 박현아
  • 승인 2020.11.28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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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자에게 물 한 모금 건네자'는 기독교 신앙심으로 경찰 투신
34년간 주민 친화 정신으로 근무...아쉬운 일도 있지만, 보람으로 매일 의욕 재충전

“청소하는 거 아무도 안 알아줘도 세상에 필요한 일이야. 경찰 일도 남들이 안 알아줘도 세상에 필요한 일이야. 힘내.” 이 말은 tvN 드라마 <라이브>에 나온 대사다. 드라마 <라이브>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뛰는 지구대 경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경찰과 관련된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경찰의 활동상을 자주 접한다. 실제로 사건이 발생하고 112로 신고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지구대에서 출동한다. 부산금정경찰서 장전지구대도 최일선에서 주민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24시간 눈을 부릅뜨고 있다. 장전지구대장 우중기 경감은 오늘도 지구대의 중심이 되어 지역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우중기 경감은 경력 34년의 베테랑 경찰로 현재는 부산금정경찰서 장전지구대장이다(사진: 우중기 경감 제공).
우중기 경감은 경력 34년의 베테랑 경찰로 현재는 부산금정경찰서 장전지구대장이다(사진: 우중기 경감 제공).

경찰을 꿈꾸게 된 계기

경남 진주가 고향인 우중기 경감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래서 기독교 신앙은 그의 직업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친 후 직장 선택을 앞두고 ‘시간이 되면 출·퇴근하고, 때가 되면 월급을 받는 무의미한 직장생활을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중 ‘객이나 고아의 송사를 억울하게 하지 말라‘는 성경 말씀을 떠올리며, 그는 경찰관의 꿈을 가지게 됐다. 삶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 시원한 물 한 잔 건네주는 경찰관이 되기로 다짐하고 시험 준비를 거쳐 1986년 경찰관이 된 그는 현재까지 경남, 부산에서 34년간 근무하고 있다.

경찰 생활의 역경

우중기 경감은 특정한 일이나 사건보다는 국민들의 정서 속에 자리 잡은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경찰 생활을 하면서 다소 힘들게 느껴졌다. 그는 과거에 우는 아이에게 “순사 아저씨가 잡으러 온다”고 하면 아이가 울음을 뚝 그쳤다는 말을 기억한다. 우 경감은 경찰에 대한 과거의 이런 부정적인 시민들의 인식이 주민과 경찰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위험에 처해도 경찰을 찾는 데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 그는 “국민과 함께 하는 경찰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민이 경찰을 다정하고 든든한 친구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우중기 경감은 1980년대 말 지리산을 관할하는 경남 지역의 경찰서에서 근무할 때 있었던 사건을 가장 기억에 남은 사건으로 꼽았다. 당시 관할인 지리산에서 강도강간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처럼 과학 수사 기법이 많이 발달하지 않던 시절이라 오로지 형사들이 발로 뛰며 수사했기에 범인을 검거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수사 진행 중, 그는 산속의 어느 한 움막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사람은 없었으나 피해자들로부터 빼앗은 일상 의약품들이 발견되면서 수사에 활기를 찾았다. 그 후 그는 약 2개월 동안 등산객으로 가장하 움막 근처에서 잠복했다. 하지만, 낌새를 눈치챈 범인은 그 후로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 지금도 그 사건이 가끔 떠오르지만 우 경감은 그 뒤로 그 사건이 어찌 됐는지는 잘 알 수 없다. 우중기 경감은 “부산으로 근무지를 옮긴 지 약 24년 정도 됐는데, 아직까지도 그때의 범인을 못잡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보람찬 날도 많았다

경찰관으로서 생활하며 많은 사건을 겪는다. 그 중 우중기 경감이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일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억울한 죽음을 해결한 사건이다. 19080년대 말, 당시 중앙분리대가 설치돼있지 않았던 남해고속도로에서 한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앞 차량을 추월 운행했고, 위반 차량을 피하려던 건너편 차선의 차량 운전자가 사고로 사망하는 비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요즘은 곳곳에 CCTV가 설치돼있고 대부분 차량에 블랙박스가 있어 사고 원인을 찾기 쉬운데, 이 사건 역시 과학 수사 기법이 많이 없던 시절에 발생한 사건이라 수사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래도 그는 억울한 죽음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희미하게 알아낸 용의 차량의 번호를 바탕으로 전국으로 차량번호를 조회했고 결국 수백 대에 이르는 차량 중 용의 차량의 운전자를 밝혀냈다. 우중기 경감은 “한 건의 교통사고 운전자를 검거한 것이지만 사망자 가족들에게는 억울한 죽음을 풀 수 있는 일이었음을 생각할 때 참 보람있는 수사였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는 경찰 근무를 하면서 알게 된 어려운 가정을 사회의 일원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사례였다. 아버지가 홀로 아들을 키우는 가정이었는데 직장 근무 중 사고로 직장을 잃게 돼 술로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와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아들 사이에서 잦은 다툼이 발생했다. 그때마다 그들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계속하여 경찰에 신고를 해왔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됐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후 그는 당사자인 아버지와 아들과 수회에 걸친 면담을 했고, 지역 복지 담당 공무원과 의료 기관들의 자문을 구해서 정상적인 가정으로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런 도움 덕분에 이 가정은 기초 생활 수급자 혜택과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우중기 경감은 사건을 해결하는 것 외에도 주민들이 건네는 “경찰관 아저씨 수고합니다”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근무 중 쌓인 피로를 풀리게 해주고 경찰 된 게 뿌듯하게 느껴진다. 그는 “평소에 길을 가다가 경찰을 보면 마음을 담아 환한 얼굴로 정답게 인사 한 마디 해주면 감사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우중기 경감은 오랜 시간 경찰로 근무하며 기억에 남는 사건, 아쉬운 사건, 그리고 보람을 느낀 사건들을 접했다고 과거 치열한 경찰 생활을 회상했다(사진: 우중기 경감 제공).
우중기 경감은 오랜 시간 경찰로 근무하며 기억에 남는 사건, 아쉬운 사건, 그리고 보람을 느낀 사건들을 접했다고 과거 치열한 경찰 생활을 회상했다(사진: 우중기 경감 제공).

"주민 모두들, 보이스피싱 범죄에 주의하세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 역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의 경우, 전년과 비교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건수는 감소했으나, 피해 금액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휴대폰에 특정 앱을 깔면 해킹이 돼 피해를 발생시키는 수법, 가족이나 친인척들에게 자녀가 납치됐다는 등 현금을 요구하는 수법 등 다양한 범죄 유형이 있다. “사람들은 ‘누가 이런 방법에 피해를 당하느냐?’하고 방심하기 쉽지만, 보이스피싱은 누구나 당할 수 있다. 피해가 발생하고 나면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 예방이 최고”라고 우중기 경감은 말했다.

문자메세지로 출처 없는 주소가 온다면 절대 클릭하지 말아야 한다고 우중기 경감은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검찰, 경찰, 금융기관을 가장하여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한다며 문자로 URL을 설치하라고 보내주는 경우는 악성 앱이니 절대 설치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또한, 특정 장소에 돈을 보관하도록 유도하거나, 상품권 PIN번호를 요구하는 경우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중기 경감은 “간단한 예방법은 모르는 사람에게 온 전화나 문자는 ‘혹시 보이스피싱 아닌가?’라는 의심을 갖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경찰 지망 청춘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우중기 경감은 취업이 어려운 요즘 시대에 경찰서에 들어오는 신임 경찰들을 보면 기특하다. 그는 경찰관 채용 시험을 응시했을 당시 “왜 경찰관이 되려고 하느냐?”는 면접관의 물음에 “일선 현장에서 국민들을 위해 흘리는 땀의 양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국민들이 경찰에 요구하는 기대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진 요즘, 우중기 경감은 경찰을 꿈꾸는 학생들이 경찰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경찰로서의 소명의식을 꼭 가지고 도전하길 기대하고 있다. 신임 경찰들의 교육기관인 중앙경찰학교 입구에는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고 쓰여있는 큰 표지석이 있다. 그는 “그 믿음에 부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조국의 부름에 ‘내가 여기 있노라’고 외치며 당당하게 지원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중기 경감은 내년 말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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