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시아공동체학교’는 박효석 교장 헌신이 만든 다문화 아이들 행복 요람
상태바
부산 ‘아시아공동체학교’는 박효석 교장 헌신이 만든 다문화 아이들 행복 요람
  • 취재기자 조영준
  • 승인 2020.11.28 0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효석 교장,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받게 하자”는 다짐으로 시작
교사 10여 명, 학생 40여 명의 학력 인정 받는 정식 대안학교로 성장
박효석 교장은 교육감 선거 출마해 다수 지지 받기도

14만 7378명. 이 수치는 지난 8월 27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0년 교육기본통계’의 초, 중, 고교 다문화 학생수다. 작년의 13만 7225명 대비 1만 153명이 증가했다. 다문화 학생 비율은 우리나라 전체 학생 수에서 2.8%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다문화 학생 부모의 출신 국가는 중국계, 베트남계, 필리핀계, 일본계 순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시아권 나라 출신이 대부분이다.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자, 한국 교육도 변화를 맞이했다. 대안학교, 다문화 학교, 한국어 교실 등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실이 전국 곳곳에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기 그 다문화 교육의 행렬 최선두에 선 사람이 있다. 바로 부산 아시아공동체학교 교장 박효석(58) 씨다. 일반 학교들과는 조금 다른 아시아공동체학교를 운영 중인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됐을까? 박효석 씨의 과거로 돌아가보자.

아시아공동체학교 교장 박효석 선생님(사진: 박효석 씨 제공).
아시아공동체학교 교장 박효석 선생님(사진: 박효석 씨 제공).

그의 유년기 장래희망은 유전 공학자였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항상 밥을 배불리 먹지 못해 쌀알을 아주 크게 만드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한 우장춘 박사처럼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는 음식을 개발하는 꿈을 키웠다. “어릴 적 책 속에서 독일의 아주 커다란 호박을 봤다. 이렇게 커다란 음식이면 사람들이 굶주리지 않고 끼니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유전공학에) 흥미를 느꼈다”고 박 씨는 전했다.

유전 공학자의 꿈을 향해 열심히 공부하던 그는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생 1학년 시절, 그는 적색과 녹색이 잘 구분이 되지 않는 색약 증상으로 화학 제품의 색깔을 구별해야 하는 이과가 아니고 문과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그는 커다란 허망감을 느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져온 꿈을 이뤄볼 기회도 없이 포기해야만 했다.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라 할 만큼 중요한 일이었다”고 박 씨는 전했다.

1986년 박 씨는 경성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 시절 총학생회 멤버로 활동하면서 학생운동에 가담했다. 그때는 그게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그의 신념은 변함없었다. 그는 포크레인 기사 일을 하며 도시빈민을 돕는 ‘광장도서원’이란 단체활동도 했고, 전국 최초로 단종 건설 회사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노동조합 활동 중, 그는 빚을 져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지금은 파산신청이나 개인회생에 대한 제도들이 있지만, 그 시절에는 빚은 무조건 갚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2002년 최근 ‘술접대 검사’를 폭로한 박훈 변호사, 노승진 변호사를 비롯한 많은 변호사들을 모아 파산을 지원하는 금융피해자(신용불량자) 파산지원 연대를 전국 최초로 설립했다. 노승진 변호사와 박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박훈 변호사가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이 연대는 파산하기 힘겨워하거나 빚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박 씨의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1년 6개월이나 걸리던 파산 재판은 4개월로 단축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 박 씨는 해마다 50억씩 줄 테니 전국에 사무실을 만들어 변호사를 고용해 파산을 돕는 사무실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박 씨는 파산 법원을 만들어 정부에서 파산 개인이나 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제안을 거절했다. 개인적으로 돈 버는 것보다 파산을 돕는 제도를 만들어 어려운 사람들을 제대로 돕자는 신념을 가진 박 씨다운 결정이었다.

박 씨는 신념은 그때부터 확고했다. 청년들은 빚을 지면 파산은 되지만 면책이 되지 않는다. 면책이 안 되면 빚이 없어지지 않아 취직하기도 힘들다. 그러므로 청년 대부분은 파산 선고를 하지 않고 빚과 이자를 떠안고 산다. 그는 개인으로 보면 빚을 낸 사람의 잘못이지만, 그 시스템을 만든 사회 체제와 제도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과거 170만 원의 빚을 가진 사람도 파산제도를 통해서 회생하게 도와준 적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170만 원이 적은 돈이지만, 누군가에는 생사가 걸린 소중한 돈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빚지고 힘든 사람들을 돕던 박 씨는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한다. 서울, 대구, 전주 등에서 사람들을 규합 후 대전에서 파산 관련 전국모임을 가지던 그는 모임 후 전주에서 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는 농촌의 한 가정집을 지나다 그 집의 남편이 아내를 폭행 중인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 사람이 말렸지만, 남편은 남 집안일에 신경 쓰지말라며 계속 아내를 폭행했고, 결국 동네 사람들까지 모여들어 말렸다고 한다. 남편에게 폭행당한 아내는 바로 베트남에서 시집와서 한국말이 서툰 여성이었고, 그들 사이의 아이는 장애인처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남편은 나이가 들어도 결혼하지 못해 베트남 여자와 국제결혼을 했고, 아내는 한국말이 서툴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했던 남편도 아이를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다 보니, 아이가 한국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은 박 씨는 그때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기 힘든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처음에는 어린이집을 생각했으나, 대안학교로 방향을 선회하여 2004년 계획서를 만들고, 2005년 추진위원회를 설립, 2006년 9월 부산시 남구 문현동에 아시아공동체학교를 개교했다.

부산시 남구 문현동에 위치한 아시아공동체학교는 폐교가 된 배정초등학교의 건물 일부를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영준).
부산시 남구 문현동에 위치한 아시아공동체학교는 폐교가 된 배정초등학교의 건물 일부를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영준).

아시아공동체학교는 다문화 가족 학생들이 다니는 대안학교다. 국내 최초의 다문화 학교로 현재는 일반 학교로 복귀하길 거부하는 한국 학생들과 다문화 학생들이 다니고 있으며, 그 중 90% 이상이 다문화 학생이다. 개교 초기에는 학력 인정이 되지 않았지만, 박 씨와 교사 및 학생들의 노력으로 현재는 다문화 학생들에 한해 초, 중,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고 있다. 교육과정은 다른 학교들과 비슷하나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등 외국어 교육의 비중이 높다. 외국어 과목을 개설한 이유는 한국인에겐 외국어인 이 언어도 누군가에게는 모국어이기 때문에 자신의 문화를 잊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문화도 존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물론 한국어를 가르치는 수업도 있다. 아시아공동체학교에 존재하는 디딤돌 반은 외국에서 와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에게 한국어학당처럼 한국어를 가르치는 전국 최초의 정규학교 한국어 수업을 받는 학급이다.

아시아공동체학교에서는 여러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체험을 하며 교육받고 있다(사진: 아시아공동체학교 홈페이지).
아시아공동체학교에서는 여러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체험을 하며 교육받고 있다(사진: 아시아공동체학교 홈페이지).

학교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귀신축제는 다양한 문화 체험을 지향하는 박 씨의 의중이 녹아있다. 선생님들의 많은 도움 없이 학생들 스스로 축제를 기획하고, 소품을 준비하며, 영상제작을 책임진다. 박 씨는 “축제를 준비하면서 학생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겠지만, 그 속에서 서로 협동하며 사회에 나가기 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중요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공동체학교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제6회 세계귀신축제 포스터. 작년과 올해는 열리지 않았지만, 여건이 되면 다시 축제를 진행할 예정이다(사진: 박효석 씨 제공).
아시아공동체학교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제6회 세계귀신축제 포스터. 작년과 올해는 열리지 않았지만, 여건이 되면 다시 축제를 진행할 예정이다(사진: 박효석 씨 제공).

학교를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박 씨는 학교를 통해 많은 것을 느낀다. 그가 학교를 운영하며 졸업한 아이들이 음료를 들고 찾아올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박 씨는 “정말 말을 안 듣는 학생이 있었는데 스승의 날마다 나를 찾아온다. 학교 다닐 때는 졸업은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자기 길을 찾아가는 것을 보니 기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 씨는 즐거웠던 기억 이외에도 힘들었던 경험도 털어놨다. 그는 “아무래도 학비를 받지 않으니 학교를 운영하는데 돈이 부족하다. 선생님들 월급도 올려줘야 되지만, 다른 학교 수준에 비해서 적은 돈이라 마음이 편치는 않다”며 안타까움 심정을 전했다. 현재 학교는 후원금과 2억 원 내외의 교육청 지원금으로 건물임대료와 교사 시급을 지급하고 있다.

박 씨는 2018년 부산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도 밝혔다. 2017년 이전까지 아시아공동체학교는 정식 교육 위탁기관으로서 한국과 다문화 학생 모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7년, 교육청으로부터 한국 학생들의 학력을 인정해줄 수 없고 지원금도 줄 수 없다는 통보가 내려온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명운동도 하고 시위도 했지만, 헛수고였다. 이에 박 씨는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이것이 정식으로 권력에 도전하기 위해 교육감 출마를 결정한 계기가 됐다. 그의 대표적인 공약은 교육청 건물 매각이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육청이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학교 운영에 지장을 주고, 죄 없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건물을 판 돈을 모두 학생들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 박 씨의 생각이었다. 비록 당선되지는 않았지만, 박 씨는 “득표율 3, 4% 정도를 예상했는데 10%나 나왔다. 하늘에서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적당한 표를 준 것 같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결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2018년 부산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박효석 씨의 포스터(사진: 박효석 씨 제공).
2018년 부산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박효석 씨의 포스터(사진: 박효석 씨 제공).

코로나로 인해 이전에 비해 많이 힘든 상황이지만, 박 씨는 학생들을 위해 여전히 바쁘게 지낸다. 박 씨는 “코로나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하는 점이 미안하다. 나와 선생님들이 노력해 학생들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 학교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시아공동체학교는 박 씨 포함 12명의 교사들이 주요 교과를 담당하며, 예체능 교과 10명, 외국어 교과 7명, 진로 교과 4명의 교사들이 학생들을 교육한다. 현재 학생수는 40여 명이며 전학과 이주로 잦은 변동이 있다. 초등과정 학생들은 10명 미만, 중, 고등과정 학생들은 각 20명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 학교를 운영되는 데 쓰이는 후원계좌가 있어서 뜻있는 독지가들의 후원금도 모금하고 있다. 후원계좌는 부산은행 223-01-001863-1과 하나은행 312-910002-46804.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