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식 간의 비극적 결말… 자격은 부모에게만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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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자식 간의 비극적 결말… 자격은 부모에게만 필요한 것일까?
  • 부산시 수영구 박상현
  • 승인 2020.11.16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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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모, 음주 폭행 일삼은 친아들 살해 혐의에 법원은 무죄판결
법원, "173cm에 100kg 아들 살해 제3자 개입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
23년간 조현병 앓은 친딸 살해한 60대 여성에게는 징역 4년형 구형
부모가 자신의 손으로 친자식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사진:pixabay 무료이미지).
부모가 자신의 손으로 친자식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최근 부모와 자식 간의 비극적 사건이 잦아졌다. 관련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코로나 사태의 악영향이 가정의 불화마저 증폭시키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 70대 여성은 아들의 목을 졸라 살해했고, 다른 60대 여성은 조현병을 앓던 딸을 살해했다.

“아들이 너무 불쌍해서 그랬습니다.” 70대 여성 A 씨가 최후 진술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언론에 따르면, A 씨의 아들은 사업에 실패한 후 술에 의존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들은 술에 취하면 A 씨에게 폭언을 일삼았고, 심지어 그녀를 폭행하기도 했다. 사건 당일도 어김없이 아침부터 술을 찾았고, 술을 더 먹겠다는 아들의 말에 A 씨는 술병으로 아들의 머리를 내리쳤다. 아들은 머리를 맞고도 정신을 잃지 않았다. A 씨는 그런 아들에게 수건을 둘러 목을 졸라 살해했다.

A 씨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그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키 173cm에 100kg이 넘는 몸무게를 가진 아들을 70대 노모가 살해했다는 점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재판부는 “제3자 살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녀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무죄를 선고받은 A 씨와 달리, 60대 여성 B 씨는 딸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았다. 언론에 따르면, B 씨의 딸은 중학생 시절부터 조현병 증세를 보였다. B 씨는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물심양면으로 딸을 보살폈다. 23년이라는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딸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B 씨는 남편이 없는 틈을 타 딸을 살해했다.

사람을 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고작 4년 형밖에 선고받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형량에 대해 재판부는 “(B 씨의) 계속된 노력에도 피해자의 상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차츰 심신이 쇠약해져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보호의 몫 상당 부분을 국가와 사회보다는 가정에서 감당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런 비극적인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반려동물에게도 이름을 지어주고, 가족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금지옥엽으로 키운 친자식들을 자기 손으로 해쳤을까. 분명 자식들의 슬픔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득과 회유는 물론, 감정 섞인 호소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시밭길을 걷는 자식을 두 눈으로 지켜보는 기분이었을까.

살인자들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들의 행위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까운 마음이 이는 것이 사실이다. 부모, 자식 간의 생각이나 가치관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었다면, 충분한 대화와 전문가를 동원한 상담 등을 통해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당 사건들은 피해자의 정신상태에서 시작된 것이다. 변화할 생각이 없던 그들의 모습을 보면, 이는 어쩌면 예정된 결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소속된 대학에는 ‘현대사회와 좋은 아버지 되기’라는 교양과목이 있다. 2014년 출판된 최효찬, 이미미 저자의 <부모의 자격>이라는 책을 아마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책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선 그와 관련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술 없이는 못 살던 아들의 수발을 든 A 씨, 23년간 딸을 간호한 B 씨, 그들을 자격 없는 부모라며 돌을 던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 두 가정을 보며 생각했다. 자격이 필요한 것은 부모뿐만이 아니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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