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용 노트북·태블릿PC 사려고 알바한다"...코로나 시대 뜻밖의 '교육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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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업용 노트북·태블릿PC 사려고 알바한다"...코로나 시대 뜻밖의 '교육불평등'
  • 전북 익산시 김희원
  • 승인 2020.11.15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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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업 들으러 노트북 테블릿 PC 구입하려 알바 나섰다는 친구 여럿
경제불평등이 교육불평등으로 확대재생산 중

코로나19 확산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무기력증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날마다 늘고 있다. 나 또한 온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 수업을 받은 후에는 비대면 상황에 대한 우울감을 느낀다. 그런데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시행한 ‘코로나19 국민 인식조사’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심각해질 수 있는 문제로 ‘경제적 불평등’이 1위로 올랐다. 미래가 막막한 상황 속에서 해결되지 않는 경제적 불평등, 이것이 국민의 우울감을 증가시키는 가장 큰 요소라는 것이다.

사회 속 다양한 불평등은 이미 존재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제 불평등 양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대부분의 고소득, 고학력층은 재택근무를 하는 등 그들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했지만, 저소득, 저학력층은 일자리를 잃으며 경제위기에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경제 불평등에는 교육 불평등이 잇따른다. 집합 금지 명령으로 학원에 갈 수 없는 학생들은 불만이 많다. 학원 선생님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혼자 공부하는 학생과 고액의 개인과외를 받는 소수 학생의 상황은 불평등하다. 또한 비대면 수업에 필요한 디지털 기기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도 있다. 실제로 나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전자기기(노트북, 태블릿PC 등)를 마련하기 위해 급히 아르바이트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는 지인과, 부모님께서 마련해주신 비대면 수업용 노트북을 당연하다는 듯 사용하는 지인의 상황을 봤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그런 전자기기를 구하지 못한 대학생이 한동안 PC방을 전전하며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는 글을 읽었다. 이렇듯 교육 불평등은 우리 주변에 만연하다.

비대면 수업에 사용하기 위한 노트북이나 테블릿PC 구입 경비가 필요해 알바 전선에 나선 대학생들이 늘었다고 한다. 빈곤이 경제적 불평등에 이어 교육 불평등마저 초래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비대면 수업에 사용하기 위한 노트북이나 테블릿PC 구입 경비가 필요해 알바 전선에 나선 대학생들이 늘었다고 한다. 빈곤이 경제적 불평등에 이어 교육 불평등마저 초래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이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교육 불평등 해소를 목적으로 900대의 태블릿PC를 무상 제공한다고 한다. 태블릿PC와 같은 전자기기를 소유하고 있지 않아 비대면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학생은 더욱 나은 학습 환경에서 수업을 받게 될 것이다. 한 언론에서는 태블릿PC 제공, 교육경비 지급과 같이 한 번에 그치는 정책이 교육 불평등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정책인 양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일시적인 방안이 교육 불평등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 불평등은 대개 경제 불평등에서 기인한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치는 사회 속에서 경제 양극화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계급 간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며, 그 사회에 미래란 없다. 경제 불평등 해소를 위해선 많은 정책, 법이 필요하다.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정책을 내걸며 잠시나마 경제 불평등의 성화를 잠재우는 것이 아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제도적 차원과 더불어 우리들의 심리적 차원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학교는 학생들에게 소위 명문대학교 입학이 곧 인생의 성공이라는 관념을 주입한다. 문제집이 가득 든, 자기 몸보다 큰 캐리어를 끌고 온종일 학원을 다니는 초등학생에게 사용되는 교육비가 정말로 필요한 것일까? 교육경쟁을 줄이고 대학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인식을 바꾸는 정책을 수립한다면, 교육 불평등은 완화될 것이다. 학벌 위주 사회에서 벗어나 개인의 능력을 중요시하는 사회가 될 때 비로소 교육 불평등의 견고한 벽이 무너질 것이다.

*편집자주: 위의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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