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엄한 국제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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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엄한 국제현실
  • 경성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우병동 교수
  • 승인 2013.01.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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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드디어 핵실험을 강행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세계가 그토록 말려온 핵실험을 기어코 단행, 북한은 이제 돌아오기 어려운 다리를 건넜다.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의 생존을 담보받는 가장 확실한 보장을 했다고 한숨 놓을지 모른다. 일본 총련을 대변하는 기관지 '조선신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무들, 이제는 고생 끝에 낙을 보게 되었소. 우리에게 여명이 밝아오고 있단 말이오"라고 소개한 것을 보면 이번 핵실험을 그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핵을 가지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상황이 진전되는 것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문제다. 우선 강대국들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미국은 입으로는 대화를 하겠다고 말하지만 제재를 풀 생각은 않고 오히려 유엔 안보리를 부추겨 국제적인 압력을 가하려 한다. 그 동안 미국이 하는 일을 다소 언짢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나라들도 이제는 북한이 정말 너무한다는 식으로 규제에 동참하려 든다. 일본은 이 기회에 군비를 대폭 확충할 태세로 아예 헌법을 개정, 외국에 군대 파견까지 하려는 기세다.

더욱 어려운 것은 지금까지 북한 편에서 그들의 권익을 옹호해주던 러시아와 중국 등 맹방도 유엔 안보리 편에서 공동 제재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자존심을 상한 것 같고, 러시아도 높아가는 국제적인 압력 분위기에 어쩌지 못하는 눈치다. 이제 북한은 완전히 고립되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물론 당장에 군사행동이 벌어지거나 극단적인 제재가 가해지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조여드는 국제적인 압력이 높아질 때 북한으로서는 선택의 폭이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들로서도 위협의 강도를 자꾸 높일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사실 한국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이 각각 자기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행동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로서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막막한 입장에 처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동북아 각국의 정세를 살펴보면 정말 한 치 앞을 헤아리기 어렵다. 러시아는 최근 강력한 경제성장 추세에 따라 강대국으로서의 힘을 키우고 있으며 천연가스 등 자원 무기로 주변 국가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역시 급속도로 성장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며 이를 통한 서북공정과 동북공정 등 주변 국가에 대한 간섭과 개입의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직접 북한과 대치하던 입장을 바꾸어 이 지역 미군의 주력을 일본으로 빼돌려 이른바 인계철선 위험에서 벗어날 태세이다. 이제 전시작전통제권마저 한국에 주어 유사시 책임을 가볍게 하려 한다. 그들이 한미동맹을 버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직접 전쟁을 떠맡아 하겠다는 것과 유사시 도와주겠다는 것은 크게 다른 의미가 있다. 일본은 더욱 노골적으로 이 지역에서의 영향을 키우려고 한다. 미일연합사를 일본에 설치하고 미군 주력부대를 일본에 두려는 것은 미일 관계를 더욱 긴밀히 하면서 그들의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와 다름없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은 자칫 큰 변화의 뇌관일 수 있는 위험한 불장난을 시작했다. 우리가 민족적인 애착심과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북한을 감싸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순수하고 순진한 마음이 통하기에는 국가 간 이해관계가 너무 냉정하고 거칠다. 오늘날 불안정하고 변화무쌍한 국제환경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유감스럽지만 너무 작다. 북한마저 막다른 골목으로 자꾸 치닫는 지금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안은 그나마 전통적인 우방들과 힘을 합쳐서 운신의 폭을 넓혀가는 길뿐이다. 한편마저 없어진 외로운 입장에서 큰 변화와 충격의 소용돌이가 몰려온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것은 자존심의 문제라기보다 생존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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