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달라진 부산 번화가 밤거리... 술집은 ‘만원’ 식당은 ‘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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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달라진 부산 번화가 밤거리... 술집은 ‘만원’ 식당은 ‘한산’
  • 취재기자 김신희
  • 승인 2020.11.1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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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속, 부산 서면은 밤마다 사람들로 북적
술집과 클럽 등 마스크 안쓰고 거리두기도 제대로 안해
부산시 등 당국은 핵심 방역수칙 준수 여부 점검으로 '비지땀'

지난 10월 12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장기간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민생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적극적으로 고려했다”며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했다.

최근 서면의 번화가로 잘 알려진 ‘젊음의 거리’를 많은 사람이 지나치고 있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이 시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번화가는 사람들로 빼곡하다(사진: 취재기자 김신희).
서면의 번화가로 잘 알려진 ‘젊음의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붐비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신희).

방역 당국이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함으로 활동 자유의 폭이 넓어진 시민들은 걷잡을 수 없이 번화가에 흘러넘쳤고, 한편에선 코로나가 안정됐으면 하는 시민들의 한숨이 흘러넘친다. 겨우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지 몇 주 되지 않은 시점에 부산 번화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현재 한국 확진자 수는 11일 0시 기준, 2만 7799명으로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10월 12일에 비해 한 달 사이에 2000명 이상이 증가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고강도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11월 3일 기준 910만 8353명, 인도는 826만 7623명, 프랑스는 143만 3254명, 스페인은 118만 5678명, 영국은 105만 3868명 등 수많은 확진자 수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외 코로나19 확진현황에 대한 국가별 현황(도표: 취재기자 김신희).
국내외 코로나19 확진현황에 대한 국가별 현황(도표: 취재기자 김신희).

전 세계는 폭풍전야와 같은 상황을 지니고 있으며, 현재 국내외 코로나 확진자는 4300만 명을 훌쩍 넘기며 5000만 명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고 스산한 날씨의 11월 초 어느날 밤 11시, 부산 서면은 지나치는 사람들과 자주 어깨가 부딪힐 만큼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간이 흘러 자정이 지나자 클럽 앞에는 입장하려고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목격됐다. 서면 A 클럽에 손님을 모시고 온 한 택시기사는 “이게 내 일이고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야 하니까 손님들이 클럽을 가든 술집을 가든 모셔는 드리는데, 위험한 이 시국에 클럽으로 가달라는 손님이 타면 한숨부터 나온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클럽뿐 아니라 노래방을 비롯한 유흥업소는 번쩍이는 간판 조명 아래로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있었다. 술집으로 가득한 거리는 사람들로 빽빽하게 차 있었으며, 평소 분위기가 좋다고 입소문을 탄 술집 앞에는 웨이팅을 자처하며 대기 줄을 서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술집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한 시민은 “(정부로부터) 술집에 가지 말라는 소리는 없었다”며 “우리도 사회생활을 하려면 이렇게 밖에 나와야 하는데 굳이 집에서 자가격리할 필요도 없고 그거 때문에 우울해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밤 11시, 인기가 많은 술집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 번호를 받은 채 부산 서면의 한 술집 앞에서 여러 명의 손님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신희).
밤 11시, 인기가 많은 술집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 번호를 받은 채 부산 서면의 한 술집 앞에서 다수의 손님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신희).

서면의 B 포차 내부에는 손님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다닥다닥 앉아있었다. 만나서 놀 수 있는 적절한 사람을 서로 찾고 고른다는 의미의 ‘헌팅’을 테마로 한 포차는 남녀 할 것 없이 술도 마시고,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방역기준을 지키는 행동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헌팅을 테마로 한 서면의 B 포차에서 손님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술자리를 즐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신희).
헌팅을 테마로 한 서면의 B 포차에서 손님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술자리를 즐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신희).

손님들과는 또 다른 입장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자영업자들은 생계가 달린 일이라고 생각하면 손님들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고 코로나 확산을 생각하면 영업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는 모순적인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장사한다. B 포차의 점장은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고 손님들이 늘었긴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기 전만큼은 아니다”라며 “방역수칙은 따르라는 대로 다 따랐건만 매출은 크게 오르지 않는 걸 볼 때마다 코로나가 빨리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B 포차의 맞은 편에 위치한 식당 거리는 사람들이 오지 않아 가게 주인만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많아 봤자 두 테이블을 채운 것이 다인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서면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식당을 어떻게 끌어나갈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식당 사장은 “거리두기 1단계고 뭐고 이런 식당에는 손님들이 코로나 때문에 걱정돼서 오지도 않으면서 앞에 있는 술집은 허구한 날 잘만 사람들이 드나들던데 어이가 없다”고 한탄했다.

밤 11시, 술꾼들로 왁자지껄한 부산 서면 술집 거리 맞은 편에 있는 한식당에는 술집과는 대비되게 손님이 한 명도 없이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신희).
밤 11시, 술꾼들로 왁자지껄한 부산 서면 술집 거리 맞은 편에 있는 한 식당에는 술집과는 대비되게 손님이 없어 분위기가 썰렁하다(사진: 취재기자 김신희).

이 사태를 뉴스로 접하고 있는 시민들도 목소리가 커지기만 한다. 누구는 나갈 줄 몰라서 안 나가는 거냐고 책망하는 것이다. 주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민 김규원(23, 부산 사하구) 씨는 “(실질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사람 따로 있고, 안 지키는 사람 따로 있으면 이 사태가 이른 시일 내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사람을 잘 만나지 못하다 보니 우울한 생각을 많이 했지만 참아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탄식했다.

부산시청에서는 매일 오후 1시 반에 유튜브를 통해 부산시 코로나19 상황보고를 중계한다. 방송을 통해 부산시 보건위생과 허미선 팀장은 위험 중점지역인 서면 젊음의 거리 일대로 감성주점 13개소, 클럽 2개소, 고위험시설 및 다중이용시설 등 총 559개소의 핵심방역수칙준수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전했으며, “방역수칙에 유의하여 (부산 시민들이) 시민의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청은 유튜브를 통해 부산시 코로나19 상황보고를 온라인 생중계를 하고 있다(사진: 부산광역시 공식 유튜브 채널 ‘붓싼뉴스’ 제공).
부산시는 매일 유튜브를 통해 부산시 코로나19 상황보고를 온라인 생중계를 하고 있다(사진: 부산광역시 공식 유튜브 채널 ‘붓싼뉴스’ 제공).

정부는 코로나19의 유행을 안정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세분화 운영을 3단계에서 5단계로 늘렸다. 그간 확충된 의료체계 여력에 맞게 단계 조정 시 권역별 대응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개편됨으로써 코로나 확산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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