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분양 어디가 안전?...동물생산업 허가 받은 ‘착한 펫샵’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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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분양 어디가 안전?...동물생산업 허가 받은 ‘착한 펫샵’ 강추
  • 취재기자 구샛별
  • 승인 2020.11.11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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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경로 알고 반려동물 분양받는 게 중요
‘동물생산업 허가’ 받은 펫샵, 신뢰도 높아
전문가, “반려동물 존중하는 동물권 보장 입법화 중요”

국내 반려동물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개나 고양이 따위의 동물’이다. 과거에는 ‘애완동물’이라고 불렸는데, 희롱할 ‘완(玩)’자를 사용하여 장난감이나 상품으로 동물을 취급한다는 비판을 받게 됐고, 오늘날에는 ‘반려동물’이라 지칭하며 평생 가족으로서 대우한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신규 등록된 반려견은 79만 7081마리로 전년 대비 443.6% 증가했다. 또 2018 국가통계에 따르면, 애완용 동물 및 관련 용품 소매업 가게는 전국 5800여 개로 조사됐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면, 우선 분양부터 받아야 한다. 많은 사람은 새로운 가족인 ‘반려동물’을 분양받기 위해 오프라인 펫샵을 방문한다. 반려동물은 대표적으로 펫샵, 전문 켄넬(Kennel, 반려동물 전문 사육 업체), 유기견 분양업자, 가정 분양업자 등을 통해 분양받을 수 있다. 그 중 펫샵은 소비자가 원하는 품종과 색상을 얻을 수 있는 장소이자, 생활반경에서 쉽게 접근 가능한 장소다. 반려동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펫샵 보이콧’ 선언을 하고 있다. 펫샵에서 반려동물을 무분별하고 무책임하게 판매하고, ‘반려동물 농장’과 같이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견묘를 판매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증가시킨다는 것. 인터넷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분양받은 반려동물이 얼마 가지 않아 질병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심지어 죽었다는 말도 더러 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펫샵에서 강아지를 분양받고 한 달이 조금 지난 뒤 죽었는데, 다른 개로 보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펫샵에서 분양 받은 강아지가 아파 감기를 앓는 줄 알았는데, 병원에 가보니 홍역이었다”고 말했다. 2018년 한 해 동안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동물판매업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접수현황은 146건으로 적지 않은 피해 현황을 나타낸다.

네이버 한 애견 커뮤니티 블로그에는 펫샵에서 분양 받은 반려견 피해를 호소 글들이 많다(사진: 네이버 블로그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 캡처).
네이버 한 애견 커뮤니티 블로그에는 펫샵에서 분양 받은 반려견 피해를 호소 글들이 많다(사진: 네이버 블로그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 캡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펫샵은 반려동물을 판매하기 위해서 가입비를 내고 경매장에서 입찰을 통해 동물을 사오는데, 경매장에서 판매되는 동물들은 대개 ‘고양이 공장’ 또는 ‘강아지 공장’ 등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생산된’ 새끼라는 것.

하지만 경매장이 동물들을 어디에서든 사오고 또 경매하는 것 자체는 합법이기 때문에, 경매장을 비난할 수가 없고, 그곳에서 동물을 사서 소비자에게 파는 펫샵 역시 불법도 아니고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한 고양이 펫샵은 입구에 반려묘 용품과 미용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펫 도어 너머 고양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가게의 2/3 정도를 차지한다. 이곳에서는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와 부모 고양이가 있다. 그래서 이 펫샵은 자체적으로 고양이 어미로부터 새끼를 생산해서 키우고 분양하는 곳임을 보여준다. 이곳에는 각종 고양이 장난감과 캣 타워가 설치되어 있어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고양이가 한 마리씩 독립된 공간에서 서로 분리되어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켄넬도 마련되어 있다.

금정구의 한 펫샵에는 동물 미용 공간과 우측 고양이 생활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구샛별).
금정구의 한 펫샵에는 동물 미용 공간과 우측 고양이 생활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구샛별).

금정구 고양이 펫샵을 운영하는 50대 김순희(가명) 씨는 종종 가게 손님이 맡기거나 길고양이들을 거두어 분양하기도 한다. 펫샵을 이용하는 손님 중 가정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분양이 마땅치 않을 때 자신에게 주거나, 자신이 길고양이를 거두어 키우다가 어느 정도 자란 후 분양을 원하는 묘주가 나타나면, 무료분양을 한다는 것. 김순희 씨는 “눈조차 뜨지 못한 버려진 새끼 길고양이들을 내가 거두어 키웠는데, 손님들이 입양했다. 오히려 길고양이가 분양이 더 잘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펫샵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유롭게 놀고 있는 고양이들(사진: 취재기자 구샛별)
펫샵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유롭게 놀고 있는 고양이들(사진: 취재기자 구샛별)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펫샵을 운영하는 40대 하진석(가명) 씨는 펫샵이 가지는 동물판매업 등록에 더해 ‘동물생산업 허가’를 얻어 운영 중이다. 동물판매업, 동물전시업 등은 ‘등록’ 절차를 밟으면 그만인데 반해, 동물생산업은 반려동물을 번식시켜 판매하는 것으로 동물 보호법 및 동법 시행규칙에 따라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동물생산업 허가 절차는 영업자 명의로 된 단독 주택이 있어야 하고 관련 시설을 갖춰져야 하는 등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허가 요건이 있다. 때문에 반려동물을 분양할 때, 동물생산업 허가증을 가진 펫샵은 소비자가 믿고 반려동물을 분양받을 수 있다는 것. 하진석 씨는 “새끼가 어미젖을 두 달 꽉 채워 먹어서 건강하고, 부모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고. 또 사회화 과정을 거쳤다는 좋은 점들이 많아 메리트가 된다”고 말했다.

모든 펫샵이 반려동물을 믿고 살 수 있는 ‘착한 펫샵’은 아니라는 게 하진석 씨의 입장이다. 하진석 씨는 우리나라는 유럽과 같은 선진국처럼 엄격한 분양 기준이나 동물복지가 보편화되어 있지도 않고 법적으로 후속 관리의 의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진석 씨는 “펫샵에서 반려동물을 생산하고 분양하는 것은 최대한 사업주가 양심적이고 도의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착한 펫샵’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착한 펫샵’ 사장들은 입을 모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분양받은 만려동물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도록 인내와 사랑으로 품어서 진정한 가족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 김순희 씨는 “고양이나 강아지는 평생 보호자만 바라보고 살기 때문에 끝까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분양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진석 씨도 “반려동물이 자라면 케어하지 못해 유기해버리는 사람이 많은데, 고양이나 강아지도 생명체라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형(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믿을 만한 펫샵을 통해 반려견을 분양받게 됐다. 처음에는 강아지 공장과 같은 비윤리적인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유기견 입양을 원했지만, 다행히 믿을 수 있는 펫샵을 소개받게 돼서 이용하게 됐다는 것. 김진형 씨는 “입양 후 한 달 정도 펫샵에서 반려견 훈련 및 교육을 받았고, 펫샵이 연결해 준 동물병원에서도 교육을 지원해 줘서 더 관리 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40대 이신렬 씨도 펫샵을 통해 반려견을 분양받았다. 집 근처에 위치한 장점 때문에 쉽게 신뢰할 수 있는 펫샵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 이신렬 씨는 “펫샵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별로 없었고, 반려견을 평생가족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키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성대 반려생물학과 조영근 교수는 요즘 ‘착한 펫샵’이 반려동물을 상품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동물권’을 가진 주체로 보는 시각에서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동물권은 반려동물도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가진다는 것이며,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반려동물 생산 및 입양 방식이 법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근 교수는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펫샵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입법화되어야 하는데, 동물권 인정과 동물 복지에 대한 견해가 정당마다 달라 입법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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