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팔아?...인기 플랫폼 ‘당근마켓’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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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팔아?...인기 플랫폼 ‘당근마켓’의 빛과 그림자
  • 취재기자 손다은
  • 승인 2020.11.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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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주민들끼리 거래하는 간단한 판매방식 인기
사기 거래, 조건 만남 등 부적절한 게시글도 있어 관리 시급

나에겐 쓸모없는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한 물건일 수 있는 중고물품. 코로나19로 인해 소비가 침체하고 중고물품 거래가 더욱 확산 중이다. 다양한 중고거래 물품 플랫폼이 존재하지만,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플랫폼은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중고거래’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중고거래부터 동네 정보까지 이웃들이 함께 만드는 지역 생활 커뮤니티다. 동네 인증 시스템을 사용해 가까운 거리의 사람과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특색이다.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이웃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소상공인을 위한 지역광고도 진행할 수 있다.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휴대전화 혹은 다른 전자기기를 통해 당근마켓 앱을 다운받은 후 휴대전화 인증을 하면 가입할 수 있다. 동네 인증 시스템을 통해 거주지를 설정한 후 중고거래 품목을 살펴보면 내 근처에 판매 중인 물품을 살펴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면 판매자와 일대일 채팅을 통해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대학생 박수빈(22, 부산시 북구) 씨는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직거래를 할 수 있어서 당근마켓을 애용한다고 한다. 박 씨는 “평소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면 사기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컸는데, 당근마켓은 직거래할 가능성이 커서 신뢰도가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당근마켓의 메인 로고와 당근마켓의 동네 인증 시스템이다. 거주 중인 동네를 인증하면 동네에 판매 중인 물품만 보여줘 직거래할 수 있는 확률이 크다(사진 : 당근마켓 웹사이트 캡처).
당근마켓의 메인 로고와 당근마켓의 동네 인증 시스템이다. 거주 중인 동네를 인증하면 동네에 판매 중인 물품만 보여줘 편리하게 직거래할 수 있다(사진 : 당근마켓 웹사이트 캡처).

쉽고 빠르게 중고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당근마켓의 이용자 수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당근마켓은 지난 9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렇게 대세 앱으로 자리 잡고 있는 당근마켓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당근마켓에는 ‘36주 된 아이 입양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와 큰 논란이 됐다. 이 글은 20대의 미혼모가 올린 글로 밝혀졌으며, 현재 아이는 보육시설에서 보호 중이라고 언론이 보도했다. 이런 일이 발생한 지 불과 11일만인 지난 27일 ‘300만 원에 아이 판매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와 당근마켓은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글은 10대 중학생의 장난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근마켓을 자주 사용하는 주부 최진화(52, 부산시 북구) 씨는 당근마켓이 이런 무분별한 게시글에 대한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씨는 “당근마켓을 이용하면 가끔 말도 안 되는 게시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게시글을 빨리 처리하고 선별하는 시스템을 당근마켓이 더욱 확실하게 구축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아이를 판매하는 게시글이다. 20대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상황에 올린 게시글이란 것이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사진 : 당근마켓 웹사이트 캡처).
당근마켓에 올라온 아이를 판매하는 게시글이다. 20대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상황에 올린 게시글이란 것이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사진 : 당근마켓 웹사이트 캡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의 가장 큰 고질병인 사기거래가 당근마켓에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고거래 피해사례 건수가 2015년 9만여 건에서 2019년 23만여 건으로 중고거래 사이트의 사기행각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코로나19로 시장경제가 마비되면서 비교적 저렴한 중고물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거주지 근처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당근마켓도 사기행각을 피하지는 못했다. 대학생 박 모 씨는 최근 당근마켓을 통해 사기를 당했다. 박 씨는 “당근마켓을 통해 무선 이어폰을 구매하려고 했다”며 “가격대가 높은 물품이다 보니 직거래를 원했지만, 판매자가 택배를 통해 구매하면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길래 택배를 통해 물품을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 씨는 이어 “돈을 입금하고 며칠 뒤 택배를 받아보니 그 안에는 무선 이어폰 대신 줄 달린 이어폰이 들어있었다”며 “너무 황당하고 억울해서 경찰에 사기 신고를 접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동네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당근마켓의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같은 동네에 산다는 점을 이용해 다양한 범죄 수법이 나타나고 있다. 여성의 경우 입었던 옷을 판매해 달라는 요구를 받거나 조건 만남을 제시받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학생 김 모 씨는 원피스 판매 글을 올렸다가 입었던 제품 그대로 판매하면 돈을 더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김 씨는 “사뒀다가 안 입은 원피스를 판매하려고 당근마켓에 글을 올렸는데 어떤 사람이 연락이 와서 입었던 제품이냐는 질문을 했다. 새 제품이라고 말해줬더니 한 번 입은 채로 보내준다면 돈을 더 주겠다고 말했다. 그 연락을 받고 너무 기분이 불쾌해서 바로 차단했다. 이 사건 이후로 당근마켓을 사용하는 것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처벌 강도가 약하다는 의견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사기를 당한 경우, 피해 금액의 회수가 어렵고 재범의 확률이 높다. 또한, 사기조회 사이트나 경찰청을 통해 사기계좌를 검색하는 경우, 최근 3개월 이력만 조회되거나 피해자와 합의를 하거나 형을 사는 경우는 기존 범죄기록이 조회되지 않는다. 이를 악용한 재범의 사례가 늘어나자, 국민청원에는 중고마켓 피해방지 특별법을 개정해달라는 청원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당근마켓은 인공지능(AI)를 이용해 문제가 되는 게시글은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이용자가 직접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서비스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고거래 피해방지 청원이다. 온라인에서 발생한 중고거래를 처벌하는 강도가 약하고 확실한 체계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사진 : 국민청원 웹사이트 캡처).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고거래 피해방지 청원이다. 온라인에서 발생한 중고거래를 처벌하는 강도가 약하고 확실한 체계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사진 : 국민청원 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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