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1억 원 BJ 후원 사건...‘벗방’ 등 1인미디어 문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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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1억 원 BJ 후원 사건...‘벗방’ 등 1인미디어 문제 심각
  • 부산시 해운대구 조재민
  • 승인 2020.11.1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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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이 전세보증금 1억원 송금 회수 소동
BJ들의 거액 후원금 모으기 경쟁 치열
자극적 1인 미디어 통제 위한 정부 대책 시급
온라인에서는 정도를 모르는 개인 방송으로 인해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 : 구글 무료 이미지.)
최근 온라인에서 무분별한 개인방송으로 인해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사진 : 구글 무료 이미지).

최근 한 초등학생이 뇌병변장애와 시각장애가 있는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개인 인터넷방송 진행자(BJ)에게 1억 3000만 원을 후원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돈은 초등학생의 가족이 전셋집 이사를 위해 모아둔 보증금이었다. 해당 실시간 방송 애플리케이션은 뒤늦게 전액을 되돌려줬지만, 국내에서 미성년자들이 부모 명의로 게임머니 등 거액을 결제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나는 처음 이 뉴스를 접하고 두 눈을 의심했다. 경제적 분별력이 떨어지는 어린 학생이 BJ에게 거금을 입금했다는 소식이 믿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1억 원이 넘는 돈을 어떻게 구했는지, 결제하는 동안 별다른 통제가 없었는지를 생각했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려 검색창에 ‘초등학생’을 입력하자, ‘초등학생 1억 원’이 연관검색어로 노출됐다. 그간 타인 명의 결제 관련 뉴스를 종종 접했지만, 초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1억 원이라는 점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거금을 입금 받은 BJ는 가장 많이 후원해주는 시청자에게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대우했다. 회장님이라고 불리고 싶은 ‘권위적 욕심’에 학생은 1억이 넘는 돈을 BJ에게 후원한 것이다. 나는 이 학생의 일탈 행위에 대해 최근 변화하고 있는 비대면 환경의 영향이 큰 것으로 생각한다. 초등학생은 한창 친구들과 무리 지어 다니며 사회화를 학습할 나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원만한 대인관계가 이뤄지지 못했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이 앱에 중독됐다고 생각된다.

1인 미디어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미성년자, 청소년에게 주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SNS에서 떠도는 유행어마저 유명 BJ에게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이는 보통 비속어와 결합돼 특히 우려된다. 후원하면 음란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벗방(벗는 방송의 줄임말)’도 문제다. 이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교묘하게 경쟁심리를 불러일으킨다. 후원금액에 따라 팬 등수를 매겨 급을 나누고, 높은 등급의 팬이 입장하면 마치 ‘임금님’ 모시듯 환호한다. 나는 이들의 수입구조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금품 앞에서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BJ의 모습과, 마치 노비를 부리는 왕이라도 된 듯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현실로 보였기 때문이다.

후원받은 BJ의 리액션에는 결국 한계가 있다. 이에 시청자들은 더욱 자극적인 방송을 하는 BJ를 찾게 된다. 오늘날 이유 없이 길을 가는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몰래카메라로 물의를 빚는 등 BJ의 일탈적 행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타난다. 개인 방송 자체에 대한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 다만 이번 사태를 통해 과도한 후원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는 정부의 방지책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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