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데리러 오고 데려다 주고...하루 8시간 서비스하는 애견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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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데리러 오고 데려다 주고...하루 8시간 서비스하는 애견 유치원
  • 취재기자 정은희
  • 승인 2020.11.1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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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명 중 3명 반려동물 양육 중... 총 666만 마리 추정
등하원 픽업 서비스는 기본...종일반 어린이 유치원과 서비스 흡사
최근 이용 문의 증가...이용자 만족도도 수직 상승
2017년 국내 반려동물 비율(사진: 한국펫사료협회 제공)
2017년 국내 반려동물 비율(사진: 한국펫사료협회 제공)

최근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입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 펫 사료협회(KPFA)에 따르면, 국내 10명 중 3명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으며, 국내 반려견 가구 수는 약 444만 가구로 이들 가구가 양육하는 평균 반려견 마릿수는 1.5마리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하면 국내에는 총 666만 마리의 반려견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애견 산업 역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애견 동반이 가능한 곳이 늘고 있으며, 애견카페, 애견호텔 등 애견 전용 시설도 늘어나고 있어서 이미 전국에서 200개에 육박하고 있다. 심지어 반려견 장례식을 치르기도 하는데, 현재 전국에는 40여 개의 합법적인 애견 장례식장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반려인들은 본인이 직장에서 일할 시간 동안 자신의 반려견들을 낮 시간대에 맡길 수 있는 시설이나 돌봄 서비스를 찾게 된다. 이 틈새를 찾아 등장한 것이 바로 ‘애견 유치원’이다. 애견유치원은 애견카페, 애견미용실에 비해 다소 낯설다. 애견 유치원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정식(53, 부산시 수영구) 씨는 “애견 유치원이라는 건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동물도 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것이 놀랍다”고 웃음을 지었다. 반면, 장진영(21, 부산시 남구) 씨는 “처음에 들었을 때, 흥미로웠고 궁금했다. 반려견이 있다면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 부경대 부근에 위치한 한 애견 유치원의 내부 모습. 유치원에 등록한 반려견들은 유치원의 프로그램에 따라서 놀기도 하고 교육을 받기도 한다(사진: 취재기자 정은희).
부산 부경대 부근에 위치한 한 애견 유치원의 내부 모습. 유치원에 등록한 반려견들은 프로그램에 따라서 놀기도 하고 교육을 받기도 한다(사진: 취재기자 정은희).

현재 전국에는 300여 개의 애견 유치원이 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유치원에 등록된 반려견들에 사회성과 여러 예절을 가르칠 목적으로 설립됐다. 반려견을 맡기기 위한 보호자들의 문의가 많아서 예약하지 않으면 대기해야 할 정도로 반려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반려견들도 유치원에 가기 위해서는 날마다 유치원에서 운영하는 픽업 사비스 차량을 이용한다. 사진은 한 유치원의 ‘유치원생’ 반려견 픽업 서비스 차량이다(사진: 취재기사 정은희).
반려견들도 유치원에 가기 위해서는 날마다 유치원에서 운영하는 픽업 사비스 차량을 이용한다. 사진은 한 유치원의 ‘유치원생’ 반려견 픽업 서비스 차량이다(사진: 취재기사 정은희).

부산에도 벌써 20곳이 넘는 애견 유치원이 생겼다. 부산 부경대 부근의 한 애견 유치원은 주5일제로 한 달간 보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애견 유치원 전용 픽업 차로 일일이 집으로 가서 ‘유치원생’ 반려견들을 등원시키고, 또 하원 때는 역시 집으로 데려다 준다. 애견 유치원 이용자 김채현(28, 부산시 남구) 씨는 “오전 9시에 픽업 차량이 오면 반려견을 등원시키고 오후 5시가 되면 유치원에서 차량으로 하원시켜줘서 매우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일반적인 사람 유치원의 풍경과 비슷하다. 그러나 등록된 소수의 반려견을 정원으로 해서 좀 더 섬세한 관리를 해주는 면에선 사람 유치원과 다르다. 이곳은 1급 반려견 지도사 아래 소수 정원으로만 운영된다. 여기선 17마리를 교육생 정원으로 제한해서 등록받고 또 교육을 시행한다.

반려견들이 등원하게 되면, 유치원에선 보호자 대신 산책, 건강 상태 확인, 빗질, 양치질 등의 하루 8시간 일정을 소화해 준다. 이용자 김미정(35, 부산시 남구) 씨는 “반려견이 미용할 때가 되면 미용 서비스를 부탁하고 건강 상태도 수시로 확인하도록 하는 등 여러 요구 사항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애견 유치원 원생 반려견이 미용 서비스를 받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은희).
애견 유치원 원생 반려견이 미용 서비스를 받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은희).

또, 반려견들에게 틈틈이 간식을 챙겨주며 기본예절 훈련과 문제 행동 예방 및 개선에 대한 관리도 해준다. 이용자 이지훈(27, 부산시 남구) 씨는 “반려견의 원활한 훈련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반려견이 평소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챙겨 보내거나 준비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 전미진(41, 부산시 남구) 씨는 “반려견이 낯선 곳을 두려워하며 짖는 일이 잦아서 공공장소에서 얌전하게 예절을 지킬 수 있도록 교육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반려인들이 애견 유치원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견 유치원 관리자 장창윤(31, 부산시 남구) 씨는 “보호자들이 장시간 케어를 못 해줄 경우나 좀 더 전문적인 훈련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애견 유치원을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비용은 한 달 기준으로 대략 30~40만 원이다. 적지 않은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이 많다. 관리자 장 씨는 “반려동물을 정말 한 식구처럼 대하는 반려인들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시장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크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애견유치원에 반려견을 맡긴 다음 잘 놀고 잘 훈련 받고 있는지 반려인들은 늘 걱정한다. 마치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과 유사하다. 애견 유치원 이용자 이상희(30, 부산시 남구) 씨는 “집을 비워야 할 일이 잦아서 애견 유치원을 급히 알아보고 등록했지만, 반려견이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장기 이용자 김예진(25, 부산시 남구) 씨는 “원래 반려견이 물건만 보면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런 나쁜 습관을 유치원을 다닌 후에 고쳐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여러 상권이 부재임에도 불구하고 애견 유치원은 호황이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이 반려견에 대한 관심와 애정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황수아(24,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반려견에 좀 더 신경 써 주고 싶어서 나도 애견 유치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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