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 이대론 안 된다"...악성댓글 시달린 여대생, 충격의 극단적 선택
상태바
"에브리타임 이대론 안 된다"...악성댓글 시달린 여대생, 충격의 극단적 선택
  • 부산시 수영구 박상현
  • 승인 2020.11.08 0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 400개 대학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욕설, 비방, 조롱 악성댓글 난무
악성댓글에 시달린 여대생의 극단적 선택...대책 필요하다 한 목소리
네이버 클린봇 같은 AI 감시수단, 요구하는 의견 다수

지난 10월, 서울시에 거주 중인 한 여대생이 악성 댓글에 의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우울증을 앓던 그녀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자 대학생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에 글을 남겼다. 위로받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돌아온 댓글은 “티 내지 말고 그냥 죽어. 죽는다 어쩐다 하더니 결국 살아있는 것 봐” 등의 심각한 악성 댓글이었다. 그녀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고, 유가족들은 그녀의 유언에 따라 악성 댓글을 남긴 ‘일탈자’들을 모두 고소했다.

‘일탈’이란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비정상적 행위를 뜻한다. 본래 정했던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도 물론 일탈로 간주한다. 일탈이라고 하면 무서운 중범죄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야간자습을 빼먹고 오락실에 가는 것 등의 사소한 행위도 누구에겐 일탈이 될 수 있다. 익명성을 악용하여 상대방에게 악성 댓글을 남기는 행위는 누군가에겐 장난이자 놀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악성댓글을 다는 것을 즐긴다. 악성댓글은 해당 개인에게 극심한 고통과 아픔을 준다는 사실을 네티즌들은 기억해야 한다(사진: pxhere 무료 이미지).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악성댓글을 다는 것을 즐긴다. 악성댓글은 해당 개인에게 극심한 고통과 아픔을 준다는 사실을 네티즌들은 기억해야 한다(사진: pxhere 무료 이미지).

전국 400개 대학의 재학생 450만여 명이 이용하는 대학생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의 본래 목적은 대학 내 재학생들의 정보공유와 시간표 제공이었다. 앱의 순기능 덕에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지속해서 증가했고, 그에 따라 게시판의 종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익명성은 그 속에서 이빨을 드러냈다. 이제 에브리타임을 실행하면 막말과 비방, 조롱 등은 발견하는데 어렵지 않다.

에브리타임 내 악성 댓글로 인한 극단적 선택 사건을 접한 언론과 시민들은 에브리타임 관계자들에게 강력한 대책을 요구한다. 나는 규범에 대한 일탈을 더욱 강력한 규범으로 억제하는 것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악성 댓글이 지속해서 생산되는 연예 관련 기사의 댓글을 폐지했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탐지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클린봇’을 도입해 악성 댓글을 숨기는 등 새로운 대책을 마련했다. 그 결과, 최근 네티즌들은 눈에 띄게 깨끗해진 네이버 댓글 창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규범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익명성에 대한 우리의 시민의식 함양이라고 생각한다.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입안의 송곳니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송곳니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 어쩌면 억지로 입을 틀어막는 것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것으로 생각된다.

익명성은 마치 칼(刀)과 같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상대를 위협하여 사지로 내모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정의로운 시민으로 남을 것인지, 무시무시한 일탈자로 남을 것인지는 사용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진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