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주연 ‘도둑들’ 촬영지, 부산 최초 주상복합 ‘부산데파트’, 역사 속으로...재건축 심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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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주연 ‘도둑들’ 촬영지, 부산 최초 주상복합 ‘부산데파트’, 역사 속으로...재건축 심의 중
  • 취재기자 조영준
  • 승인 2020.11.0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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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부산 최초 백화점식 주상복합 상가로 ‘우뚝’
주민과 구청, 건물 노후화로 재건축 합의...현재 시청 심의 중
부산시민 추억 남기고 40층 초고층 건물로 재탄생 예정

2012년 개봉해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도둑들>에서 전지현(예니콜)이 한 건물에서 경찰들의 눈을 피해 수건만 걸치고 나온다. 김윤석(마카오 박)은 건물 외벽에서 화려한 액션신을 펼치며 아슬아슬한 탈출을 감행한다. 이런 장면이 촬영된 장소로 유명한 이 건물은 바로 부산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 부산데파트다. 지금은 도심에 널린 게 주상복합 상가지만, 1969년 부산데파트는 당당히 부산 최초의 유일 주상복합 상가였다.

중구 중앙동에 위치한 부산데파트의 외관. 지금부터 50년 전인 1969년 완공됐으며, 당시에는 부산 최초, 그리고 유일의 주상복합 상가의 위용을 자랑했다(사진: 취재기자 조영준).
중구 중앙동에 위치한 부산데파트의 외관. 지금부터 50년 전인 1969년 완공됐으며, 당시에는 부산 최초, 그리고 유일의 주상복합 상가의 위용을 자랑했다(사진: 취재기자 조영준).

부산데파트는 부산시 중구 중앙동 6가에 있으며, 대지 면적이 3008㎡, 매장 면적이 2308㎡에 달하는 상가 주택 복합형 건물이다. 부산데파트의 역사는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3월, 부산상공회의소가 부산 시장 현대화 사업 계획에 따라 전통시장인 동광 시장을 철거하고, 현대식 건물로 건립하도록 승인받아 건물을 준공, 부산 최초 백화점 형태의 상가인 부산데파트가 1969년 11월에 개장했다. 데파트는 지역 최초 백화점형 상가를 상징해서 백화점을 의미하는 영어 ‘디파트먼트 스토어(department store)’의 일본식 표현을 따른 것이다.

부산시 중구 중앙동 6가에 있는 부산데파트. 1호선 남포역 7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2분 거리에 위치한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쳐).
부산시 중구 중앙동 6가에 있는 부산데파트. 1호선 남포역 7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2분 거리에 위치한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쳐).

부산 최초의 현대식 쇼핑센터이자 주상복합건물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부산데파트는 1973년 5월 21일 시장등록을 통해 본격적인 부산 쇼핑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후 1987년 롯데건설이 준공한 광복 지하도 상가, 도시철도 통로와 연결되어, 지상은 오피스와 아파트가, 지하에는 지하상가가 연결된 지하명소가 됐다. 과거에는 부산 국제여객선터미널과 인접해 있어 부산데파트를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부산데파트는 7층으로 이루어진 주상복합건물이다. 1969년 10월 지하층과 지상 4층의 건물이 먼저 완공되고, 1971년 5월 지상 5층에서 7층의 아파트가 증축됐다. 증축된 부분은 일부 아파트, 일부는 가운데 정원을 가진 연립주택으로 지어졌다. 건물 밖에서 바라보면 커다란 7층 주상복합건물이지만, 데파트 상공이나 맞은편 롯데백화점 광복점 옥상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건물 안에 일부 연립주택이 들어서 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옥상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데파트. 사진 속 바로 앞 거대 건물이 부산데파트이며, 옥상 왼쪽 부분은 증축된 아파트이며, 옥상 오른쪽은 5층을 마당 삼아 증축된 연립주택이다(사진: 취재기자 조영준)
롯데백화점 광복점 옥상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데파트. 사진 속 바로 앞 거대 건물이 부산데파트이며, 옥상 왼쪽 부분은 증축된 아파트이며, 옥상 오른쪽은 5층을 마당 삼아 증축된 연립주택이다(사진: 취재기자 조영준)

건물의 1층과 2층에는 인삼, 도자기, 악기, 도장, 국악기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과 은행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상점들은 대부분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 가맹점이어서 고객 편의성을 증대시켰다. 건물 내에서 15년째 ‘화랑 표구사’를 운영 중인 어상도(62, 부산시 중구) 씨는 “현재는 방문자 수가 많이 줄었다. 세입자의 입장에서 언제 나갈지 모르지만, 부산데파트에 남아서 장사를 쭉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을 전했다. 3층과 4층에는 몇몇 주식회사, 협회 등의 사무소가 들어서 있다.

부산데파트 내부와 건물 1층에 위치한 ‘화랑 표구사.’ 옛 그림들과 병풍 등이 판매를  위해 전시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영준).
부산데파트 내부와 건물 1층에 위치한 ‘화랑 표구사.’ 옛 그림들과 병풍 등이 판매를 위해 전시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영준).

건물 4층에서 위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면, 가운데 마당이 있고 사방이 연립주택으로 들어선 공간이 있다. 5층 옥상이 가운데 정원이고 그 주위에 건물의 6, 7, 8층에 해당하는 곳에 연립주택이 서 있는 구조인 것이다. 건물 옥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연립주택들이 빌딩 안에 서 있는 이곳은 50년 세월을 방증하듯 낡은 벽과 여기저기 벗겨진 페인트칠로 퇴색돼 있다. 연립주택은 총 74세대가 거주 가능하지만, 현재는 7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부산데파트에 40년 가까이 거주 중인 한 노인(80, 부산시 중구)은 “건물이 많이 낡고 페인트도 벗겨져 페인트 도색을 할지 찬반을 묻는 공문을 세대마다 돌렸다. 이 건물 자체가 재건축 예정이지만, 그전까지 깔끔한 모습으로 남으려면 도색을 해야한다”고 전했다. 연립주택의 옥상, 곧 부산데파트의 옥상으로 올라가면, 부산 전경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지만, 현재는 관계자 외는 출입금지다

부산데파트 5층 옥상에 들어선 연립주택은 사진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건물 6층에 올라와야 비로소 이런 연립주택을 목격할 수 있지만, 외부에서 보면 그냥 부산데파트 7층 건물 외관만 보일 수밖에 없다(사진: 취재기자 조영준).
부산데파트 5층 옥상에 들어선 연립주택은 사진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건물 6층에 올라와야 비로소 이런 연립주택을 목격할 수 있지만, 외부에서 보면 그냥 부산데파트 7층 건물 외관만 보일 수밖에 없다(사진: 취재기자 조영준).

건물의 지하에는 옛 느낌이 물씬 나는 데파트의 식당들이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친숙한 식당들이 죽 늘어서 있으며, 대부분의 식당들이 데파트와 함께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부산데파트의 과거 위용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50여 년의 세월을 지켜온 부산데파트는 건물의 노후화와 주요 상권의 이동으로 인해서 쇄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마침내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19년 3월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결성되고, 같은 해 4월 중구청으로부터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 승인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서 추진되지만, 부산데파트는 전통시장으로 등록돼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야 한다.

2020년 6월 부산데파트 시장정비산업 추진계획 승인신청서가 중구청의 검토가 끝난 뒤 부산광역시로 심의 서류가 이관됐으며, 현재 시의 심의가 진행 중이다. 사업 공고에 따르면, 부산데파트 시장정비사업은 대지면적 2995㎡, 건물 높이 89.45m에 이르는 2개동 총 392세대인 주상복합시설이 그 대상이다. 이 건물을 헐고 지하 6층에 지상 36~39층 규모의 초현대식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며, 그 안 지하 1층과 지상 1~2층에는 예전처럼 상가가, 그 위로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이 들어 설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아직은 재건축에 대해 주민들의 기대는 크지 않다. 부산데파트 인근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 중인 한 상인(74, 부산시 중구)은 “재건축한다는 소식은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심의 중이니까 이곳 데파트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건물이 워낙 노후화되어 재건축이 필요한 건 맞지만, 아직 심의 중이니까 허가가 떨어진 이후에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밝혔다. 인근 주민 박진경(45, 부산시 중구) 씨는 “재건축 소식은 들었지만, 아직 공사도 시작되지 않아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데파트 상가 가게들은 대부분 세입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재건축과 관련해 현재는 큰 의견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재건축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취재하던 도중 만난 한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여기 많이 왔는데 사라진다니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더 멋진 모습으로 탄생한다니 기대도 된다”는 말을 전했다.

시간은 흐르고 건물은 낡지만, 추억은 그 자리에 머물러있는가 보다. 부산데파트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겠지만, 부산 시민 누군가의 추억은 부산데파트가 있던 자리에 계속해서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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