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으로 느슨해진 K방역...“이래도 되나?” 왠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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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으로 느슨해진 K방역...“이래도 되나?” 왠지 불안
  • 부산시 수영구 박상현
  • 승인 2020.11.06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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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출입명부, 지난주까지는 열심히 작성
좌석 간 띄어앉기 해제로 시민들 불안감 조성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관련 개편은 시기상조
11월 7일부터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다(사진: 보건복지부 페이스북 캡처).
11월 7일부터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다(사진: 보건복지부 페이스북 캡처).

오는 7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개편 시행된다. 개편안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존 3단계 구성 체계가 5단계로 세분화된다. 부산을 비롯한 경남권은 1주간 1일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 수가 30명 미만일 때 1단계가 적용된다. 일반관리시설의 경우 1단계 시행 시 좌석 간 띄어앉기가 해제된다. 공연장·영화관 관계자는 좌석 간 띄어앉기 완화 소식에 “이제야 한숨 돌렸다”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침울하던 예술계가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을 통해 다시 활력을 되찾을 전망이라고 얘기한다. 영화관, 공연장과 마찬가지로 일반관리시설로 분류된 PC방 업주들도 재기를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달라진 일상이 조금이나마 제 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최근 방역 관리가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고민하던 중 해당 기사를 접한 탓에, ‘어쩌면 시기상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를 접하기 며칠 전, 나는 친구와 수영구의 한 햄버거 가게를 방문했다. 원하는 자리에 앉은 후 여느 가게와 다름없이 직원을 통해 체온을 측정했다. 다른 가게와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방문객 출입명부 작성은 물론 그 흔한 스마트폰 QR 체크인도 하지 않았다. 만약 그 가게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같은 시간대 방문객들을 어떻게 확인할까? 약화된 방역 관리를 눈앞에서 겪으니 불안감이 엄습했다.

식당가의 경각심 약화는 내 주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26일 저녁부터 27일 오후까지 서울 일대 20개 식당, 카페, 술집을 방문한 결과, 그중 15곳이 방문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손님을 받았다. 한 식당 관계자는 매체의 질문에 “지난주부터는 (출입명부를) 거의 쓰지 않고 있다”며 “가게 주인도 예전처럼 엄격하게 기록을 남길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당 관계자는 “이 가게는 출입명부에 이름을 안 써도 되냐”는 손님의 질문에 “쓰고 싶으면 써도 되지만 굳이 쓸 필요는 없다”고 대답했다.

예술계의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좌석 간 띄어앉기 해제’는 극장가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일명 ‘방역 사각지대’로 불리는 영화관은 좌석 간 띄어앉기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밀폐된 탓에 환기가 어렵고, 팝콘이나 콜라 등 음식 반입이 가능해 마스크를 벗고 취식하는 관객들이 그 원인이다. 음식을 먹을 때만 마스크를 내렸다 다시 올린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 번 내려간 마스크는 좀처럼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된 후 어두워진 영화관 내부를 관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영화관의 방역을 강화가 아닌, 완화하는 것이 사람들의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모 포털사이트 카페 회원들은 좌석 간 띄어앉기 해제 소식에 “아무리 세분화라도 실내 거리두기는 기본 아닌가.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것은 포기하고 내년까지 집에서 (영화를) 볼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개편은 꼭 이뤄져야 할 국가의 숙제였다. 재난 상황 개선에 따라, 국민이 과거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선 사회적 거리두기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금 개편하는 것은 너무 때 이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불과 몇 달 전,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일상 복귀와 가까워질 찰나에 대규모 집회를 막지 못했고, 결국 최근까지 더 큰 혼란을 겪었다. 지금 개편안을 시행하는 것은 그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미국 야구의 전설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경기에서 밀리고 있는 선수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 말이지만, 이기고 있는 선수에게 끝까지 방심하지 말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후자에 가깝다. 종식되기 전까지는 종식된 것이 아니다. 느슨해진 K-방역은 긴장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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