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앞에 겁 없는 20대...헌팅술집 청춘들의 헌팅 삼매경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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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앞에 겁 없는 20대...헌팅술집 청춘들의 헌팅 삼매경 백태
  • 취재기자 박명훈
  • 승인 2020.11.0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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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코로나 걱정 안한다”...남녀 촘촘히 앉아 게임 열중
체온측정, QR코드 작성은 지키지만, 마스크 쓴 사람 없고 빈번히 공간 이동
관계 구청은 불시 조사로 일부 업소 위반 적발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등급이 지난 10월 12일부터 1단계로 완화된 후 다양한 영업장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한다는 가정 하에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그로 인해, 번화가의 클럽이나 모르는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며 술자리를 즐길 수 있는 이른바 ‘헌팅술집’도 영업을 재개했다. 방역 등급이 1단계로 낮아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를 피해야 한다. 젊은 20대가 자주 모이는 헌팅술집에서는 코로나 시대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시빅뉴스가 그 현장 속으로 가 보았다.

부산시 진구의 중심에 위치한 서면은 부산에서 가장 큰 번화가다. 해가 저물고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은 오후 6시에 서면 2번가 거리에는 노래방부터 음식점까지 다양한 업장이 간판에 불을 켜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 또한 학생부터 직장인들까지 서면의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10월 말 어느날, 밤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서면 2번가에 모여들면서 거리가 북적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명훈).
10월 말 어느날, 밤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서면 2번가에 모여들면서 거리가 북적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명훈).

기자는 오후 6시 30분에 요즘 서면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한 헌팅술집에 입장하기 위해서 줄을 섰다. 업소 직원의 안내에 따라서 신분증 검사를 한 뒤, 발열체크 및 QR코드를 체크했으며, 입장이 허가됐다는 의미의 도장을 손등에 찍었고, 직원이 안내해 준 자리에 착석했다. 처음엔 기자를 제외한 다섯 테이블 정도가 차 있었다. 약간은 썰렁한 분위기에서 함께 간 동료와 소주 몇 잔을 기울이고 옛날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녁 7시경이 됐다. 그 시간쯤부터 하나둘씩 사람이 차기 시작하더니 한 시간 정도 지난 밤 8시에는 50석 정도가 있는 가게 안이 손님으로 가득해졌다.

저녁 7시경 아직 초저녁이어서 썰렁한 분위기의 한 헌팅술집. 그러나 잠시 후 시간이 지나자 빈 자리들은 이내 손님들로 가득찼다(사진: 취재기자 박명훈).
저녁 7시경 아직 초저녁이어서 썰렁한 분위기의 한 헌팅술집. 그러나 잠시 후 시간이 지나자 빈 자리들은 이내 손님들로 가득 찼다(사진: 취재기자 박명훈).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자, 가게 안은 전체적으로 시끄러워졌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끼리도 얼굴을 가까이 대거나 큰 소리로 말해야 겨우 의사소통이 될 정도로 실내 음악 소리가 컸다. 일반적으로 헌팅술집에서는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기 위해 남자들이 여자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말을 걸거나 게임을 제안한다. 여자 손님들은 가만히 기다리다가 남자가 마음에 들면 합석을 허락한다. 오늘도 그런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연출됐다. 그러나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손님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상대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더욱 어필하기 위해 남녀 합석 팀들은 사람 간 거리 규칙을 무색하게 밀착해 있었다.

서면에는 다양한 종류의 헌팅술집이 존재한다. 소형 태블릿 PC를 이용해서 게임하면서 짝을 찾는 헌팅술집부터, 특별한 장치가 없지만 다른 방법으로 짝을 찾는 것으로 유명해진 헌팅술집까지 정말 다양한 헌팅술집들이 서면 2번가 거리에 즐비해 있다. 그중에서, 기자가 간 곳은 새로운 방식인 ‘칩’을 사용하여 게임을 통해 헌팅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의 칩 사용 방법은 술 한 병당 업소로부터 칩 하나씩이 지급되고, 다른 테이블 사람들 및 직원들과 각종 게임을 한 후 서로 약속한 칩 개수를 진 팀이 이긴 팀에게 지급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정해진 게임은 없고, 가위바위보나 눈싸움 등 간단한 게임으로 상대방과 즐기면 된다. 그렇게 모아진 칩은 개수에 따라 음료 및 주류, 안주 등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손님으로 와 있던 여성 김 모(22, 부산시 금정구) 씨는 “칩 게임 시스템의 도입으로 헌팅의 명분을 제공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도 처음 보는 이성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헌팅포차에서 게임을 위해 사용되는 ‘칩’(사진: 네이버 블로그 amy3838 제공)
한 헌팅포차에서 게임을 위해 사용되는 ‘칩’(사진: 네이버 블로그 amy3838 제공)

그렇다면, 아직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은 이 시국에 헌팅술집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생각은 과연 어떠할까? 그들의 생각은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손님 허 모(20,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2주에 1번꼴로 헌팅술집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나는 젊고 (헌팅술집에) 자주 오지 않으니까 코로나에 걸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2차 감염 등에 대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부산의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한 여성(21)은 “특별한 생각이나 목적 없이 헌팅술집을 간다”고 밝혔으며, 다른 한 여성(24, 부산시 사하구) 역시 “주위에 감염된 사람이 없어 평소에 딱히 별생각 없이 헌팅술집을 찾는다”고 말했다. 손님 중 한 남성(22)은 “나는 강하다. 코로나 따위에 지지 않는다”며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두려움이 전혀 없다고 의기양양했다.

반면, 헌팅술집을 가지 않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헌팅술집을 찾는 사람들과 상반되는 의견을 보였다. 여성 김 모(24, 부산시 기장군) 씨는 “아무리 코로나 방역 지침이 1차로 완화됐어도 그런 곳(헌팅술집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가는 사람들은 경각심이 없다. 일부 대학에서는 대면 수업이 이루어지는 곳도 있는데, 경로 추적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대학생 최 모(24, 부산시 서구) 씨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사람이 많이 가는 곳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묻자 감정이 격해진 듯 욕설과 함께 “그 사람들은 경각심이 없고 너무 이기적이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생 박 모(23, 부산시 서구) 씨는 본인은 헌팅술집에는 간 경험도 없고 앞으로 갈 생각이 없지만 “국가에서 정한 기준이 있으므로, 그 규칙을 준수한다면 (헌팅술집에 가는 것이) 괜찮지 않냐”며 “방역 수칙을 전부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방역 수칙은 지켰으면 좋겠다”는 중립적 의견을 밝혔다.

시간이 지나 밤 10시쯤 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에 취해 있었고, 남녀 할 것 없이 다른 테이블을 오고 가며 게임을 즐기거나, 처음 본 사이임에도 오랜 친구를 대하듯 가까이 앉아 마스크도 없이 술잔을 돌리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에게 코로나는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헌팅술집에서 게임 등을 통해 청춘남녀들이 즐겁게 ‘헌팅’을 즐기고 있다. 이들로부터는 코로나와 관련된 어떤 장애나 우려가 없는 듯이 보였다(사진: 취재기자 박명훈).
헌팅술집에서 게임 등을 통해 청춘남녀들이 즐겁게 ‘헌팅’을 즐기고 있다. 이들로부터는 코로나와 관련된 어떤 장애나 우려가 없는 듯이 보였다(사진: 취재기자 박명훈).

시간이 지날수록 가게 안의 분위기는 점점 고조됐다. 돌아다니는 수많은 젊은 남녀들 때문에 가게 안은 더욱 복잡해졌고, 분위기를 더욱 띄우려는 듯 업소 한 쪽에서는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드라이아이스가 뿜어져 나오기도 했고, 커다란 미러볼에서는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 분명히 일반음식점으로 상호가 등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부 분위기는 춤출 수 있는 스테이지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클럽이나 ‘감주’(클럽과 비슷하지만 부킹이나 룸이 없는 감성주점을 줄여 말하는 것)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업소에 많은 손님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북적이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기 위해 가게 직원들과 사장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들은 모두들 대답해 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업소 내부의 모습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 듯해 보였다.

서면의 방역을 담당하는 부산 진구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진구는 국가에서 내려온 방역수칙대로 해당 업소들이 체온 측정, 명부 작성, QR코드 인식하기 등의 수칙을 준수하게 함으로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경로를 추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방역 수칙이 잘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진구청에서는 3월부터 불시에 업장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부산진구청 환경위생과에서는 코로나 방역단계가 1단계로 완화된 10월 12일부터 10월 26일까지 방역지침 위반 사례를 4건을 적발했다. 부산진구 환경 위생과 식품 안전계 조봉수 계장은 “방역지침이 1단계로 접어들며 몇몇 업장이 긴장의 끈을 푼 것이 적발의 이유라고 본다. 구청은 앞으로도 불시 단속을 통해서 코로나 방역지침을 모든 업소들이 잘 지키도록 계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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