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앗아간 줄만 알았던 코로나19 사태의 야누스적 양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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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앗아간 줄만 알았던 코로나19 사태의 야누스적 양면성
  • 부산시 수영구 박상현
  • 승인 2020.10.19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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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로 독감 환자 급감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살균기 업체 기사회생하고 미세먼지도 감소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소로 지구는 활기를 되찾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소로 지구는 활기를 되찾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코로나 사태로 많은 소상공인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손님들이 빽빽이 들어섰던 가게들은 물론, 무수히 많은 블로거가 방문한 유명 맛집들까지 지금은 없는 전화번호가 됐다. 대학생들의 열기로 뜨거웠던 대학가마저 이제는 썰렁한 바람만 불고 있다. 내가 일하는 카페는 다수의 자영업자가 줄줄이 폐업을 신고할 때, 자신 있게 개업을 외쳤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업종을 변경했다.

피해를 본 것은 소상공인뿐만이 아니다.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는 일반인들에게도 정신적 피해를 주며,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와 우울증을 뜻하는 ‘블루(Blue)’의 합성어다. 이는 코로나19의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이전과 달라진 사회 분위기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만 20~65세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 조사결과’, 응답자의 40.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새싹은 바위와 콘크리트와 속에서도 피어난다고 했던가. 어둡고 단단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꽃 한 송이 정도는 피어나기 마련이다.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코로나19라고 해도, 마냥 부정적인 변화만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독감 환자가 급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가 최초로 발생한 뒤, 인플루엔자(독감) 입원 환자는 3232명으로 2017·2018년도 6841명과 비교해 52.7% 줄어들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처로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독감이라는 또 다른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 것이다.

독감 환자가 급감한 것이 아니라 병원 가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 관계자는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규모가 줄어든 이번 연구결과가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환자들이 단순히 병원 방문을 꺼려서 나타난 통계적 착시로 보기는 어려우며, 실제로 유의미한 환자 감소가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둠 속에서 빛을 본 기업도 있다.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살균기를 개발한 ‘클리어원코리아’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1년만 더 해보자는 정신으로 회사 운영을 이어나갔고, 결국 코로나 사태를 맞이했다.

클리어원코리아는 작년 대비 100배의 매출 증가를 이뤘다. 그야말로 콘크리트 사이에서 피어난 새싹이라고 볼 수 있다. 핸드레일 살균기,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아마 그 존재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을 것이고, 나 또한 그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누군가에겐 위기였으나, 다른 이에게는 기회로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차량 이동이 줄어들면서 미세먼지 발생량도 줄어들었다. 또 경제활동 위축으로 공장가동이 단축돼 경영여건이 어려운 점이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공기질은 좋아졌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는 뭐니 뭐니 해도 ‘나’의 변화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코로나 사태가 찾아온 후 심신의 안정을 찾았다. 줄어든 외출 횟수 덕에 통장 잔고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 평온의 시작이었다. 물론 큰 액수는 아니나, 대인관계 유지를 위해 빠져나가는 헛돈들이 줄었다. 이 돈은 이제 오로지 나의 행복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됐다.

잦았던 외출이 줄어든 탓에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고, 그 시간 덕에 평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발견했다. 외로움을 못 견디는 성격 탓에 사람 없이 못 살 것 같던 내가, 사람이 없어지니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주변을 채운 빽빽한 사람들 사이에서 숨 쉴 틈도 없이 느끼는 소속감도 여전히 좋지만, 여유로운 공간에서 크게 숨을 들이쉬는 것 또한 소소한 행복으로 느껴진다. 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혼자의 가치를 깨달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긍정적 변화를 길게 나열했지만,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더 많은 장점이 있다고 한들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고, 이를 만끽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불행과 다행은 늘 함께 찾아온다. 그러니 불행보단 다행에 초점을 맞추고 하루를 견디다 보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긴 터널도 언젠가 그 끝을 보일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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