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안에 대학생들 찬성과 반대로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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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안에 대학생들 찬성과 반대로 엇갈린 반응
  • 취재기자 박가빈
  • 승인 2020.10.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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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건강권 보장 vs 태아의 생명권 보장
마지막 월경 기준 사람마다 달라 기준 부적합
허용 범위 확대 시 임신에 대한 안일함 우려

지난 7일, 정부가 입법 예고한 낙태죄 형법 개정안에 대해 대학생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개정안에 대해 대부분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으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일부 있었다. 나아가 낙태 자체에 대한 의견들도 엇갈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자기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70조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형법 제269조는 ‘낙태한 부녀, 1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제270조는 ‘낙태 시술을 한 의사,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지난 10월 7일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형법 270조에 신설항목을 두었다. 신설항목은 ‘임신 14주까지는 자유로운 낙태가 가능하며, 성범죄나 친족간 임신, 산모의 건강이 우려될 경우, 가정불화나 경제적인 이유가 있을 때는 24주까지 낙태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추가로 ‘미성년자도 상담을 거치면 법적 보호자의 동의 없이 낙태가 가능하다’는 내용과 ‘의사의 신념에 따라 낙태 시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헌법재판소의 전경. 헌재는 기존 낙태죄 관련 형법이 위헌이라며 개정할 것을 명령했다(사진: wikimedia 무료 이미지).
헌법재판소의 전경. 헌재는 기존 낙태죄 관련 형법이 위헌이라며 개정할 것을 명령했다(사진: wikimedia 무료 이미지).

낙태 찬성론 - 전면 허용하라

경성대학교에 재학 중인 A(22, 여, 부산시 남구) 씨는 낙태 전면 허용을 주장하는 여성단체의 입장에 공감했다. 그는 “임신 중단 허용의 기준이 되는 날인 ‘마지막 월경’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기준으로 쓰이기에 부적합하다”며 “임신 중단의 문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대립 구도가 아니라 여성의 건강권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어 “이번 개정안은 여성의 입장에서 봤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며 “임신중절을 할 경우 여성만 처벌받는 점, 24주 후 태아나 산모의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한 임신중절의 경우는 어떻게 할지 등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개안과 보완이 필요하다”며 개정안을 지적했다. 그는 “법에 대해 논하기 전에 낙태라는 용어를 임신중절 또는 임신 중단으로 바꿔 써야 한다”며 “낙태는 태아의 입장에서 본 용어지만 임신중절은 임신의 주체인 임신부의 입장에서 본 단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성대학교 학생 B(22, 남, 부산시 사하구) 씨는 “형법상 태아는 (완전한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살인죄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음으로 의사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으며 윤리적인 행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낙태를 죄로 규정하는 것을 부정한 뒤 “원치 않는 임신에 의해 피해받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에 낙태에 찬성한다”며 낙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어 “14주의 부칙은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미성년자는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낙태 시 신체적 ·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미성년자들에게 피해가 클 것이기 때문에 부모의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성대학교 학생 C(26, 남, 부산시 수영구) 씨는 “임신은 두 남녀의 성관계의 자연스러운 결과지만,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경우, 또는 성범죄에 연루되었을 경우 낙태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친모나 친부 둘 중 하나라도 아이를 원치 않으면 그만큼 아이를 제대로 양육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의견을 뒷받침했다. 또 “임신 후 반년이 지나면 태아의 자아가 많이 형성된 상태이기에 법적 마지노선인 24주까지 충분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개정안에 일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임신 6개월 이후 갑작스럽게 주변 상황에 부정적인 변화가 생기면 낙태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도 표했다.

낙태 반대론 - 허용 범위 줄이되, 복지 제도 확산하라

부경대학교 학생 D(23, 여, 부산시 남구) 씨는 “성범죄에 의한 임신이나 산모의 건강이 우려되는 경우 등 낙태하는 것이 누가 봐도 옳은 경우 이외에는 임신 몇 주차건 낙태에 반대한다”며 낙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말했다. 생명윤리에 어긋나며, 낙태를 허용할 경우 임신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D 씨는 이어 “다만 불법 낙태 시술에 대해 엄중히 처벌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며, 낙태하지 못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 등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복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낙태를 금지할 시 생기는 문제에 대안을 제시했다.

절충론 - 개정안 내용 적절하다

경성대학교 학생 E(23, 여,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아이는 준비된 가정에서 키워야 하며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아이를 책임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낙태에는 찬성한다”고 낙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미혼모와 미혼부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차가우면서 낙태를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 이유다. 이어 “낙태가 불법이기 때문에 불법 낙태약을 사용하거나 불법 수술을 하는 등 위험한 방법을 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타까운 현실에 개탄했다. 그러나 안 씨는 “아직은 반대하는 의견도 분분하니 전면허용보다는 개정안이 맞는 것 같다”며 개정안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 한편, “점차 범위를 늘려 전면허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정부의 개정안에 전적으로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 학생도 있었다. 경성대학교 학생 F(23, 남, 부산시 수영구) 씨는 “낙태 전면 허용은 반대하지만, 성폭행 등 범죄로 인한 임신은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임신을 목적에 두고 맺은 관계가 아닐지라도, 임신이 될 수 있다는 인지 하에 스스로가 결정한 행위인데 태아의 자아가 형성되면 그 태아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아의 자아가 형성된 시기부터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권 씨는 “때문에 완전히 자아를 갖추기 전에 낙태해야 한다는 점에서 ‘14주 이내’라는 부칙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낙태죄 개정안 뿐 아니라 낙태에 관한 논쟁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사진 : pixabay 무료 이미지).
낙태죄 개정안 뿐 아니라 낙태에 관한 논쟁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이 외에도 대학생들은 “12주 이내로 줄여야 한다”, “낙태 찬성 측 반대 측 의견을 수렴한 적절한 개정안이라고 생각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낙태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견 역시 분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주문한 개정안 신설의 마지노선은 올해까지다. 여론이 분분한 가운데, 정부의 선택에 대학생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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