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매물로 ‘낚시질’... 부동산 중개 앱 피해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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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매물로 ‘낚시질’... 부동산 중개 앱 피해자 속출
  • 취재기자 양소영
  • 승인 2016.05.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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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용 매물 내놓고는 오리발, 광고 믿고 찾아가면 관리비·전기세 올리기 일쑤

대학생 이준수(24, 울산시 남구) 씨는 얼마 전 부동산 중개 앱을 통해 자취방을 구하려다 실패했다. 앱에 올라온 ‘허위매물’에 번번이 속았기 때문이다. 이 씨가 앱에서 맘에 드는 방을 보고 부동산중개업소에 연락하면, 그들은 “그 방은 금방 전에 계약됐는데…”라는 말과 함께 더욱 비싼 조건의 방을 소개했다. 여러 중개업자의 똑같은 수법에 이 씨는 결국 직접 자취방을 구하러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방을 구하려고 앱을 깔았는데 도리어 낚인 기분만 든다. 그 시간에 차라리 발품을 파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다양한 부동산 중개 앱과 그 화면(사진: 스마트폰 앱 캡처).

부동산 중개 앱은 직접 발로 뛰어다니지 않아도 원하는 지역과 조건의 방을 찾을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실제와 다른 허위매물로 피해를 보는 이도 적지 않다. 사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낚시 매물은 실제 부동산과 인터넷 매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수법. 그러나 이런 악습이 부동산 중개 앱으로까지 옮아가면서 더욱 다양하고 치밀한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 앱에 올라온 정보에 속은 대학생 김은주(23) 씨는 “실제 집 위치가 앱에 올라온 위치와 달라 처음에는 다른 집인 줄 알았다. 게다가 사진에서 보던 방보다 훨씬 크기가 작고 방 상태가 깨끗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29) 씨도 마찬가지다. 정 씨는 “좋은 조건이라 중개업자에게 연락하고 약속까지 하고 방을 보러 나갔는데 갑자기 말을 바꾸더라. 관리비는 5만 원에서 7만 원으로 올리고 전기세는 별도로 내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 유명 부동산 중개 앱들이 허위매물 근절 문구로 홍보를 하고 있다(사진: 부동산 중개 앱 홈페이지 캡처).

이런 낚시성 매물이 판치면서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직방,’ ‘다방’과 같은 대표적인 부동산 중개 앱 측에서는 허위매물을 근절하겠다고 나섰다. 이들 중개 앱 중에선 ‘안심중개사,’ ‘허위매물ZERO’ 라는 광고와 함께 피해를 본 이용자들에게 보상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실상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부산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모(38) 씨는 “허위 매물을 신고하려면 몇 가지 증거자료가 필요해 까다롭고 귀찮아서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많다. 앱을 통해 연락 온 사람들에게는 일부러 명함을 주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 박모(45) 씨의 말에 따르면, 앱 제작사의 관리와 감독을 피해 꼼수를 부리는 중개업자도 있다. 그는 “중개업자가 가족들 아이디를 써서 개인이 올려놓은 매물인 척 감시망을 피하기도 한다. 실시간으로 허위매물을 올려놓고 손님에게 연락이 오면 비공개로 바꿨다가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다시 공개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부동산 중개 앱은 주변 시세 확인 정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방을 구하는 것은 벼룩시장 같은 지역신문을 보거나 아니면 직접 부동산을 확인하러 발품을 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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