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호 박사의 그리운 대한민국] 충북 음성 봉학골 고향에서 성묘하고 옛친구들 그리며 상념에 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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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호 박사의 그리운 대한민국] 충북 음성 봉학골 고향에서 성묘하고 옛친구들 그리며 상념에 잠기다
  • 장원호
  • 승인 2020.10.1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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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가족 13명과 곤지암 리조트에서 1박
음성 봉학골 선산에서 조부모, 부모 산소에 성묘
고향 찾을 때마다 없는 옛친구들 떠올리며 서글퍼하다

2017년 4월 29일, 우리 형제 가족 전체 13명이 어머니 기일을 맞아 충북 음성 어머니 산소를 찾아갔다. 서울에서 음성 가는 중부고속도로는 전두환 대통령 시대에 만들어졌는데, 그 덕에 자동차로 음성가는 길이 한참 편해졌다. 음성 가는 길목에 곤지암이 있고, 이곳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피었다 지는 화담숲이 있다. 우리 일행은 곤지암 리조트에서 하루를 보내고 유명한 곤지암 소머리 국밥을 먹고 음성으로 향했다.

곤지암 리조트에서 형제들과 한 컷(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곤지암 리조트에서 형제들과 한 컷(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화담숲은 푸르른 녹음으로 가득하고 초여름의 숲은 무덥지도 않고 싱그러움이 살아 있어 상쾌했다. 화담숲 꼭대기에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는 분재로 가득 채운 길을 걸어서 두 시간 정도 상쾌한 산책 시간을 가졌다. 진귀한 나무들을 교묘하게 가꾸어 놓은 분재 중에는 100년이 넘는 나무들도 있었다. 호텔처럼 세워놓은 곤지암 리조트는 본래 겨울 스키장을 위한 것이었으나, 화담숲과 반딧불을 볼 수 있어서 사계절 어느 때고 와서 즐길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시설이었다. 리프트가 네 개나 보이고, 상당히 높은 산을 잘 다듬어서 스키장을 만들었다. 눈이 많이 오지 않는 이 지역에 스키장이 들어설 것이라고는 나는 전혀 상상도 못해봤다.

곤지암 리조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경(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곤지암 리조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경(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밤늦게까지 형제들이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맛 좋은 홍주를 마셨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다시 숲으로 우거진 길을 산책하고, 이 부근에 있는 최미자 소머리국밥집을 찾았다. 지금은 원조 소머리국밥집이 여러 개 있지만, 1981년 애경그룹에서 만든 중부 골프클럽이 처음 생길 때부터 이 집은 상당히 유명했다. 지금은 전국 여러 곳에 새로 크게 지은 분점들이 있으나,  우리는 본래 옛날부터 유명했던 본점을 찾아 간 것이다. 우리는 옛날과 조금도 다름 없는 맛 있는 식사를 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바로 선산 묘지로 갔다. 수백 년 선조를 모신 관성리 선산을 국방부에서 수용해서 군용시설을 건설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지금의 큰 길가 산을 구입하여 조부모, 부모, 그리고 둘째 원흥의 처를 모셨다. 준비해 온 술과 생선포로 나의 어머니과 아버지 묘지 앞에서 간단한 제사를 지냈다. 물론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둘째 배우자 묘에도 성묘를 했다. 세상이 바뀌었어도, 우리는 옛날 선조의 전통을 지키며, 선조의 묘를 찾는 관습은 잘 지키고 있다.

충북 음성에 있는 선산에서 가족들이 성묘했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충북 음성에 있는 선산에서 가족들이 성묘했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우리 형제들은 제사를 마치고 음성의 자랑거리인 봉학골을 찾았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음성읍 용산리 봉학골 삼림욕장이 음성읍 가섭산 뒤에 자리 잡고 있다. 산림욕장과 3km 계곡에는 다양한 캠핑과 피크닉 시설이 조성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내가 꿈에 항상 그리는 살구꽃이 활짝 피어 있는 산골짜기에 봉학 대장군과 여장군이 우뚝 서 있고, 왼편에는 해미석, 대리석, 통나무 등 다양한 재료로 조성된 맨발 숲길이, 오른편에는 십이지신상 등 나무조각품 76점, 솟대 80점 등 321가지 형형색색의 동·식물 모형 조각 공원이 펼쳐진다. 이곳을 지나 낮은 언덕에는 원추리, 섬초롱꽃 등 야생화와 희귀한 수목이 있으며 물레방아와 힘찬 물 줄기를 내뿜는 분수대가 있다.

봉학골 아래에는 여러 가지 음식점이 있는데, 우리는 생극리로 나와 오신면에 있는 오색 도토리묵으로 점심을 먹고 4월의 마지막 날 서울로 돌아왔다.

충북 음성읍 봉학골에는 산림욕장과 캠핑 시설, 조각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충북 음성읍 봉학골에는 산림욕장과 캠핑 시설, 조각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어린 시절 필자가 다닌 수봉 초등학교(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어린 시절 필자가 다닌 수봉 초등학교(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음성은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첫 13년을 살면서 초등학교를 마친 곳이다. 수봉초등학교를 마치고 청주중학교로 유학을 떠난 다음, 지금까지 고향에 돌아와서 살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곳은 내가 꿈에도 그리는 고향이다. 이 고향을 떠난 지 60여 년이 지나고 나니 옛날의 그리운 친구들은 서글프게도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고향에 올 때마다 나의 지난 세월을 다시 생각하며 깊은 잡념에 사로잡히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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