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 내 휴대전화 허용 이후 장점도 있지만 폐단 많아 잘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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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 내 휴대전화 허용 이후 장점도 있지만 폐단 많아 잘 활용해야
  • 부산시 수영구 박상현
  • 승인 2020.10.11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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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일부터 ‘일과 후 병사 휴대전화 사용’ 전면 시행
스마트폰을 이용한 불법 도박, 음란물 공유 등 악성 범죄 증가는 문제
휴대전화 사용, 장점은 있지만, 이전이 더 좋다는 의견도 존재

지난 7월 국방부는 ‘일과 후 병사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시행했다. 일과 이후 개인 정비 시간을 갖는 병사들은 모두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사회와의 단절 해소와 자기개발 기회 확대 등 휴대전화 사용의 순기능이 기대되는 동시에, 이를 악용한 군부대 내 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행군을 마친 후 사진을 찍고 있는 모 부대 장병들의 모습. 사진은 병사들의부모들에게 전달되기 위해 촬영됐다(사진: 부산시 수영구 박상현).
행군을 마친 후 사진을 찍고 있는 모 부대 장병들의 모습. 사진은 병사들의부모들에게 전달되기 위해 촬영됐다(사진: 박상현 제공).

군부대 내 휴대전화를 악용한 범죄는 시시각각 발생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육군 소속의 한 병장은 생활관 등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에 850여 차례 접속했다. 그의 도박 금액은 1억 1000만 원에 이른다. 해군 모 부대에서도 병사 2명의 사설 토토 도박이 적발됐다. 군대 내 휴대전화를 이용한 불법 도박은 올해 6월까지 230여 건 적발됐다.

휴대전화 사용 시범 운용부대에서 복무했던 대학생 전경훈(24, 부산시 사상구) 씨는 실제로 부대 내에서 불법 도박을 일삼는 병사들을 본 적이 있다. 전 씨는 “부대 내에서 불법 도박을 처음 시작하게 된 병사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회에서도 불법 도박을 즐기던 사람이 입대한 것이다. 이것은 군인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도박을 일삼는 개인, 혹은 이를 제재하지 못하는 사회구조의 문제”라고 전했다.

내가 군 복무를 이행하던 때는 병사의 부대 내 휴대전화 사용이 군법 위반에 해당했다. 휴대전화가 없던 우리는 주말이 찾아오면 선임 후임 할 것 없이 풋살장, 족구장에 한데 모여 음료수 내기 게임에 열을 올렸다. 운동에 흥미가 없는 병사들은 사지방(사이버 지식 정보방)에서 인터넷과 SNS를 통해 사회를 엿봤고, 부대 내 쉼터를 통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오락기를 이용해 게임을 했다. 금·토요일 밤마다 주어지던 ‘연등(일시적으로 취침시간을 늘리고 TV시청이나 공부 등을 허용하는 것)’ 시간은 한 주의 고생을 위로하기 충분했다. IPTV 속 매달 갱신되는 ‘이달의 영화’를 감상한 후 생각을 주고받는 선후임, 유명 프로그램의 시작 전 광고시간을 틈타 흡연장으로 뛰어가던 병사들, 그때 그곳은 휴대전화 없이도 꽤 정겨웠다.

불과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때와 지금 부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자대배치와 동시에 휴대전화를 사용한 병장 조정민(22, 부산시 수영구) 씨는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확실한 장단점이 있다고 전했다. 조 씨는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연락하고 싶은 사람과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고, 사회와 단절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휴대전화 사용 덕분에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검색할 수도 있고, 영화나 게임 등을 통해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며 장점을 말했다.

그러나 조 씨는 휴대전화 사용이 무조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 정비 시간이 찾아오면, 다들 생활관에 박혀 휴대전화만 쳐다본다. 동기나 선후임 사이의 활동적인 교류가 없다. 주말에는 다들 불 끄고 생활관에 박혀서 스마트폰만 만지니 피폐해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전했다.

병사의 부대 내 휴대전화 사용 전후를 모두 겪은 전경훈 씨는 “큰 차이는 없지만,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전이 더 즐거웠던 것 같다”고 밝혔다. 전 씨는 “휴대전화 사용 이전에는 선후임이 함께 아이돌 걸그룹의 무대를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며 “선임의 아이돌 찬양에 후임이 맞장구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더욱더 친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휴대전화 사용 이후엔 각자 따로 보기 바빴다”고 전했다. 그는 “휴대전화 사용 이전에는 심심하면 노래방이나 게임방을 갔다. 하지만 휴대전화 사용 이후 이 두 곳은 물론 사지방과 체단실까지 전부 개미 한 마리 없었다”고 말했다.

전 씨는 부대 내 휴대전화 사용이 병사의 이성 교제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전 씨는 “과거 여자친구가 있는 선후임들은 애인과의 연락에서 애틋함이 묻어나왔다”고 말했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연락을 통해 꽃을 피운 것이다. 달라진 현재 상황에 대해 전 씨는 “(휴대전화 사용) 이후 연락이 잦아지자, 고무신(입대한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성을 지칭하는 속어)들이 병사들을 귀찮아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일과 이후 6시부터 9시까지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어줄 수 없냐며 애인에게 투정을 부리는 병사들이 많았고, 이로 인해 싸우고 심하게는 헤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군대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군 복무를 하던 당시, 내 청춘을 국가에 뺏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꽃길만 걸어도 모자랄 젊은 나이에 억지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느낌. 지금 현역으로 복무 중인 병사 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도박이나 범죄가 아닌 자기개발에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 전역 이후 군대를 떠올렸을 때, 결코 시간 낭비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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