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MBC, 1997년 이후 여성 아나운서는 모조리 비정규직 채용...안동, 강원, 광주, 여수 등 지방 MBC도 유사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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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MBC, 1997년 이후 여성 아나운서는 모조리 비정규직 채용...안동, 강원, 광주, 여수 등 지방 MBC도 유사 사례
  • 경남 양산시 박채린
  • 승인 2020.10.04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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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지방 MBC, 하는 일 같아도 여성만 계약직 혹은 프리랜서로 채용 관행
권익위는 즉시 채용 개선 권고
시대가 언제인데..."양성평등 패러다임으로 국가적 인식 개선돼야" 한 목소리

우리 사회에서 성차별 문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모르게 일상 속에서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존재하고 차별하거나 받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남성 아나운서는 전문성과 연륜이 중요하고, 여성 아나운서는 늘 예쁘고 젊은 게 중요하다는 방송계 현실이 대전 MBC 아나운서 채용 물의를 통해 나타났다. 대전 MBC에서 정규직과 담당 업무가 별반 다르지 않게 프리랜서로 6년간 일한 유지은 아나운서가 고용 성차별에 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그후 유 아나운서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하차당하고 라디오 프로그램 겨우 하나가 남았다고 한다.

대전, 광주, 여수, 안동 등 대부분 MBC 지방 방송국에서는 여성 아나운서만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로 채용하는 관행이 있어 왔다고 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대전, 광주, 여수, 안동 등 대부분 MBC 지방 방송국에서는 여성 아나운서만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로 채용하는 관행이 있어 왔다고 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유 아나운서의 진정에 따르면, 대전 MBC는 1997년 이후 여성 아나운서를 한 번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았고 2014년 이후에는 계약직마저도 아닌 프리랜서로 채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지은 아나운서가 6년간 뉴스를 전할 수 있었던 건 공교롭게도 프리랜서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약직은 기간제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하지만 프리랜서는 이 법의 제한을 받지 않아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아도 계속 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낳은 결과로, 대전 MBC에는 중년의 여성 아나운서가 없다고 한다. 대전 MBC는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시스템상 모순적으로 운영한 듯하다. 더구나 여성 아나운서를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로 채용하는 관행이 대전 MBC만의 문제가 아니라 목포, 강원 영동, 광주, 안동, 여수 MBC 등에도 있다고 한다. 공영방송은 보다 정의로운 입장에서 사회적 가치를 수용하고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는데, 이번 사건을 보고 MBC에 대한 실망이 컸다. 한국 사회가 과연 양성평등사회라 말할 수 있을까?

여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들 중 “여자는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서 시집가면 그만이다” “조신해야 한다” “여자라면 00을 해야 돼”라는 등의 표현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성 역할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고정관념 내지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화책 <신데렐라>, <콩쥐팥쥐> 등애서 남자 주인공 신분은 대체로 높으며, 위기에 처한 여주인공을 구해주고, 여자 주인공은 어려움을 극복해 남자에게 선택받은 구도로 이어진다. 여성은 왜 남성에게 수동적으로 선택돼야만 하는 것일까? 이렇게 이미 익숙해져 있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우리 사회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채용 과정에서 업무수행 능력과 역할을 기준으로 계약직과 정규직을 결정해야 하는 데, 능력이 여성 아나운서가 더 뛰어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이 될 기회조차 없었다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다. 성차별적 채용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서 현재 고용차별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성차별적 고용에 관한 법률을 강화하거나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양성평등 패러다임에 근거해서 성차별적 요소를 모조리 법제화해야 한다.

이번 대전 MBC 채용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직장내 채용과 승진 등에서 성차별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누구나 정당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원하는 일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돼야 한다. 현대의 양성평등 젠더 패러다임은 남성 중심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거부한다. 여성은 능력과 역할에 따라 합당한 대우를 받으면 그만이다. 성별 차이는 있으나, 성별 차별은 없어야 한다. 그게 시대적 양성평등 패러다임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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