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아나운서는 정규직, 여자 아나운서는 비정규직?...대전 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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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나운서는 정규직, 여자 아나운서는 비정규직?...대전 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물의
  • 경북 칠곡군 박정빈
  • 승인 2020.10.03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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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업무 맡는데 남성 아나운서만 정규직...국민권익위, 대전 MBC에 채용 시정 권고
미투도 있었고 세월도 흘렀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성중심 잔재가 있는 듯
구시대적 성역할 패러다임은 시대역행적

초등학생 때 우리 반 반장과 부반장이 모두 여자가 당선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학부모 참관 수업 때 나는 학부모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지나가다 들었는데, 그들은“저 반은 반장, 부반장이 다 여자네?”라던가, “반장 같은 건 남자가 해야 좋지”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 얘기는 어린 나이임에도 나를 멈칫하게 하는 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반장은 단지 반을 이끄는 역할인데 성별이 중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성차별적 직장 채용 및 승진 관행이 많다. 최근 대전 MBC는 남자 아나운서만 정규직으로 선발하고 여성은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로 채용해서 물의를 빚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성차별적 직장 채용 및 승진 관행이 많다. 최근 대전 MBC는 남자 아나운서만 정규직으로 선발하고 여성은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로 채용해서 물의를 빚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지금도 의문점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최근 ‘대전 MBC 채용 성차별 문제’도 생긴 것이다. 이 기사는 여성 신문에서 처음 봤는데, 대전 MBC는 오래 전부터 아나운서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남성은 정규직, 여성은 계약직이나 프리랜서와 같은 비정규직으로 고용 형태를 구분하여 모집해왔다고 한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에 대전 MBC에 정규직으로 채용된 4명의 아나운서는 모두 남성이었으며, 2019년까지 프리랜서와 계약직으로 채용된 20명의 아나운서는 모두 여성이었다고 한다. 또 대전 MBC 간부는 회식에서 “여자가 더 뛰어나도 나는 남자 뽑을 거다”와 같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작년 한 대전 MBC 여성 아나운서는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고, 이에 대전 MBC 측은 공교롭게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전 MBC 측에게 성차별적 채용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렸다. 이렇게 아직도 우리나나 직장 내에서 성차별 관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는 이 사태를 보고‘유리천장’이라는 한 가지 단어만이 떠올랐다. 여성의 승진과 같은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라는 뜻이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높은 직위까지 올라가는데 어려움이 더 많은 건 명백한 사실이다. 이런 현실은 여자 입장에서 굉장히 억울하다. 모든 사람을 일반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친구들 중에는 남자들보다 더 꼼꼼하고 일을 체계적으로 잘하는 여자들이 많다. 여성과 남성이 다른 점은 단지 성별 차이와 신체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능력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직장에서 성별을 고려한다는 사실 자체를 나는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과거 남성 중심 사회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그래도 여성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중요시해주는 사회로 변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여자가 더 뛰어나도 남자 뽑을 거야”라며 여전히 기성세대 고위직 분들은 남성 중심 사회에 살고 있다.

성차별 문제를 없애려면 세상의 구조가 바뀌도록 세상을 보는 관점 지체가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는 여성이 집안일만 하던 농경사회에서 여자도 사회생활을 하고 스펙을 쌓아가는 산업사회, 서비스사회, 그리고 4차산업혁명 사회로 변했다. 능력을 갖추고 준비된 여자라면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회로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된 만큼, 사회 구성원 모두의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남녀 구분 없이 그 사람의 능력을 고려해서 조직의 일원을 뽑는 것이 정당하다. 이후에도 채용 과정에서 남성을 우선시한다면, 결국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여자라는 이유로 놓칠 수 있게 됨이 분명하다. 이건 구시대적 성역할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시대역행적 행태일 뿐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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