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호 박사의 그리운 대한민국] 횡성 한우 축제를 다녀와서 소설 '눈 속에 핀 꽃'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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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호 박사의 그리운 대한민국] 횡성 한우 축제를 다녀와서 소설 '눈 속에 핀 꽃'을 읽다
  • 장원호
  • 승인 2020.10.03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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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한우 축제를 구경하고 맛 있는 한우를 맛보다
동행한 김민환 교수의 소설 '눈 속에 핀 꽃'을 읽고 감동 받다

10월 9일, 나는 강원도 횡성 한우 축제를 보러갔다. 축제 이사장을 맡은 허남진 씨가 미주리  대학 연수팀 중 일부로 구성된 일명 '보기스 클럽' 회원들을 초청했는데, 여기에는 김희광, 김민환, 이주룡, 최신호 등이 합류했다. 1950년대 내가 군에 있을 때, 서울에서 횡성까지 가려면 하루 종일이 걸렸는데, 요새는 단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 경제 발전이 만들어 놓은 한국의 고속도로는 한국인들은 잘 모르지만 세계 제일임을 다시 느꼈다.

횡성 한우 축제에 참석해서 일행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횡성 한우 축제에 참석해서 일행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횡성 한우 축제는 횡성 한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횡성의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서 다채로운 이벤트 및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다. 횡성군의 최대 규모 축제행사인 횡성 한우 축제는 국태민안과 풍년을 기원하며 백성의 편안을 도모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어 오던 '횡성 태풍
문화제'의 명칭을 변경하여 2004년부터 새로운 목표와 주제로 개최하게 됐다고 한다.

이 곳에서는 진짜 횡성 한우를 믿고 먹을 수 있다. 테이블이 1500개나 되는 큰 셀프 식당에서 우리 일행은 한우와 고기를 숯불에 구어 먹고 토속주를 마셨다.

한우로 유명한 횡성 축제장에 와서 맛있는 한우고기로 점심식사를 즐겼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한우로 유명한 횡성 축제장에 와서 맛있는 한우고기로 점심식사를 즐겼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그리고 한우 퍼레이드, 추억의 가면무도회, 한복 입기 행사를 구경했고, 100만 송이에 버금가는 LED장미, 야간 빛 축제, 경품 가득한 스탬프 투어, 큰 축제장을 돌아 지친 발을 달래는 족욕장, 애인에게 힘을 자랑하는 힘자랑 머슴들 들기 대회, 건초와 신구의 집합체인 어린이 놀이터 등을 돌아보았다.

횡성 시내에는 섬강이 시내 가운데로 흐르는 데, 마침 비가 온 후여서 맑은 물이 흐르는 강변 안쪽에 아주 넓은 시설을 만들어 놓고 야간 축제 프로그램을 열었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한우구이 점심을 먹고 야간 축제 프로를 보지 못하고 서울로 발길을 돌려야 해서 무척 아쉬웠다.

서울로 오는 길에 횡성군 공근면 삼배리에 있는 '묵향산장'이란 힐링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첩첩산중에 길을 만들고 아름답게 지은 산장은 펜션이어서 어느 계절이고 와서 며칠이고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 머물면 병도 없어진다는 의미로 '힐링 산장'이라는 별칭을 붙여 놓고 있었다.

서울로 돌아 오는 길에 횡성군 공근면 삼배리에 있는 묵향산장의 힐링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서울로 돌아 오는 길에 횡성군 공근면 삼배리에 있는 묵향산장의 힐링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우리가 돌아 오는 길은 한글날 연휴 끝이어서 서울로 돌아오는 차들이 밀려 서울까지 3시간 이상이 걸렸다. 이번 횡성 나들이는 나에게는 아주 귀한 여행이었다.

동행한 김민환 교수가 두 번째 쓴 소설이라며 <눈 속에 핀 꽃>이란 책을 선물로 주었다. 얼핏 훑어보니, 김 교수의 20대 청춘 회고록이었다. 잘 가꾸어진 책을 고맙게 읽겠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 책을 출간하기 전에 이미 <담징>이라는 소설을 썼다고 하여 그 책도 한 권 달라고 했다.

어제까지 날씨가 덥다고 예보하더니, 오늘부터는 기온이 갑자기 내려갔다. 서울로 돌아와서 김민환 교수의 책을 아주 감명 깊게 읽었다. 이 소설은 김 교수가 겪은 1960년대 후반에서 1973년 전후 격변의 유신체제를 둘러싼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나는 이 시기에 미국에 있어서 당시 우리나라 현대사를 잘 모르고 듣기만 했는데, 김 교수의 소설은 이런 역사를 상세히 잘 묘사하고 있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된 시기는 김 교수의 석사과정 시절이었고, 김 교수가 박사과정에 있을 때 나는 교환교수로 고려대학에 와서 그를 처음 만났다. 김 교수는 언론학 교수로 정년했는데 그가 이렇게 한문을 많이 공부한 줄은 몰랐다. 특히 어려운 한문으로 쓴 시를 소설 틈틈이 인용한 구절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소설 속 주인공인 최영운의 대학시절은 저자인 김 교수의 경험과 거의 같은 배경이었고, 최영운과 첫사랑 윤희와의 관계가 너무 멋있게 묘사되어 있어서, 나는 김 교수가 문학에 조예가 깊었다는 사실을 그의 소설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됐다.

마침 나도 김 교수처럼 나의 과거를 소설로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작년부터 작업을 하고 있으나, 내 글은 문학적인 색깔과 냄새가 없는 신문기사 같다고 주위에서 평한다. 송호근 교수가 쓴 <강화도>라는 소설과 함께, 내가 쓰고자 하는 소설에 김 교수의 소설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고난은 축복의 산실'이라는 테마로 시작한 나의 글은 김 교수의 소설과 유사한 면이 있다. 한 사람의 축복된 생애는 많은 고난과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소설에서 최영운은 가난과 병고를 이기고 폭 넓은 독서와 깊은 사색을 하면서도 윤희와 가슴 아픈 첫 사랑을 나눈다. 그 후 최영운은 피나는 노력으로 훌륭한 언론학와 교육자로서 커리어를 마치고 은퇴한다. 그래서 소설 주인공 최영운은 은퇴 후에도 소설가로 활약하고 있는 김 교수의 훌륭한 과거를 잘 반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내가 좋아하는 자랑스러운 후배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내가 왜 김 교수를 좋아했는지 잘 몰랐다. 이 소설 속의 A 교수가 틈틈이 알려준 이야기가 다시 생각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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