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미세먼지 예보, "체감치와는 너무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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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미세먼지 예보, "체감치와는 너무 다르네"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05.1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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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기준보다 크게 느슨...'보통' 예보 때도 시민들은 "숨이 막혀"
▲ 항상 차량 통행이 많은 부산 부산진구 백양터널 앞. 건물들 너머 백양산은 항시 희뿌옇게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봄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좀처럼 맑은 하늘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씨가 아닌데도 하늘은 어딘가 모르게 뿌옇다. 최근 기상청과 날씨 뉴스는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 농도도 자세하게 발표하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현행 미세먼지 농도 기준을 현실에 맞도록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행 기상청 미세농도 예보 수치가 WHO(국제보건기구) 기준보다 지나치게 느슨한 데다 체감으로 느끼는 대기 오염 수준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복합 성분의 대기 부유 물질 중 주로 연료 연소 결과로 발생하는데, 황산염, 질산염, 금속화합물 등 유해물질이 섞여 있다.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에 따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크게 다르다.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입자 크기를 가진 먼지를 미세먼지라고 하고, 2.5마이크로미터 이하는 초미세먼지라고 하는데, 특히 초미세먼지가 폐와 혈중으로 들어가면 염증을 유발하고 심혈관 질환을 일으켜 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

WHO(국제보건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24시간 평균 50마이크로그램, 초미세먼지는 24시간 평균 25마이크로그램 이하가 안전 권장기준이다.

반면 우리나라 기상청은 미세먼지 예보등급(단위: 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을 좋음(0~30), 보통(31~80), 나쁨(81~150), 매우 나쁨(151~) 등 총 4단계로 구분해 대기오염 정도를 발표하고 있다. 나쁨이 80 이상으로 WHO 기준 50보다 휠씬 낮다. 우리 기상청 기준이 해외 기준에 비해 관대한 것이다. 최근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는 우리 기준으로는 대체로 '보통'에서 '나쁨' 사이에 있고 때때로 '매우 나쁨'을 보이고 있지만, WHO 기준치로 보면 거의 매일 나쁨 상대인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은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일 때에는 어린이, 노인, 천식환자와 같은 민감군이 실외 활동에 특별히 제약을 받지는 않지만 몸 상태에 따라 유의하여 활동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농도가 나쁨일 때는 민감군은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일반인도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활동을 하지 말고 눈이 아프거나 기침, 목의 통증이 있을 때에는 실외활동을 피하는 게 좋다.

이처럼 관계 기관은 보통의 미세먼지 농도에 어린이와 노약자를 제외한 일반인은 외출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체감 수준은 크게 다르다. 아침, 저녁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하윤일(27,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항상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빼먹지 않고 일기예보를 본다”며 “먼지 농도가 보통이라는 날도 요즘은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현주(33, 서울시 성동구) 씨는 “초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먼지가 보이지도 않아서 얼마나 해로울지 잘 몰라 걱정”이라며 “날이 맑아도 (자녀에게) 마스크를 씌운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정훈(25) 씨는 “미세먼지 농도 기준이 체감 수준과 너무 다르다. 현실에 맞게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한 의학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농도가 50마이크로미터가 넘으면 외출을 삼가고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50마이크로미터는 농도 기준표에서 보통에 해당하는 수치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 기준에 관해 기상청 환경기상통합예보실 이상욱 연구사는 "WHO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건강유해성을 근거로 전문가회의를 거쳐 만든 등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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