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라디오 '이상호의 드림팝' 성희롱 사건 공방
상태바
KBS2 라디오 '이상호의 드림팝' 성희롱 사건 공방
  • 부산시 사하구 김태희
  • 승인 2020.09.23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세 아이 목욕 후 마스크부터 쓴다"는 사연에 '야하다' 조크가 성희롱 공방에 휩싸여
저널리즘 토크쇼J 최욱 "시청자와 언론이 논란 생산"...문제 본질 외면한 발언으로 논란 재연
일부 시청자, "나름 유머스런 멘트" 옹호 의견도..."공영방송 더욱 품위를 지켜야" 반론 많아

최근 이상호 아나운서가 KBS2 라디오 ‘이상호의 드림팝’에서 소개된 6세 남자아이의 사연에 성적인 표현을 사용해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면서, 이제는 여섯 살짜리 아들이 목욕 후에 속옷도 입지 않고 마스크부터 착용하게 됐다는 사연에 ‘야하다’는 표현을 쓴 것.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하차 요구가 이어지자, 제작진은 결국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렇게 논란이 일축되는 듯했으나, 저널리즘 토크쇼J의 고정 출연자인 최욱 씨가 이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하여 논란이 재점화됐다.

최 씨는 “이 씨 딴에는 아이디어를 많이 짜낸 유머다. 논란이 실제로 있었다기보다, 시청자와 언론이 논란을 생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최 씨의 발언은 마치 시청자들이 호들갑을 떨며 이를 지적함으로써 논란이 생성됐으며, 이 씨의 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듯이 해석된다.

나는 이 발언을 듣고, 최 씨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머’는 웃자고 하는 말을 뜻한다. 그러나 6세 아동에게 ‘야하다’는 성적 발언을 하는 것은 절대 유머로 들릴 수 없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아동 성희롱에 해당한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마스크를 제일 먼저 쓴다는 사연을 듣고 이와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은 듣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밖에 없었다.

KBS 라디오의 '이상호의 드림팝'이 방송 중 멘트가 문제가 되어 성희롱 논란에 싸였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KBS2 라디오의 '이상호의 드림팝'이 방송 중 멘트가 문제가 되어 성희롱 논란에 싸였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심지어 ‘이상호의 드림팝’은 공영 방송 KBS2에서 송출한다. 불특정 다수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영 방송은 수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므로, 공영 방송 제작자들은 이를 유의해야한다. 결과적으로 이 씨의 발언은 방송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공익을 제공해야 한다는 공영 방송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이는 신문방송학을 전공 중인 나에게 꽤나 심각한 주제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태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최 씨의 발언에 크게 실망했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우리 사회는 성희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는 성희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예방 교육을 실시하거나 신고 센터를 설립하는 등 시스템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들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성차별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다함께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다.

오늘날 미디어는 대중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고, 막대한 파급력을 가진다. 미디어가 시청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때로는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기도 한다. 화제성만을 노린 자극적인 방송이 판을 치는 요즘, 공영 방송 제작자들은 이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히 방송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