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칼럼]스위스 이미지를 빵점으로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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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칼럼]스위스 이미지를 빵점으로 만든 것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0.09.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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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여(女)~문(文)/Amenity, Feminism and Lifeway ㉛ / 칼럼니스트 박기철
칼럼니스트 박기철

호반의 도시라는 스위스 루가노에 도착했다. 전 날 예약한 숙소에 갔더니 기찻길 옆이지만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멋진 곳에 있었다. 저택을 개조해 만든 듯한 호텔이었다. 97Euro, 우리 돈 12만 원이 넘는 거금에 대해 위안하고 싶었다. 취소할 수도 없는 예약이다. 심리학자 페스팅거(Leon Festinger, 1919~1989)가 밝히기를,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면 그 행동에 따른 태도를 좋게 여기려고 한단다. 즉 행동과 태도의 인지적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해소하며 위안한단다. 그럴 듯한 이론이다. 정말로 그런 심리가 나한테 작동했다. 그렇게 스스스를 위안하는 마음으로 방 열쇠를 받으며 리셉션 아주머니에게 "뷰티풀 하우스!"라고 기분좋게 말했다. 아주머니도 "땡큐"라고 기분좋게 말했다. 내가 묵을 방은 꼭대기 3층이었다. 그 만큼 호수가 잘 보이는 멋진 방을 기대하며 방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나는 경악했다. 창문이 천장에 붙은 방이었다. 호수가 보이는 방향의 방이었지만 호수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답답한 방이었다. 관광국가 스위스가 무색한 방이었다. 웬만하면 대충 넘어가는 성격의 나지만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까 그 리셉션 아주머니한테 가서 어찌 이런 방을 손님에게 팔 수 있느냐고 따졌다.

비싸며 후진 스위스의 옥탑방 숙소
비싸며 후진 스위스의 옥탑방 숙소(사진: 박기철 제공)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 말이 화를 더 돋구었다. 그 방은 원래 객실이 아니라 창고로 쓰던 옥탑방인데 숙소로 만든 방이란다. 자기네 호텔에는 얼마든지 좋은 방들이 많지만 내가 그런 방을 예약했기 때문에 그런 방을 주었단다. 나는 비교적 싼 값의 방을 예약했지만 창문도 없는 방을 예약한 적이 없었다. 거친 욕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그냥 "베리 배드 룸"이라고 했다. 좀 더 세게 "The worst room in the world"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자기가 숙소 주인이 아니므로, 그리고 다른 방들은 다 찼으므로 어찌 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내 말은 하나도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말만 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스위스 이미지가 좋았는데 내가 묵는 방(very bad, the worst room in the world) 때문에 스위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게 되었다고… 앞으로 이런 후진 방을 손님들에게 팔지 말라고… 내 말을 당신 보스한테 분명히 전해 주라고…. 나 혼자 씩씩거리며 그리 따졌어도 내 주장이 먹혀 들었을 가능성은 1%도 없다. 그들은 또 어떤 나같은 허술한 사람들에게 비싼 값에 팔며 이익을 챙길 것이다. 고객의 브랜드 접촉점들 관리를 통한 브랜드 경영에서 100-1=99가 아니라 100-1=0이다. 아무리 다른 것들이 99개나 좋아도 하나가 싫으면 다른 99개가 다 후져 보인다는 뜻이다. 정말로 그렇다. 사람 관계에서도 어느 사람이 좋았어도 어느 한 부분애서 실망하면 다 싫어질 수 있는 게 인간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아무리 스위스가 미감있는 국가라고 생각했어도 이 후진 숙소 하나 때문에 스위스에 대한 미감은 급격하게 하락하고 말았다. 전통적으로 관광숙박업이 발달한 스위스의 관광담당 정부에서도 이런 숙소를 팔아먹어 이익 만 챙기려는 업자들을 엄중히 관리해야 한다. 역시나 우리가 좋은 미감을 사람들에게 주려면 사소한 하나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심하게 미감 경영을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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