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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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변신은 무죄
  • 조나리
  • 승인 2013.01.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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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정성만(20) 씨는 1시간 30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외출 준비를 한다. 그는 이 시간에 스킨과 로션은 물론 피부색을 밝게 해주는 파우더를 바르고, 높은 열로 머리를 변형시키는 헤어기기를 사용하여 원하는 머리스타일을 연출한다.

정 씨는 “시간이 없어서 씻고 바로 나간 날은 하루 종일 신경이 쓰여요. 여자들이 예뻐 보이려고 꾸미는 것처럼 남자들도 멋져 보이려고 외모를 가꿔요”라고 말했다. 최근 정 씨와 같이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그루밍족(grooming)’이 크게 늘었다. 그루밍은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을 시켜주는 데서 유래한 말로,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이렇게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그루밍족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부산대학교 생명자원과학부 1학년 김영신(20) 씨는 “여자는 여자답고,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화장하는 남자는 너무 여성스러워 보여 어색하고 보기 좋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또, 경성대학교 경제학과 2학년 김은빛(21) 씨는 “남자들이 피부 관리하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지만, 화장하는 건 정말 싫어요. 제 남자친구가 화장을 한다면 당장 말릴 거예요”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화장이나 피부 관리 등으로 외모를 꾸미는 남성들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남정보대학 피부미용학과 정숙희 교수는 외모가 사회활동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남성들이 미용에 대한 상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어서, 남성들이 화장, 피부 관리 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정 교수는 “화장을 하는 남성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실제로 화장하는 남성들이 보기에도 더 깔끔하고 세련돼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 점유율 1위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은 2003년 3200억이었던 남성 화장품 매출액이 2007년 5300억으로 크게 늘었다고 발표했다. 또, 조선일보에 의하면 국내 3위의 화장품 회사인 더페이스샵의 경우 지난해 남성 제품의 매출액 비중이 10% 이상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부산대 더페이스샵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영미(21) 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남자손님들이 많이 와서 처음 일할 때는 조금 놀랐어요. 주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자주 와서 피부 상태를 말하고 자신의 피부에 맞는 상품을 사가요”라고 말했다.

그가 일하고 있는 화장품 매장의 한 코너는 남성 화장품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최근에는 자연스럽게 피부의 결점을 가려주는 기능성 화장품, 이른바 ‘쌩얼크림’이라고 불리는 비비크림이 남성용으로 출시돼 인기를 얻고 있다. 요즘 대부분의 화장품 브랜드들은 남성을 뜻하는 프랑스어인 ‘옴므’나 ‘맨’ 등의 말을 붙인 남성 화장품을 만들어 남성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회계학과 2학년 김석곤(23) 씨는 주위사람들에게 피부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는 항상 폼클렌징을 사용하여 꼼꼼히 세안하고, 1주일에 5번 정도는 팩을 하여 피부를 관리하고 있다. 김 씨는 외출 시 항상 남성용 비비크림을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피부가 좋아보이게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그는 “피부는 타고나기보다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주변에 화장을 하고 피부 관리를 받는 친구들도 꽤 있어요”라고 말했다.

정숙희 교수는 스킨, 로션부터 컬러로션, 비비크림까지 남성화장품은 점점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며, 체계화될 것이라며, 향후 3~4년이면 남성이 화장하는 것이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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