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시대를 견인한 여성 앵커 그레첸 칼슨과 메긴 켈리의 용기에 찬사를...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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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시대를 견인한 여성 앵커 그레첸 칼슨과 메긴 켈리의 용기에 찬사를...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을 보고
  • 부산시 연제구 주소현
  • 승인 2020.09.12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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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미투 시대 이전, 2016년 두 여성 앵커의 용기 있는 성추행 폭로전을 그린 감동작
온갖 피해 감수한 용기로, 그레첸 칼슨과 메긴 켈리는 진정한 영웅으로 세상에 각인

코로나19로 조용해진 극장에서 나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란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미국 대표 뉴스채널 FOX 뉴스의 설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였던 로저 에일스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 두 앵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였던 만큼, 나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영화 속 두 앵커 그레첸 칼슨과 메긴 켈리를 인터넷에 검색해 봤다. 이들이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포스터(사진: 네이버)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피해 사실을 알림으로써 돌아오게 될 부당한 대우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스스로가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가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레첸 칼슨과 메긴 켈리는 공인이었다. 공인이기에 따르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더 놀라운 점은 이들의 폭로전은 2017년 10월부터 벌어진 미투 운동이 있기 전인 2016년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이들의 선택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미투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현 시기에도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다 여우 혹은 꽃뱀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기 십상이다. 영화에서도 보여주듯 폭로전의 시작점이었던 그레첸 칼슨 역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다 엄청난 비난과 의심이 뒤따랐고 자신의 직장 동료들에게도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았다. 그레첸 칼슨 역시 폭로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을 수도 있고 온갖 불이익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는데도 용기를 내서 세상에 진실을 알려야 할까? 로저 에일스의 성희롱 혐의에 제기한 그레첸 칼슨의 소송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면서 한편으론 이 세상의 모든 미투 폭로전이 좋은 결과를 낳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투 운동과 같이 현재 매체에 알려지고 있는 사건들은 대체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분명 큰 용기를 내서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렸지만 피해 사실이 자연스레 묻히거나 조용히 피해자가 보복을 받는 일도 꽤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부당 대우를 당할 수 있다는 모든 사실들을 뒤로 한 채 용기 있게 행동해 준 두 앵커가 나에겐 더없이 빛나 보였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이들의 용기를 자극한 것일까. 나는 영화 속 니콜 키드먼(그레첸 칼슨 역)이 로저 에일스와의 소송에서 난간에 봉착했을 때, 이제 막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천진난만한 자신의 아이들을 응시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자신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바뀌게 될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하며 그녀가 다시 한번 힘을 얻은 듯했다. 당시 사건이 마무리된 후 실제 ABC 뉴스에 출연한 그레첸 칼슨의 딸은 자신의 엄마를 ‘영웅’이라고 표현했다. 나 또한 진정 영웅이란 표현이 그레첸 칼슨의 용기 있는 행동에 걸맞은 단어가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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