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사, 통일불상, 아름다운 설악산 단풍을 보고 감탄하다
한국의 알프스라고 하는 설악산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자, 갑자기 나와 집사람은 설악산 단풍이 보고 싶어졌다. 큰아들 철준이는 회사 일이 바빠서 가기 어려워, 며느리 다미가 손주들과 함께 가는 설악산 여행 계획을 짜서 실행에 옮겼다.
1987년 훌브라이트 교수로 고려대학교에 왔을 때 고속도로가 없어서 지방도로로 차를 몰고 설악산을 갈 때 운전하기가 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에는 서울에서부터 새로 개설한 고속도로를 타게 되니, 도로 사정이 너무도 인상적이었고, 특히 2시간 조금 지나서 설악산 입구에 도착하니, 서너 시간을 잡았던 내 예상을 깨고 엄청나게 이른 시간이었다. 마침 주중이어서 사람과 차가 많이 붐비지 않았다.
전에는 산과 산 사이를 타고 돌아가던 지방도로가 있었지만, 지금은 산에는 터널을 파고 계곡에는 다리로 연결하는 공법으로 건설된 최신식 고속도로는 다른 나라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할 정도로 훌륭했다.
오랫동안 내가 기억했던 설악산은 크고 거창했지만, 이날 와서 본 설악산 규모는 내 기억보다는 작아 보였다. 그러나 아름다운 산에 마침 단풍이 들기 시작하니 참으로 경치가 좋다고 손녀 하은이와 손자 윤석이는 함께 감탄했다.
산으로 올라가기 전에 통일을 염원하는 커다란 부처상과 그 부처상 밑에 지하시설처럼 지은 지하의 절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이 어리고 나도 나이가 들어서 산에는 멀리 올라가지 못했고, 대신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고 산위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니 설악산은 정녕 아름다운 산이라고 다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설악산 여행을 당일치기로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는데,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 때문에 우리 가족은 아침에 출발해서 즐거운 설악산 관광을 마치고 저녁에 서울에 도착했다. 우리는 서래마을 집 근처 이태리 음식점에서 멋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귀가했다. 이런 귀한 여행을 마련한 큰 며느리 다미에게 고맙다고 몇 번이나 치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