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인 남편 둔 일본인 여성들의 눈물 겨운 헌신과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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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국인 남편 둔 일본인 여성들의 눈물 겨운 헌신과 봉사
  • 주 한국일본대사관 영사부장 오스카 츠요시
  • 승인 2020.09.11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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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니타 후사코 씨, 105세 불구 여성 의료 및 생활보호 지원 계속해
다우치 치즈코 씨, '한국 고아의 어머니' 목포 공생원서 3000명 돌봐
부산은 개방성과 수용성 높은 도시, 외국인 활용해 발전 거듭하길
오스카 츠요시 주한국일본대사관 영사부장
오스카 츠요시
주한국일본대사관 영사부장

일본에서는 9월 셋째 주 월요일이 '경로의 날'이다. 세계 각지의 일본대사관에서는 경로의 날에 맞춰 그해 100세를 맞는 일본 어르신에게 표창을 수여하는데 아쉽게도 한국에서 최근 몇 년 해당자가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 100세가 넘는 일본인이 한 분 계신다. 올해 105세 구니타 후사코 씨다.

1945년 구니타 씨는 한국인 남편, 4명의 아이들과 함께 일본에서 부산으로 왔다. 해방 후의 혼란, 6.25 전쟁 등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유일한 즐거움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일본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일본인 기혼 여성들의 상조회인 부용회가 설립되고, 구니타 씨가 부산본부 회장이 된다. 1965년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구니타 씨는 일본인 기혼 여성들을 일시 귀향시키는 사업을 진행했다. 부용회 부산지부는 한때 700명 이상의 회원이 있었고 많은 분들이 구니타 씨의 도움을 받아 조국으로 돌아갔다. 현재도 최고령자인 구니타 씨는 고령의 일본인 여성들의 의료 지원 및 생활 보호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 지역사회에서 활약한 일본 여성은 구니타 씨뿐만이 아니다. 전남 목포에는 다우치 치즈코 씨가 있었다. 1928년 한국인 전도사 윤치호 씨는 목포에서 고아들과 생활하기 시작하고, 아동복지시설 '목포 공생원'을 설립한다. 치즈코 씨는 음악 지도를 담당한 자원봉사자였는데, 윤 전도사의 활동을 지원하다 윤 전도사의 높은 이상에 감동하여 함께 한국인 고아를 돌보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1938년에 결혼해 고생을 거듭하며 '공생원'을 운영했다. 그런데 6.25 전쟁 중 식량을 구하러 나간 윤 전도사가 실종되어 버린다. 혼자 남겨진 치즈코 씨는 여전히 고아들을 목포에서 키워갔다. 치즈코 씨는 1968년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 사이 공생원은 3000명 이상의 고아를 길러 사회에 배출했다. 치즈코 씨는 '한국 고아의 어머니'로서 많은 시민의 존경을 받았다.

일본 여성이라고 하면 앞서 말한 부용회 초대 명예 회장인 이방자 여사를 빼놓을 수 없다. 옛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일곱째 왕자인 영친왕과 결혼한 이방자 여사는 해방 후 오랫동안 한국으로 돌아올 수가 없었다. 1963년 한국으로 귀국한 후에는 한국의 장애인 교육에 힘쓰셨다. 지적장애 아동 시설인 명휘원 및 지적장애 특수학교인 자혜학교를 설립하여 장애인 교육의 선구자로서 그 확립과 보급에 노력하셨다.

외국인이 타국에 살면서 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물론 본인의 강한 의지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외국인의 활동을 받아들일 지역사회의 개방성과 수용성이다. 부산이라는 지역사회는 많은 국내외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활용해 발전을 거듭한 역사를 갖고 있다.

부산에 근무하던 당시 부산시의 투자 개발 담당자로부터 일본인 학교를 개발 예정 지역으로 이전할 것을 제안받은 적이 있다. 외국인 학교는 지역 개발의 핵심이며 외국인 학교가 있는 것이 큰 매력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외국인 학교를 기업 유치와 지역 활성화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부산시 담당 간부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자산'이 되는 것은 학교만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현재 약 6만 4000명의 외국계 주민이 부산에 살고 있다. 이들은 한국 지역사회의 구성원이며, 부산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부산이 앞으로도 개방성과 수용성을 유지해 국내외 많은 분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발전을 거듭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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