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은 한국과 상관없는 이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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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은 한국과 상관없는 이슈인가?
  • 부산시 동래구 주태형
  • 승인 2020.09.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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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을 향한 차별에 분노한 BLACK LIVES MATTER
동양인을 향한 눈 찢기 포즈 역시 인종차별적인 표현
인종차별은 누구나 받을 수 있어 상호존중만이 해결책

지난 5월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이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하자 흑인사회를 필두로 ‘BAL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이후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연예인, 스포츠 선수, 일반인들까지 SNS에서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했다. 하지만 몇몇의 시위대들은 혼란을 틈타 주변 상가를 약탈하고 방화, 기물파손 등 폭력시위를 했다.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발생한 시위에서 한 시민이 'BLACK LIVES MATTER'라는 슬로건을 걸고 시위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발생한 시위에서 한 시민이 'BLACK LIVES MATTER'라는 슬로건을 걸고 시위하고 있다(사진: wekimedia commons 무료 이미지).

1992년, 2012년, 2014년에도 비슷한 성격의 시위가 미국에서 일어났다. 1992년 LA폭동 때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주 방위군이 LA에 투입됐지만 백인 거주 지역만 방어하고 코리아타운은 사실상 방치했다. 주 방위군에게 막힌 흑인 시위대는 코리아타운으로 몰려들었다. 한인들은 무기를 들고 지붕 위로 올라가 자신들의 재산과 터전을 지켰다.

미국인들은 이들을 'Roof Korean(지붕 위 한국인)'이라 불렀다. 이후 이 단어는 미국 내에서 인터넷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컨텐츠와 문화요소)이 됐다.

LA 폭동이 일어났던 이유는 백인 경찰이 흑인 시민을 집단폭행한 후 재판을 받았지만 무죄로 풀려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언론에서는 흑백갈등이 아닌 한흑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보도했다.

LA 폭동이 일어나기 전인 1991년 ‘두순자 사건’이 발생했다. 한인 마켓에서 흑인소녀가 한인 주인에게 죽임을 당한 사건이었다. 미국 KABC방송사는 이 사건을 이용해 LA 폭동의 원인이 한인들인 것처럼 보도했다. 이 때문에 당시 미국 내에서 한인들은 평소에는 인종차별에 관심이 없다가 자신들의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 목소리를 내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인식됐다.

조지 플로이드 시위의 경우에도 폭력시위가 발생하자 Roof Korean이라는 인터넷 밈이 네티즌 사이에서 유행을 타고 번졌으며, 마치 한인들이 흑인폭력시위대를 진압해야하는 용병 정도로 인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이들이 목숨 걸고 터전을 지켰던 사건이 유머 소재로 쓰이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했던 3월, 유럽과 미국에서는 동양인을 향한 인종차별적인 폭행이 이루어졌다. 특히 흑인들이 동양인들을 폭행하는 영상들이 SNS에 올라오면서 한국 네티즌들은 흑인들은 백인들은 건드리지 않고 만만한 동양인들만 괴롭힌다는 생각 때문에 ‘BLACK LIVES MATTER’에 대해 한국 네티즌들은 공감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최근 방송인 샘 오취리가 코스프레 졸업사진으로 유명한 의정부 고등학교 학생들의 사진에 대해 지적하며 인종차별 이슈가 또 다시 점화됐다. 오취리는 올해 유행했던 일명 ‘관짝소년단’(coffin dancer)을 코스프레한 학생들에 대해 매우 불쾌하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이 ‘관짝소년단’ 코스프레를 위해 자신들의 피부에 검은 칠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는 블랙페이스라고 하여 과거 미국에서 흑인들을 조롱하는 의미로 백인들이 검은 분장을 한 데서 유래한다. 블랙페이스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종차별적인 것으로 인식되며 행동 자체를 금기시한다. 흑인들은 이것을 매우 불쾌하게 여긴다.

하지만 한국 네티즌들은 학생들이 흑인을 비하하려는 목적이 아닌 단순 코스프레에 초점을 맞추고 한 것이기 때문에 이는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심해지고 샘 오취리 본인이 과거 한국 프로그램에서 동양인 인종차별의 상징인 눈찢기 포즈를 한 것이 알려지며 게시글을 삭제했다.

이처럼 인종차별은 나라마다 정서와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종종 마찰이 있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블랙페이스라는 것이 생소하고 비하의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흑인이 불쾌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 이제는 한국의 위상이 예전과는 다르고 세계화의 시대다. 다른 이의 아픔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이 겪었던 일제강점기의 상처와 외국에서 한국인들이 받는 인종차별과 마찬가지로 블랙페이스도 흑인들의 아픔이다. 흑인들이 인종차별을 한다고 그들과 똑같이 인종차별을 한다면 그들과 달라질 것이 없다. 모든 흑인이 인종차별을 하지 않고, 모든 한국인이 인종차별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라는 교훈밖에 얻지 못할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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