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사를 고르시겠습니까?”... 의사협회 '노골적 엘리트주의' 홍보물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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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사를 고르시겠습니까?”... 의사협회 '노골적 엘리트주의' 홍보물 뭇매
  • 취재기자 안시현
  • 승인 2020.09.03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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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 SNS 홍보물 논란
한의학 폄하·생리통 경시 표현 문구 등 누리꾼들 질타
논란 일자 문구 급히 수정, 삭제... 사과문 게재
문제형식으로 어떤 의사에게 생명을 맡길 것이냐고 묻고 있다(사진: 의료정책연구소 페이스북 캡처).
문제형식으로 어떤 의사에게 생명을 맡길 것이냐고 묻고 있다(사진: 의료정책연구소 페이스북 캡처).

문제: “당신의 생명을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성실한 학창시절을 보낸 의사와 공공의대를 나온 의사 중 어떤 의사를 고르시겠습니까?”

선택지: 1)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2)성적은 한참 모자르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

대한의사협회 산하 기관인 의료정책연구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공의대와 기존 의대 출신 의사를 비교하는 내용의 홍보물을 올려 논란을 자초했다. 의료인의 자질과 직결되지 않는 수능 성적을 앞세워 학력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지나친 엘리트주의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많았다. 해당 게시물은 2일 오후 수정됐다. 

지나친 '엘리트주의'라고 비판이 일자 의료정책연구소는 일부 내용을 수정해 업로드했다(사진: 의료정책연구소 페이스북 캡처).
홍보물이 지나친 '엘리트 주의'라는 비판이 일자 의료정책연구소는 일부 내용을 수정해 업로드했다(사진: 의료정책연구소 페이스북 캡처).

연구소는 지난 1일 SNS에 ‘의사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2020학년도 의료정책고사 문제지: 공공의대 영역’이란 문구가 적힌 해당 게시물은 10장 분량의 카드뉴스에 총 4개의 질문지와 답변을 담았다.

첫 문항을 본 많은 네티즌들은 어리둥절한 반응과 함께 불쾌감을 토로했다. 말로만 듣던 젊은 의사들의 지나친 엘리트주의를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항은 “두 학생 중 나중에 의사가 돼 각각 다른 진단을 내렸다면 다음 중 누구 의견을 따르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선택지는 ‘수능 성적으로 합격한 일반의대 학생’과 ‘시민단체장의 추천을 받아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입학한 공공의대 학생’이었다.

이런 문항도 있었다. “폐암 말기로 당장 치료제가 필요한 생명이 위독한 A 씨, 생리통 한약을 지어먹으려는 B 씨. 건강보험 적용은 누구에게 돼야 할까?”라는 질문.

‘수능 성적 1등’과 ‘학창시절 전교 1등’을 강조하는 내용을 본 한 네티즌은 “'그러면 학창시절 성적이 우수하다고 물리학자한테 수술받을 수 있나?'와 '의사들보다 성적 좋으면 무료로 진료해주나?'라는 질문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대학생 최미나(21, 부산시 동구) 씨는 “생리통으로 한약을 지어 먹는 건 진통제로도 해결이 안돼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한의원에 가는 거다. 심한 사람은 생리통으로 응급실에도 가는데, 의사라는 사람들이 생리통에 대해 저런 식으로 말하는 게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한의사를 비전문가 취급하는 글이란 지적도 있었다.

해당 홍보물에 삽입된 일러스트에 대해 꼬집는 목소리도 있었다. ‘수능 성적과 우수한 학창시절을 보낸 의사’는 마스크를 썼지만, ‘공공의대 출신 의사’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는 "공공의대 출신 의사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생명이 위중한 폐암말기 환자’는 울상에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생리통으로 한약을 지어먹고자 하는 환자’는 웃고 있다. 누리꾼들은 "졸렬해 보이는 수준 이하의 일러스트"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그렇게 말해도 목숨과 직결된 문제에서는 공부 잘했던 의사 찾아갈 것 아니냐. 실질적으로 틀린 것 하나 없는 내용인데 반응이 과한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의료정책연구소는 결국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했다(사진: 의료정책연구소 캡처).
의료정책연구소는 결국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했다(사진: 의료정책연구소 캡처).

논란이 커지자, 의료정책연구소는 해당 홍보물을 수정했다. 그러나 수정된 내용에도 비판이 그치지 않아 결국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누리꾼들은 “지난번 ‘덕분이라며 챌린지’에도 말썽이 많았는데, 왜 자꾸 이런 실수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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