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어디로 가야 하죠?” 의료계 오늘 총파업, 진료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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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어디로 가야 하죠?” 의료계 오늘 총파업, 진료 차질 불가피
  • 취재기자 조재민
  • 승인 2020.08.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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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에 반발...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인력은 남아
부산시, 집단 휴진에 따른 비상 진료 대책 마련 나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한 대한의사협회가 14일 하루 집단휴진에 들어갔다(사진: 더팩트 제공).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한 대한의사협회가 14일 하루 집단휴진에 들어갔다(사진: 더팩트 제공).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14일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진료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전공의, 전임의, 동네의원 등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구축, 공공병원 진료시간 연장 등으로 대비하고 있지만 일부 병원과 의원에서의 진료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14일 집단 휴진에는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와 전임의, 동네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 등이 참여한다. 13일 오후 6시 기준 전국 3만 3836개 의원급 의료기관 중 사전 휴진을 신고한 의원은 8365개로 24.7%다. 대전은 40%가량이 휴진 신고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는 휴가철임을 고려할 때 실제로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공의와 전임의도 일부 휴진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지난 11일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전공의 6100명 중 94.8%, 전임의 869명 중 84.5%가 집단 휴진에 동참하기로 했다. 다만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은 유지된다.

이번 파업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표시다. 의협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추진 등의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 특히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진료과와 지역에 따른 불균형한 인력 배치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의협이 주도하는 대규모 집단 휴진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2014년 원격의료 반대에 이어 2000년대 들어 세 번째다. 앞서 7일에는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을 벌이며 단체행동의 포문을 열었고 의협이 가세했다.

필수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아 당장 응급환자나 중환자들의 불편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병원 소속 교수급 의료진들은 휴진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의료 대란 수준의 혼란은 없을 것이란 게 의료계 안팎의 분석이다.

하지만 일부 병·의원에서의 진료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날 진료하는 의료기관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각 시·도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로 했다. 응급의료 포털과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응급진료상황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날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문을 연 병원을 미리 확인해야 헛걸음을 하지 않는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13일 의료계의 집단 휴진에 따라 비상 진료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 7일 의료기관 집단 휴진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군 보건소와 소방본부, 응급의료센터 등 관계자가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전 의원급 의료기관 2400여 곳을 대상으로 ‘진료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이는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근거한 행정행위로 시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는 시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이어 지난 12일부터는 시와 각 구군에 24시간 운영하는 '비상 진료 대책 상황실'을 설치해 만성질환자와 응급환자 발생에 대응하고 있다.

또 응급의료기관 28곳은 24시간 진료체계를 유지토록 하고, 병원급 의료기관 169곳에 대해서도 진료시간 연장과 주말·공휴일 진료 협조를 요청하는 등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동네 의원을 이용하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는 미리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을 것을 당부드린다"면서 "대화와 협의로 문제를 해결해 이번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사진: 이낙연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사진: 이낙연 페이스북 캡처).

한편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13일 ‘의사협회 집단휴진 관련 국민과 의료인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오늘이라도 대화의 장으로 나와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했다. 박 장관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행동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집단 휴진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로 환자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가 생긴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의협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정부와의 대화도 거부하며 집단 휴진을 한다는 것은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대화에 임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공의료 강화와 지역별 의료 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의료 인력의 중장기적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늘어난 의료 인력은 국가 방역체계와 공공의료시스템 강화에 집중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역 내 의료기관 휴진 비율이 30%를 넘을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에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도록 했다. 업무 개시 명령을 어긴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15일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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