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칼럼]이탈리아 몬자 역에서 그 날 흑인들에게 생겼던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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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칼럼]이탈리아 몬자 역에서 그 날 흑인들에게 생겼던 일들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0.08.11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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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여(女)~문(文)/Amenity, Feminism and Lifeway ㉚ / 칼럼니스트 박기철

스위스의 티라노에서 스위스의 루가노로 가는 도중에 이탈리아의 몬자라는 도시를 경유하여 가게 되었다. 몬자에서 한 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몬자역 근처에는 유독 흑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래도 그냥 그러려니 여겼지 특별히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가 이 흑인들 사진을 찍은 것도 흑인들을 찍으려 한 것이 아니라 역 근처에 대여용 자전거들이 놓여 있는 모양새가 희한하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 자전거 사진의 배경으로 흑인들이 찍혔을 뿐이다. 또 하나의 사진은 저 흑인들처럼 나도 기차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찍은 사진으로 이렇게 글을 쓸 줄은 몰랐다.

몬자역 앞 자전거 옆에 모인 흑인들
몬자역 앞 자전거 옆에 모인 흑인들(사진: 박기철 제공)

그런데 내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나와 같은 기차를 타고 이탈리아 몬자에서 스위스로 들어 가려는 흑인들에게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스위스로 들어가지 못했다. 바로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국경도시인 치아소에서 이들은 모두 경찰에 연행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이들과 함께 타던 기차에서 내려 다른 기차로 바꾸어 타야만 했다. 정확히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는 분명히 모르겠다. 경찰에 끌려간 흑인들이 기차에서 테러를 일으키려 했다든지, 아니면 스위스 어디에 가서 테러를 일으키려 했던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로 밀입국하려다가 걸린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저 흑인들 중의 한 명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흑인이 내게 아주 친절하게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몬자역에서 기차일정을 확인하는 흑인들
몬자역에서 기차 일정을 확인하는 흑인들(사진: 박기철 제공)

나는 저 자전거들을 그냥 공짜로 탈 수 있는 것이냐고 질문했는데 흑인은 그 건 아니고 안내문을 가리키며 그 내용을 내게 친절하게 웃으며 영어로 알려 주었다. 아주 신사적인 젠틀한 흑인이었다. 비록 밀입국을 하려다 걸리기는 했으나 좋은 사람이었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거의 없다. 본성이 나쁜 지극히 일부의 나쁜 사람들이 세상을 나쁘게 만들 뿐이다. 저 흑인들이 비록 그 날은 그리 경찰에 끌려 갔어도 이 거친 세상에서 잘 살아가기를 빈다. 그래도 세상은 주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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