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해장국 정말 맛있어요" 세계적 언론인 꿈꾸며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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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해장국 정말 맛있어요" 세계적 언론인 꿈꾸며 유학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05.0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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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서 저널리즘 석사 과정 밟는 코트디부아르인 테리 씨의 한국 체험기
▲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언론인의 꿈을 키우고 있는 코트디부아르인 테리 씨(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나는 꿈이 큰 사람입니다, 세계적인 아나운서 겸 기자가 될 거에요.”

이 말은 저널리즘을 공부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먼 한국까지 날아와 부산 경성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코트디부아르 인 '부아 비 테리(30)' 씨의 각오다.

'상아의 해안(ivory coast)'이란 의미를 가진 코트디부아르에서 태어난 테리 씨는 어릴 적부터 언론인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코트디부아르 바로 옆에 위치한 나라, 가나의 한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그는 코트디부아르 방송국에서 기자로 근무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언론인이 되고 싶었던 그는 아프리카가 아닌 다른 곳에서 공부를 더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테리 씨는 우리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의 외국인 장학생 프로그램 수혜자로 뽑혀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이 2014년 8월. 그는 우리 교육부의 도움으로 대전 충남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연수를 거쳐 올해 부산 경성대학교 대학원 언론홍보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우리 국립국제교육원에서 학비와 생활비 모두 지원받는 장학생 신분이다.

코트디부아르는 아프리카 서부 기니만에 위치한 나라로, IMF 2016년 발표에 의하면, 코트디부아르의 1인당 GDP는 1,425불로 세계 143위이지만 국토 면적은 한국의 세 배가 넘는다. 그런데도 “코트디부아르는 너무 좁아요”라며 더 큰 물에서 놀고(?) 싶었다는 테리 씨. 스스로 꿈이 큰 사람이라는 그는 세계의 많고 많은 나라 중 왜 한국에 왔을까?  테리 씨는 “한국 교육 시스템 때문”이라고 답했다. 교육 시스템이 코트디부아르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발전돼 있어서 한국에 왔다는 것.

▲ 코트디부아르 방송국에서 기자로 일할 때의 테리 씨(사진: 테리 제공).

테리 씨는 언론홍보라는 전공 공부와 한국어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욕심으로 열성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그는 캠퍼스 안에서는 언제든지 전공서적을 손에 끼고 다닌다. 공부가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바로 이런 답이 나왔다. “아니에요. 쉬워요. 재밌어요.”

그래도 공부하기 어려운 과목이 뭐냐고 물으니 ‘토픽’이라고 한다. 토픽은 영어로 'Test of Proficiency in Korean'의 약자로 외국인의 한국어 사용능력을 측정·평가해 국내 대학 유학 및 취업에 활용하는 시험이다. 익살스럽게 머리를 쥐어뜯는 시늉을 한 그는 “듣기, 쓰기, 읽기 중 문법과 쓰기는 쉬운데 읽기가 정말정말 어려워요”라며 토픽 책을 꺼내 보여준다. 문화, 사회 이슈를 주제로 700자 가량 자신의 생각을 적는 문제는 웬만한 한국인도 어렵게 느낄만한 수준이었다.

서울, 전주, 제주도 등 한국 곳곳을 여행해 봤다는 그는 가장 좋았던 곳으로 제주도를 꼽았다. “한라산에 올라갔는데 경치가 정말 예뻤어요”라며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다. 인상적이었던 또다른 곳을 묻자, 한국에 첫받을 디뎠을 때 인천공항을 거쳐 통과한 인천대교를 꼽았다. 인천대교 이야기를 하면서 눈을 부릅떠 보인 그는 “정말~~!! 커요~~~”라고 외쳤다. 총연장 18.38km의 인천대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긴 다리이니 코트디부와르 사람인 그가 놀랠 만도 하다. 그는 “안개 낀 바다 위에서 너무 무서웠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실습실에서 전공 서적을 보고 있는 테리 씨. 그는 <Agenda Setting>이라는 전공 서적을 보고 있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던 테리 씨는 한국에 와서 가장 불편했던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색을 했다. 그는 눈썹을 팔자로 그리며 “(그것은) 나이 많은 사람들의 이상한 질문”이라고 답했다. 그 이상한 질문들은 바로 그의 나이, 여자친구 유무 등 사생활을 꼬치꼬치 캐묻는 질문이란다. 한국 어른들이 다가와 대뜸 이런 이상한 질문들을 한다는 것이 그의 불만이다.

“거꾸로 만약 한국사람에게 외국인이 다가와서 대뜸 ‘안녕하세요, 나이가 몇 살이에요?’ 라고 물으면 이상하지 않나요? 코트디부아르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친구가 되면 할 수 있어요. 처음 만난 사람한테 그러면 안 돼요.”

사뭇 단호한 표정을 짓는 그를 보자니 한국 사람이 쉽게 던지는 질문이 그에게는 꽤 불편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그의 답변은 첫 대면에서부터 이름이 무엇이냐, 몇 살이냐, 애인은 있냐, 아버지는 무슨 일 하시냐 는 등 우리의 초대면 인사문화를 다시 따져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또 다른 불편한 문화는 없냐고 물으니 그는 유머러스하게 대답한다. 한국 음식 중 뼈해장국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식당의 바닥에 앉는 좌식 문화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리가 너무 길어서 '아빠 다리'하면 아파요”라고 말했다.

석사 과정이 끝나면 꼭 한국이 아니더라도 프랑스, 미국, 캐나다 어디서든 공부를 더 할 것이라는 테리 씨.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이역만리 한국땅으로 와서 뼈해장국을 좋아하게 된 그는 오늘도 자신의 꿈, ‘세계에 널리 이름을 알린 언론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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