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 방송인 '2차 가해' 속출... '박원순 의혹'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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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 방송인 '2차 가해' 속출... '박원순 의혹' 논란 가열
  • 취재기자 조재민
  • 승인 2020.07.1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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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가해자 없어 '피해 호소인'으로“... 방송인, ”4년 동안 뭘 하다···“
공용어 '피해자' 안쓰는 이유부터, '2차 가해' 가중 잇따라 논란
여성가족부, "관련 법령 따라 ‘피해자’ 용어 적합" 의견 밝혀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고소인을 지칭하며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이란 용어를 사용해 논란을 빚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고소인을 지칭하며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이란 용어를 사용해 논란을 빚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고(故)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의 성추행 사태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여권 정치인·서울시 등은 미투 고발자·성범죄 사건 피해자를 두고 ‘피해 호소인’이라고 표현하며 갖가지 논란을 빚고 있다. 시건 고소인을 지칭하며, 통상적 용어인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이란 용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공식 사과를 하면서 “피해 호소인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전날 낸 성명서에서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표현을 썼고, 이날 진상조사를 약속한 서울시도 ‘피해 호소 직원’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란 용어가 쓰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미투 사건 때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이를 두고 야권 등에선 민주당과 서울시가 박 시장의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수사가 종결됐기 때문에 고소인이라고 쓸 수가 없다”며, “법적 자기방어할 가해자가 없기 때문에 ‘피해호소인’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도 “현재 이 직원이 아직은 피해에 대해서 우리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말한 것이 없다”고 했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민주당이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고 싶지 않아 집단 창작을 시작했다”며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당’”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16일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 표현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민주당 이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했다.

법세련은 "'피해 호소인'이란 표현은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피해 사실을 주장할 뿐,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증거를 포함해 고소인은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명백하다"며 "이 대표가 피해자에 대해 '피해 호소인'이라 표현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한 것에 해당하고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대표는 가해자가 누구 편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적 피해자 중심주의’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피해 호소인이라는 2차 가해로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 대표의 명예훼손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사건 고소인에 대한 호칭 논란에 대해 여성가족부(여가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피해자라는 용어가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6일 여가부 정례 브리핑에서 황윤정 권익증진국장은 "여가부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관련법령 등의 취지를 고려할 때, 피해자 지원기관을 통해 보호나 지원을 받는 사람은 '피해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TBS TV 시사 교양 프로그램 '뉴스공장 외전-더 룸' 진행자인 박지희 아나운서가 피해자 고소의 순수성을 문제 삼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다(사진: TBS 홈페이지 캡처).
TBS TV 시사 교양 프로그램 '뉴스공장 외전-더 룸' 진행자인 박지희 아나운서가 피해자 고소의 순수성을 문제 삼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다(사진: TBS 홈페이지 캡처).

한편 고소인을 향한 방송 진행자들의 2차 가해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TBS TV 시사 교양 프로그램 '뉴스공장 외전-더 룸' 진행자 박지희 아나운서는 14일 ‘청정구역 팟캐스트’ 202회 방송에서 "서울시장이라는 위치 때문에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왜 그 당시에 신고를 하지 못했나, 저는 그것도 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4년 동안 뭘 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김재련 변호사(고소인의 법률대리인)와 함께 세상에 나서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말하며 피해자 고소의 순수성을 문제 삼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박 아나운서의 발언이 퍼지면서 SNS에서는 “명백한 2차 가해 발언이다”,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 “피해자 인권 유린이 얼마나 참담한지 보여주는 예시” 등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박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뉴스공장 외전-더 룸’에는 최근 고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에 반대하는 뜻을 밝히면서 논란이 된 노영희 변호사도 함께 출연했다.

노 변호사는 지난 13일 “저분이 6.25 전쟁에서 우리 민족인 북한을 향해 총을 쏴서 이긴 그 공로가 인정된다고 해서 현충원에 묻히느냐”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결국 노 변호사는 지난 15일 ‘백선엽 모욕 발언’ 논란에 사과하고 진행을 맡은 YTN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서 하차했다.

YTN 라디오에서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를 진행하고 있는 이동형 작가도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동형 TV’ 라이브 방송에서 “미투 사건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말 못 해서 밝힌다는 취지로 신상을 드러내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피해자를 향해 “피고소인(박 전 시장)은 인생이 끝이 났는데 숨어서 뭐 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이 작가는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다 추행이 되는 건지 따져봐야 한다”며 “4년씩 어떻게 참았는지도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들을 비판했다(사진: 진중권 페이스북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들을 비판했다(사진: 진중권 페이스북 캡처).

이 같은 발언이 이어지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지희 아나운서에 대해 “tbs는 방송사가 아니라 지뢰밭”이라고 비판했고, 이동형 작가에 대해서는 “이 친구도 마이크 내려놓아야겠다. 사회적 흉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참 이상하죠? 정권은 바뀌었는데 펼쳐지는 풍경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면서 “가해자를 비호하고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TBS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공영방송이다. 매년 서울시민 세금 약 300억 원이 예산으로 편성된다. 방송법상 TBS는 교통 분야 편성을 60% 이상 하게 돼 있다. 하지만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을 비롯해 교통방송이라는 설립 목적과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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