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전-후' 진상 규명, 한국 사회 블랙홀로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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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전-후' 진상 규명, 한국 사회 블랙홀로 빠지나
  • 취재기자 조재민
  • 승인 2020.07.1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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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공소권 없음 처분 하기 전에 증거물, 참고인 조사해야”
침묵 깬 與 여성 의원들··· "박원순 성추행 의혹 진상 규명 필요"
정파적 논쟁-수사기관 불신 딛고 공정성-객관성 확보해야...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 발표 했다(사진: 더팩트 제공).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오전 서울특별시청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했다(사진: 더팩트 제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가 성명을 내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여성인권위는 14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성희롱과 성추행 피해를 밝힌 고소인의 용기를 지지하며 다음과 같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호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성인권위는 "무엇보다 사건의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며 ”진상 규명의 범위는 박 시장의 성추행, 성희롱 여부뿐만 아니라 서울특별시에서 고소인의 피해 호소에 따른 적절한 조치 여부를 포함해야한다”고 했다.

또 고소장 제출 사실이 어떤 경로로 박 시장에게 전달됐는지 여부 등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사기관은 박 시장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의 최종 처분을 하기 전에 고소인이 제출한 증거물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고소장 제출 사실이 알려져 피해자 신원이 누설된 부분 등에 대한 수사 책무가 수사기관에 있다는 것이다. 민변 여성인권위는 "고소인의 피해 호소 후 서울특별시 내에서 이루어진 조치가 적정했는지, 불리한 조치가 있었는지, 그 내용에 따라서도 범죄 성립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30명 전원은 지난 14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문 의혹에 “피해호소 여성에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이들은 또 “피해호소 여성이 느꼈을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피해 호소인 신상 털기와 비방, 모욕과 위협이 있었던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더 이상 이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했다.

서울시 차원의 진상 조사도 요구했다. 피해 호소인이 “서울시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묵인당했다”고 한 만큼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어 조사의 객관성을 위해 외부인이 참여하는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위원회’를 꾸리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 시장 사망 이후 침묵으로 일관한 여성 의원들이 여론에 떠밀려 입장문을 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기자회견도 없이 이메일을 통한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박 시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장례 집행위원장을 맡아 상주 역할을 한 박홍근 의원 역시 "고인으로 인해 고통과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인의 상처를 제대로 헤아리는 일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당권 도전에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은 박원순 시장 성추문에 대한 '서울시 인권위원회 조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사자 명예 훼손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객관적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각계 민간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자문 기구로, 시민의 인권 보호·증진을 위해 주요 시책을 심의·자문하고 시장에게 개선 등을 권고하는 역할을 해왔다. 서울시 공무원들로만 진상조사가 이뤄질 경우 객관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제안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미투 의혹에도 미온적인 대응으로 그쳤다. 이번 사건으로 벌써 여권 광역단체장의 세 번째 미투 의혹이 불거진 상황. 이제는 진정성 있는 성찰을 통해 성추문 사건에 경각심을 가져할 시점이다.

한국사회, 이번 진상규명 요구 앞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정치적 논란이나 권력기관의 편견, 서울시 자체의 한계를 딛고, 어떻게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것인가. 남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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