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안 휴지통 없앱시다," 화장실문화 바꾸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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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안 휴지통 없앱시다," 화장실문화 바꾸기 확산
  • 취재기자 김주영
  • 승인 2016.05.0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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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휴지더미에 외국인 질색...전문가들, "변기 막힘은 다른 이물질 때문"

올 초 겨울방학에 일본 여행을 다녀온 대학생 하은비(22, 부산 부산진구 가야동) 씨는 화장실에 갔다가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화장실 안에 사용한 화장지를 버리는 휴지통이 없었기 때문. 게다가 한국인들을 겨냥한 듯 한글로 된 안내문에 “변기에 화장지를 버리시오”라고 적혀있기까지 했다. 일본 화장실 안에는 여성들의 위생용품만을 수거하도록 만들어 놓은 작은 ‘에티켓 통’만이 있다. 이를 모르는 한국인들이 에티켓 통을 휴지통으로 오인하고 볼일 본 후 화장지를 자꾸 에티켓 통에 버리기 때문에 그런 안내문이 붙었 것. 하 씨는 “일본의 화장실 문화를 모르는 한국인들이 화장실을 더럽히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유럽 각국 등 세계 대부분 나라의 화장실 안에는 사용한 화장지를 버리는 휴지통이 없다. 화장지는 물에 분해되어 변기 막힘을 일으키지 않을 뿐더러 화장실 휴지통에 쌓인 화장지가 악취를 발생시키고 보기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휴지통에 볼일 본 화장지가 수북하게 쌓여있는 한국 화장실 모습이 외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주고 있다는 취지에서 사용한 화장지는 변기통에 버리도록 휴지통을 없애자는 ‘화장실 휴지통을 없애기’ 캠페인이 최근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 국내 화장실 안에는 대부분 휴지통이 있고, 그 안에는 화장지가 넘쳐서 바닥에 화장지가 뒹굴고 있기도 한다. 그 원인은 화장지가 변기를 막히게 한다는 한국인만의 오해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주영).
   
 
▲ 화장실문화시민연대는 행정자치부, 서울시와 함께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라는 표어가 적힌 포스터와 화장실 휴지통 없애기에 대한 내용이 적힌 스티커를 배포 중이다(사진: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홈페이지).

‘화장실 휴지통 없애기’는 1999년에 창립된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실시하고 있는 '깨끗한 화장실 만들기' 캠페인 중 하나로 공공기관, 자치단체와 협력해 진행되고 있다. 화장실 연대 표혜령 대표는 “자체적으로 대학생 ‘머문자리 서포터즈’를 만들어 화장실 에티켓을 홍보하고 있으며, 공공기관과 협력을 통해 쾌적하고 깨끗한 화장실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실 휴지통 없애기 운동은 여러 공공기관이 동조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14년부터 5∼8호선 전 역의 화장실 안 휴지통을 없앴고, 부산도시철도공사 또한 2015년 9월부터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전면 시행했다. 한국도로공사도 올해 전국 180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시설을 개선하고 휴지통을 없애기로 했다. 이수미(16, 부산시 부산진구 개금동) 양은 지하철 화장실에 휴지통이 없어진 후 훨씬 깨끗해졌다고 느낀다. 그는 “휴지통이 없어진 후에는 냄새도 덜하고 화장실 칸 대부분이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 화장실 안 휴지통 치우기 운동이 아직도 민간 시설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한 카페 화장실에 업주가 내붙인 안내문.(사진: 취재기자 김주영).

고속도로 화장실 같이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공중화장실은 화장실 휴지통 없애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일반 카페와 식당 화장실에는 휴지통이 비치돼 있으며, 손님들에게 사용한 화장지를 휴지통에 버리라고 권장하고 있다. 이는 화장지는 휴지통에 버려야 하고 변기통에 화장지를 버리면 변기를 막는 원인이라는 한국 사람들의 독특한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주부 김혜경(56, 전북 군산시) 씨도 아직 화장실에 휴지통이 없는 게 어색하다. 김 씨는 “집 화장실에도 휴지통이 있다. 변기에 화장지를 버리면 변기가 막힐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배관 설비업에 종사하고 있는 박영우(44) 씨는 예전과 달리 우리나라 화장실 배관 설비가 잘 돼 있고 시판되는 화장실용 두루마리 휴지는 금세 물에 풀리기 때문에 휴지가 변기 막힘의 원인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박 씨는 “입자가 촘촘한 박스휴지, 물티슈, 미용티슈, 담배꽁초 같은 이물질이 변기 막힘의 원인이다. 화장실용 휴지는 변기 막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장실용 두루마리 휴지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에 한국에 양변기가 들어오면서 휴지를 변기에 버리면 무조건 변기가 막힌다는 편견이 한국인들의 뇌리에 각인됐다고 화장실 연대 표혜령 대표는 설명한다. 표 대표는 “화장실은 나라의 문화를 보여준다. 오래된 선입견을 버리고 좋은 화장실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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