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 둘러싸인 대학가 원룸촌, 안전 사각지대...여성 '자취러' 부모들은 자녀 걱정에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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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에 둘러싸인 대학가 원룸촌, 안전 사각지대...여성 '자취러' 부모들은 자녀 걱정에 '노심초사'
  • 취재기자 오승주
  • 승인 2020.07.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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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학교 기숙사 입주 탈락하면, 원룸 자취로 밀리기 일쑤
고성방가 술꾼들, 여성 자취러들에게는 공공의 적 1호
자취냐, 통학이냐 놓고 부모와 자녀 입씨름 다반사

대학가 원룸촌 주위에는 많은 술집과 어두운 골목길이 이어져 있어 밤늦게 귀가할 때 불편을 겪는 여성 '자취러'들이 많다.

왕복 3시간씩 통학하다가 학교에서 밤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 올해부터 자취하게 된 간호학 전공 이혜민(21, 부산 사하구) 씨는 낭만적인 원룸 자취 생활을 상상하다가 매일 밤마다 신변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본가에 살 때는 밤늦게 집에 들어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따라온다고 느껴지면 아파트 경비실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자취 후에는 도움을 청할 경비원도 없어서 원룸까지 뛰어가는 일이 잦았다. 이 씨는 “자취를 하면서 통학에 대한 피로함은 사라졌지만 밤늦게 돌아다닐 때 무서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어두운 밤길은 여성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어두운 밤길은 여성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부산의 경성대 부경대 원룸촌 주변에는 술집이 많아 술 취한 사람들이 밤늦게 어슬렁거리면 여성들에게는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곳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신수빈(21) 씨는 “어두운 골목길에 밤늦게 술 취한 남자들을 마주하면 괜히 나에게 시비 걸까 봐 재빨리 뛰어간다”고 말했다. 대학생 손무영(26) 씨는 “과제가 끝나서 일찍 잠을 청했다가 술 취한 사람이 새벽 2시쯤에 밖에서 이유 없이 30분 동안 소리를 질러 무섭기도 했고 잠도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대학가 원룸촌에 거주하는 여성 자취러들은 골목길 가로등이 고장나 어두워서 더욱 두려움에 쌓이곤 한다. 대학생 김동현(21) 씨는 자취하는 곳이 저녁이 되면 어두워져 취객들이랑 부딪힐 뻔한 적이 많다. 김 씨는 “골목에 하루빨리 가로등이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학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올해 기숙사에 떨어지고 자취를 시작하게 된 대학생 김수연(21) 씨는 의도치 않게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학교 기숙사 규칙이 엄해 자녀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지만, 자녀가 자취하기 시작하면서 부모들의 자녀 걱정은 점점 심해졌다. 김수연 씨는 “작년에 경성대 부경대 원룸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서 부모님은 더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시다”라고 말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2시간 이상을 통학하는 자녀를 둔 김 모(52) 씨는 자녀를 통학시킬 것인지 아니면 자취시킬 것인지를 놓고 자녀와 항상 설전을 벌인다. 김 씨는 딸이 다니는 학교 부근 원룸촌의 환경이 어둡고 술집이 많아 자녀가 자취하는 것에 반대한다. 김 씨는 “밤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거나 술을 먹고 집을 들어갈 때 일어나면 안 될 일을 상상하게 돼서 딸이 자취하는 것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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