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1학기 통째로 온라인 수업... 학생들 ‘울고 웃었다’
상태바
대학가 1학기 통째로 온라인 수업... 학생들 ‘울고 웃었다’
  • 취재기자 정수아
  • 승인 2020.06.17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사태 따른 불가피한 선택, 효율성 불구 집중도 떨어져
2학기에도 이어질 가능성... “정부, 등록금 일부 환불 등 대책 세워야”

2020년 상반기(1학기)는 대학생들에게 잊을 수 없는 ‘비대면의 일상화’라는 과제를 던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학생들은 이번 1학기 전부를 오롯이 학교가 아닌 자택의 컴퓨터 앞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온라인 수업으로 초반에는 어색했고 어려움도 있었으나 금방 온라인 수업에 적응했다”는 반응이었다.

대학의 온라인 수업은 코로나가 가져온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장점도 적지 않아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문제점도 나타났다.

코로나 19 사태로 대학생들은 한 학기동안 대면 수업이 아닌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사진: 구글 무료이미지).
코로나 19 사태로 대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대면 수업이 아닌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지난 3월 중순부터 시작된 온라인 강의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초중고 학생들은 순차적으로 대면 수업으로 들어갔지만, 실습이 필요한 전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사실상 한 학기 전체를 온라인 강의로 대체했다. 대학 측은 대면 강의로 인한 코로나 확산 위험과 기숙사 내 감염 문제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수업의 형식은 크게 두 가지다. 실시간 화상회의 형식의 수업과 교수들이 미리 녹화해둔 강의를 일정 기간 안에 들으면 출석을 인정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동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재학생 정혜원(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서 비대면 강의를 시행한 건 매우 잘한 일인 것 같다. 학교 측에서 빠른 조치를 취했기에 대학 내 집단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 박형은(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갑작스러운 온라인 수업으로 본가에서 수업을 듣고 있지만, 서울에 얻어둔 자취방 계약 기간이 있어 월세를 꾸준히 내고 있다. 나처럼 피해를 본 학생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교수들도 처음에는 많은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경성대학교 심리학과 임낭연 교수는 “처음 해 보는 온라인 강의였기에 기대도 되고 수업이 잘 이루어질까 걱정도 된 게 사실이다. 막상 온라인 수업을 해 보니 온라인 개인 방송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었다. 과목이나 수강생에 따라 소통 정도가 좀 다르긴 하겠지만 채팅창을 통한 학생들과의 소통도 좋았다”고 전했다.

온라인 수업은 오프라인 수업과 비교해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 학생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다시 돌려보기가 가능해 못 들었거나 헷갈리는 정보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성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재학생 안시현(22, 충남 서산시) 씨는 “시간 들여 학교에 가지 않아도 돼서 교통비 절감에도 도움이 됐고, 집에서 강의를 들으니 시간 관리가 용이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적극 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낭연 교수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수업 그 자체가 장점이다.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반대로 어떻게 하면 학생의 수업 참여를 독려하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 보게 되고, 새로운 시도들을 해 보게 됐다. 이번 코로나 사태처럼 절박한 필요가 없었다면 새로운 교수법들은 굳이 연구하고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수업은 몇가지 개선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교수나 강사의 현장 지도가 없어 수업 이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온라인 화상강의 사이트나, 학교 사이트의 서버가 다운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실습 및 토론 수업의 진행이 어렵다는 점이다. 여러 화상강의 사이트 안에서도 토론 기능을 이용할 순 있지만, 그 결과나 진행 상황이 대면 강의보단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집중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면 강의에선 교사가 주의 집중을 줄 수 있었지만, 온라인 강의에서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힘들다.

온라인 수업에 따른 가장 뜨거운 사회적 이슈는 ‘등록금 반환’에 관한 학생들의 요구다. 학생들은 등록금이 단순히 강의에만 쓰이는 게 아닌데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 시설을 이용하지 못해 등록금이 아깝다고 비판한다. 등록금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국 총학생회 협의회는 5월 27일 제이케이비지니스센터에서 대학교육협의회, 교육부와의 3자 면담을 가졌다.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등록금 반환에 대한 논의가 교육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 반환에 따른 기존 장학금 수혜자들의 장학금 환수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 특별 지원 형식을 고려 중”이라고만 밝혔다. 여당인 민주당에서 정부 예산 지원에 의한 환불 논의를 하고는 있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닌 듯하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분명하게 정해진 게 없다는 교육부의 입장에 답답해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의 장을 마련해 달라는 국민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중간고사 부정행위’ 또한 큰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중간고사를 온라인으로 치른 일부 대학에선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됐다.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에선 전공 필수과목의 단원평가, 중간고사 문제를 SNS 대화방을 통해 정답을 공유하거나 2~3명씩 모여서 함께 시험을 봤다가 문제가 됐다. 학교 측이 조사 한 결과, 1·2학년 학생 109명 중 91명이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학생들이 정답을 공유하거나, 대리로 시험을 봐주는 등의 부정행위가 일어나 큰 파장을 일으켰다. 더 이상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일부 대학은 기말고사를 대면 시험으로 전환했다. 일부 학생들은 집단 감염을 우려해 비대면 시험을 유지하면서도 공정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부경대학교 재학생 이지연(20,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비대면으로 치른 중간고사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교수님이 웹캠을 켜라고 했는데 안 켠 학생들도 있었고, 인터넷에 검색을 하는 등 공정한 시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말고사는 시험 중 카메라를 필수적으로 이용해 부정행위를 방지하거나 차라리 시험을 과제로 대체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대학들은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을까. 일본은 휴교가 장기화되자 ‘9월 학기제 도입’을 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4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4월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개학이 늦춰지면서, 이번 기회에 유럽과 미국처럼 새 학기를 가을에 시작하는 쪽으로 교육 체계를 바꾸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대학가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휴강 조치와 온라인 강의로 전환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부정행위의 대안으로서 미국의 일부 대학 시험과 입사 시험에 쓰이는 ‘프록토리오(Proctorio)’ 같은 온라인 감시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있다. 프록토리오는 시험 도중 개인 컴퓨터를 통해 부정행위를 할 수 없도록 다른 브라우저에 접속할 수 없게 하거나 시험 응시자의 시선 등을 파악해 부정행위를 적발한다.

앞으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수업 방식을 채택하는 대학들이 계속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이번 온라인 강의를 통해 미래의 교육 방식을 미리 체험하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오프라인 교육의 원칙은 여전히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성대학교 심리학과 이수진 교수는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지는 않을 것 같다. 여러 전문가들의 예측으로 보아 당분간 온라인 수업이 새로운 강의 수단으로 대세가 될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비대면 실시간 강의뿐만 아니라 녹화된 영상을 보는 강의, VR로 지원되는 강의 등등 다양한 형태의 강의가 시행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코로나로 인해 2학기에도 온라인 수업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수업을 코로나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코로나가 아니라도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온라인 수업이 갖는 장점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