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칼럼] 코로나발(發) 학교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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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 칼럼] 코로나발(發) 학교 혁신
  • 편집주간 박창희
  • 승인 2020.05.2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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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학교의 의미와 역할 물어
온라인 학습, AI 교육혁명 불지피는 계기 돼야

지난주 고3 학생들이 드디어 개학했다. 곧이어 고2·중3·초1∼2·유치원생은 27일, 고1·중2·초3∼4학년은 6월 3일, 중1과 초5∼6학년은 6월 8일에 각각 등교한다.

당연한 듯 여겼던 개학/등교라는 말이 요즘처럼 묵직하게, 비상하게 와닿은 적이 있었던가. 6·25 전쟁 와중에도 우리는 천막교실을 지어 학교를 운영했다. 부산의 전시대학은 가장 열악하고 가장 치열했던 교육현장이었다. 그런데 21세기 대명천지에 초중고뿐만 아니라 대학생까지 4개월 가까이 학교에 못가고 있다. 전대미문의 사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괴력을 실감한다.

부산 충렬고 고3의 등교 수업 모습(사진: 충렬고 홈페이지 자료).
부산 충렬고 고3의 등교 수업 모습(사진: 충렬고 홈페이지 자료).

지난주 고3이 등교하자,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당국 모두가 긴장속에서 감격했다. 교문에 내걸린 ‘너희가 와서 비로소 봄, 학교는 이제야 푸르른 청춘’(부산 충렬고)이란 문구는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감격도 잠시, 인천 대구 등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교육계는 여전히 초긴장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냥 학교 문을 닫고 있을 순 없는 일. 코로나19는 입시나 학사 일정 따위의 세세한 사정을 전혀 헤아리지 않는다. 개학을 더 늦추자는 여론이 있지만,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 때문에 더 늦추기도 어렵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자연 관심이 쏠린 건 온라인 원격 수업이다. 온라인이 아니었다면 교육 혼란은 사실 걷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학교란 무엇인가? 교사와 친구는? 교사의 진정한 역할은? 자기 주도 학습과 수준별 교육은 가능한 것인가? 알파고가 가르친 게 뭐였지? 학교에 AI(인공지능) 선생님을 모신다면? 하나 하나 중차대한 질문이자 교육과제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렇게 높아 보였던 교육현장의 온라인 학습의 벽을 단숨에 허물어뜨렸다. 가히 혁명적 대전환이다. 대학들은 일찍이 비대면 원격 수업을 실시했고, 초·중·고에서도 제한적인 온라인 화상수업을 진행했다.

부산 좌산초등학교의 코로나 19로 달라진 등교 방법(사진: 좌산초등 동영상 캡처).
코로나 19로 달라진 부산 좌산초교의 등교 방법(사진: 좌산초등 동영상 캡처).

초기의 혼란과 부작용은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해결되는 모습이다. 물론 그 사이 당사자들이 겪었을 고충과 고통, 힘든 사정들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힘겹게 난감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온라인 교재 준비, 수업관리, 접속 장애에 따른 대처, 사후 학습관리 등 불시에 닥친 과제들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거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정도의 전면적인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 것은 어쩌면 한국의 잠재력이다.

온라인 수업은 학교의 의미와 교사의 존재를 새삼 부각시켰다. 학교 안팎에선 스마트 기기나 인터넷, PT 등을 잘 다루는 ‘스마트 교사’가 스타처럼 부상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요즘 담임 운은 디지털 잘하는 교사 만나는 것”이란 말까지 나돌기도 했다. 반면, 교실에서 하는 수업만을 능사라 여겼던 나이든 교사들은 불편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수업 내용이 온라인에 공개되기 때문에 교사들이 숨을 곳도 없었다. 혹독한 시련이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2020년 상반기 코로나의 괴력에 맞춰 처절한 싸움을 벌였고 지지않고 잘 버텨내고 있다. 이 시점, 주목해야 할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존 방식이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AI 교육혁명에 불을 지피는 것이 우선 과제다. 온라인 학습의 정점은 AI 교육이다. 선진국들이 한발 앞서 견인하고 있는 지능형 개인 교습체제(ITS: Intelligent Tutoring System) 혹은 맞춤학습체제(adaptive learning system)에 대한 연구가 긴요하다. 에듀테크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것도 숙제다.

학교가 달라지면 교사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과학적 학습 프로그램은 AI에 맡기고, 교사는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학생들과 ‘지역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는 것도 한 방법일 터. 지금까지 교사가 지식 전달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온라인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조력자(facilitator)가 하나의 역할 모델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학생들이 ‘AI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돕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 될 것 같다.

많은 것이 변하고 혼란이 지속된다 해도, ‘학교는 학교다’라는 팩트가 흔들려선 안된다. 학교는 단순한 배움터를 넘어, 사회적 주체성과 공동체 의식, ‘연결되고 싶은 존재’로서의 개인을 키우는 마당이다. 학교가 주는 배움의 세계는 넓고도 깊다. 그렇기에 학교는 끝까지 살아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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