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남의 생각이 멈추는 곳] 마스크 배급제는 아직도 불편하고, 재난지원금은 부담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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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남의 생각이 멈추는 곳] 마스크 배급제는 아직도 불편하고, 재난지원금은 부담되고...
  • 김민남
  • 승인 2020.05.19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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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발 코로나 재증식에 마스크 구매 줄 다시 등장
재난지원금 이후 후세에 떠넘겨진 나라빚은 어찌할꼬?
그래도 떠나가는 봄에게 손이라도 한 번 흔들어주자

오늘 아침 해운대 동백섬 둘레길과 해변을 따라 설치된 데크 길은 모처럼 산책하는 사람들로 가득 매워졌다.

동백섬 누리마루에도 봄이 왔다(사진: pxhere 무료 이미지).
동백섬 누리마루에도 봄이 왔다(사진: pxhere 무료 이미지).

처음 중국 우한(武漢) 폐렴으로 불려지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19 감염증이 기승을 부릴 때는 사람이라고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꼭 석 달이 지났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 확진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방역에 성공하는 듯했다. 방역 당국의 자찬(自贊)도 과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 질이 좋지 않은 코로나는 잠시의 방심도 놓치지 않고 기어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서울 이태원 발 코로나 감염 파도가 전국 여러 곳에 2차, 3차, 4차 지역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역체계와 경험이 워낙 탄탄한데다 의료진의 뛰어난 역량과 헌신 등으로 이번에도 이 재감염이 큰 물결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역 당국과 의료진들의 피로가 쌓인데다 바이러스의 변종이 심한 편이고 따라서 치료제와 백신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느리다는 것이 걱정이다.

여기에 방역의 필수재나 마찬가지인 마스크가 아직 좀 문제다. '5부제' 또는 '유료배급제'가 은근히 국민의 스트레스와 불편을 키우고 있다.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오후 4시경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집 가까운 약국에 미리 전화로 문의했다. 늦어도 5시 10분 전에는 와야 한다고 해서 바로 달려갔더니 이미 약국 앞에 30m 넘는 긴 줄이 서 있다.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한장에 1500원, kf 80 또는 94 석 장을 사려고 이 긴 줄 뒤에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니 우리가 지금 어느 세상에 살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 약사들과 종업원들의 불친절과 오만(?)까지 뒤집어써야 했으니, 마스크 3장 대가는 4500원이 아니라 4만 5000원보다 더 무거웠다. 거기 줄서서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의 심기도 그렇게 편치는 않은 듯했다. 말 한마디 들을 수 없는 묵언(默言)의 행렬이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보다 엄청 큰 문제가 있다. 재난지원금에 따른 나라빚이다. 사실 마스크 배급제는 잠시 불편만 참으면 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받고 있는 재난지원금은 그야말로 천문학적 나라빚을 늘리고 있다. 국채를 그 한계선(GDP 대비 40%?)을 넘어 찍어내는 것은 장차의 경제적 가능성이나 잠재적 성장 능력을 갉아먹는 것이다. 우리 다음 세대에 평생 갚지도 못할 빚을 떠넘기는 것이다. 일자리 타격도 피하기 어렵다.

배급제(配給制), 우리에겐 정말 낯설고 생소한 단어다. 경험도 거의 없다. 북한이나 베네수엘라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1945년 해방 후 미국의 원조(援助) 물자로 들어온 밀가루 배급과 그후 농촌에 비료 유상배급제는 잠시 있긴 했었다.

1970년대 민주화-산업화가 거의 완전히 이루어진 2020년 오늘, 마스크 배급제란 진풍경을 경험하게 되었으니 세상사는 돌고 도는 모양이다. 이스라엘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가 저서 <시피엔스>에서 얘기한 대목이 떠오른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地平)을 넓히기 위해서다."

물론 이 모든 건 중국 우한에서 어느 날 갑짜기 건너온 코로나 바이러스19 전염병이 근본 원인이다. 방역 당국이 초기대응에 좀더 외교적 입장보다 과학적-체계적 고민을 하고 중국의 입장을 조금만 덜 고려하는 쪽으로 대처했다면 결과는 어떠했을까. 

고귀한 인명 피해가 적지 않았고 거기다 경제적 피해가 워낙 천문학적이다. 경제적 충격은 계속 쌓이고 있다. 초기대응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이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거니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5월의 마지막 찬란한 봄이 우리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그 봄을 맞이하고 함께 즐겨야 하는 우리들의 길목을 올해는 코로나가 막고 있다. 그래도 떠나는 봄에게 손이라도 한 번 흔들어주는 여유는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생애에 이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다른 봄이 오는 걸 이 봄이라고 즐겨 믿는 것이다. 

이건 신록의 계절에 대한 예의일 뿐 잘못은 전혀 아니다.

2020년 5월 17일
묵혜(默惠) 김 민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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